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중학교. 10월 마지막 주 월요일, 수업이 끝난 후 늘 그래왔듯 각 학급의 반장과 부반장들이 모이는 임원회의가 열렸다. 2학년 1반 반장인 성하도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한 반을 대표하는 임원들이 모인 터라 많은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사실 이번 회의는 특별한 안건 없이 지난주에 다녀온 수학여행의 성과와 반성을 되짚어보는 자리였기 때문에 자유로운 대화 시간과 다를 게 없었다. '임원회의가 끝나자 임원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갔다. 성하도 집에 가기 위해 가방을 집어 들었다. '“성하야, 나랑 여기 정리 좀 하고 가자.”'“네.”'총학생회장인 3학년 준규의 부탁에 성하는 흔쾌히 대답했다. 유난히 그를 아끼는 선배의 사소한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고 싶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