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강의실 안. 덜컹, 무거운 철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이내 또각, 또각 경쾌한 구두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제 이야기 말고는 아무 관심 없을 것 같던 학생들도 구두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그 소리의 주인공의 당찬 자태 때문인지. 모두 입을 다물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 그녀는 화려하지 않은 그레이 색상의 스커트 정장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잘, 아니 거의 입지 않는 차림에 스스로도 어색할 정도. 실크와 울이 반씩 섞인 럭셔리한 느낌의 옷은, 카라와 소매 부분만 까만 특유의 마감처리가 이미 아는 이들은 다 알아채고 수근 댈 만한 샤넬 브랜드의 새 아이템이었다. 무리하게 마련한 수트인 만큼, 머리도 단정하게 틀어 올려 최대한 학교 측이 원하는 지적이고 멋있는 이미지를 풍기기 위해 애썼다.' “와.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모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