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쳐갈 수도 있었다. 그러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은재는 그러지 못했다. 걸음을 멈추고 섰을 뿐만 아니라 뒤를 돌아보기까지 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폭력의 기미가 뒤통수에 예민하게 걸려들었던 탓일지도 몰랐다.'두 사람의 어느 쪽에서도 그 어떤 물리적인 폭력은 일어나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의 얼굴에 삿대질을 하듯 무언가를 들이대더니 이내 그걸 땅바닥에 요란하게 패대기를 쳤다. 여자는 남자를 노려보았고 남자도 여자를 노려보았다. 짧은 동안의 응시를 먼저 끊어낸 건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