- 프롤로그 -''''''햇살이 맑은 날이면 넓은 정원 한구석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었다. 그날도 햇살은 뜨겁게 내리쬐었다. 서희는 나무그늘아래 자리를 잡고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영학’을 읽고 있었다. 그것도 한글로 번역된 책이 아닌 원본을 들고서는 두꺼운 안경아래 두 눈을 반짝이면서 독서삼매경에 푹 빠졌다. 그녀는 남들이 말하는 한마디로 공부벌레였다. 그렇다고 내성적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성격도 화끈해서 친구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녀를 가리켜 남들은 괴짜라고 불렀다. 생각하는 사고자체가 남들하고는 조금 아니 많은 면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만이 만족한다면야 남들의 시선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진리를 아버지로부터 배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시원한 그늘에서 차가운 오렌지주스를 마시면서 책에 빠져 있느라 뒤에서 누가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우와!”'북희가 갑자기 서희의 귀에 대고 소리를 꽥하고 질렀지만 마치 귀가 먼 사람처럼 흔들림 없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북희는 여러 번의 경험상으로 알고 있었지만 매번 할 때마다 신기함을 느꼈다. 아무리 책에 푹 빠져도 그렇지 어떻게 주위의 소리에도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집중하는 건지 같은 혈연이었지만 신기할 뿐이었다. 북희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다.'“언니! 서희 언니!”'“으응?”그제야 북희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두꺼운 안경을 쓴 얼굴을 그녀에게 향했다. '“강 아저씨 오셨어. 그리고 호연 오빠도 왔다. 호연 오빠는 아무리 봐도 나의 이상형이라니깐. 너무 멋져.”'두 손을 끌어 모아 쥐고서는 마치 북희 앞에 호연이 있다는 듯이 눈빛이 몽롱해졌다. 그런 그녀의 상태를 보면서 서희의 가슴도 쿵쾅거리면서 뛰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자매와 그는 같이 자랐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를 이성으로 바라보는 자신을 느꼈다. 남들이 웃을 정도로 아주 어린 나이에 그녀는 호연한테 향하는 그녀의 마음이 진실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만큼 그녀는 조숙했다. 그녀는 호연이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북희와 함께 정원을 지나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았다. 그때 맞은편에서 호연과 동희가 그들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완벽한 외모는 쾌활하고 남들 신경 쓰지 않는 그녀조차에게도 자꾸만 눈을 내리깔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심장은 마치 파열할 것처럼 빨라지면서 소리는 자꾸만 커져 그녀의 귀를 멍하게 만들었다. 혹시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를 옆에 있는 북희나 동희가 듣는 건 아닌지 불안할 정도였다.'“안녕! 호연 오빠!”'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응. 안녕! 너는 또 책 읽고 있었구나. 무슨 책이야?”'“응. 그게, 마이크로소프트 경영학이야.”'그의 눈길이 그녀가 들고 있는 두꺼운 책으로 쏠렸다. '“어. 원본이네. 그걸 다 이해할 수 있어?”'“응. 재미있어.”'“얘만 우리 집의 특별한 애야. 신기하다니깐. 같은 형제인데도 말이야.”'오만한 표정으로 동희가 조롱기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대단하군.”'서희를 향해 말했지만 그의 눈동자는 그녀를 스쳐지나가 먼 곳을 향했다. 그의 시선을 쫒아가다보니 셋째인 남희한테 가 있었다. 서희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옛날 속담처럼 그 집 네자매중에서 셋째 딸인 남희는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이목구비가 반듯한 게 아리따웠다. 그녀는 다른 누구한테도 질투를 느끼지 않았지만 예외는 항상 존재한다고 그녀는 남희가 부러웠다. 그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뛰어난 두뇌와 남희의 외모와 바꿔치기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서희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에서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자신의 외모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너무나도 볼품이 없었다. 삐쩍 말라서 다른 동갑내기들과 달리 키만 멀대같이 컸다. 거기다 머리카락은 숱만 많고 푸석푸석한 게 도저히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다듬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이빨은 덧니가 너무 심해 치아교정을 하느라 교정기를 끼고 있어서 못 봐줄 정도로 못난이였다. 그러니 그의 시선이 그녀를 향할 때는 그녀의 명석한 두뇌에 대한 호기심일 뿐 그이상의 감정은 깃들어 있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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