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처녀엄마 총각아빠

'# 1 (프롤로그)
''''''[정신 똑바로 차려!]''저음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재경은 자신의 옆에 서서 규칙적으로 목을 떨어뜨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레지던트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화들짝 놀란 레지던트는 자세를 바로 잡고 들고 있던 retractor(견인기: 수술 부위 확장을 위해서 당기는 기구)에 힘을 가했다. 꿀꺽, 과장의 눈빛에 절로 주눅이 든다. 레지던트를 노려보는 재경의 매서운 눈빛은 무리를 제압하기 위한 맹수의 그것과도 같았다.''[예!]''당혹감이 묻어 있으면서도 군기가 바짝 들어간 힘이 있는 목소리다.'인정머리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볼 수 없고, 냉정하기가 칼같이 정확하기로 유명한 정재경 과장의 수술에 이제 한 번만 더 걸리면 가차 없이 이 수술 방을 쫓겨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제 다시 수술 방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꼭 경험을 해 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선례(先例)를 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정 과장의 수술에서는 종종 이런 일이 있어왔다.''수술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옆에서 수술 필드 확장을 위해 서 있는 세컨드 어시스트에게는 이런 수술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수술이었다.''‘젠장, 졸려 미치겠네.’''자기 자신 보다는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라고 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위배되는 의사라고 할지언정 지루한 것은 지루한 것이다. 머리가 지루하니 몸이 나른해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깜박거리며 마스크 안의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졸음을 쫓아내고 수술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한편, 재경의 맞은편 퍼스트 어시스트인 4년차 레지던트가 circulating nurse(순환 간호사: 수술 필드 밖에서 수술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사람)를 눈짓으로 불렀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micro(마이크로: 주로 신경외과나 안과에서 세밀한 부분을 위한 미세수술 기구) 준비해 주시고, 음악 틀어 주세요.]''micro가 투입되고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환자를 위해 오직 재경만이 존재하는 시간이다. micro를 보며 환자의 병소에 접근하여 신속하게 제거하는 아주 정확하고 세밀한 작업이기에 재경은 눈을 micro에서 떼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기구를 잡고 움직이는 손의 힘이 너무 세어서도 안 되고 너무 약해서도 안 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자칫하다간 환자가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기에 그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목덜미가 빳빳하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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