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버스 정류장은 소란스러웠다. ‘아 따라따라’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외치는 버스 호객꾼의 목소리가 드높아서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바글거려서인지 모르겠지만, 뿌옇게 뿌리는 안개비 속으로 보이는 풍광에 유진은 몸을 움츠려야 했다. 그러다 버스에 오르니 이젠 몸을 움츠리는 정도가 아니라, 오금도 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12인승 미니버스에 17명이 탔으니 무슨 다른 할 말이 있을까. 거기에 뿔이 한 뼘이나 자란 덩치가 실한 염소 한 놈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데다, 체격이 큰 남자들 사이에 간신히 끼여 앉아서는 외국인 여자에게 달려드는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쯤은 이 뜨거운 나라에 도착한 신고식쯤으로 여겨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