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는 생각을 하는 사희를 향해 남자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흔들리기 시작하는 사희의 눈앞으로 남자가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몇 걸음 만에 사희와 겨우 몇 미터를 마주하고 서 버린 남자. 사희는 남자가 다가오는 동안 차마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고급 슈트에 자리 잡고 있는 넥타이 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한 대지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울리는 시공간에서 마주한 두 사람. 흔들리는 눈 때문인지, 정말 몸이 떨리기 시작한 것인지, 우산을 잡은 사희의 손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사희야.”'방금 들린 것은 자신의 이름인데. 자신의 이름을 듣고 왜 이렇게 몸이 떨리는 건지……. 한 번도 저런 식으로 불린 적이 없던 이름이라 그런가, 아니면 한 번도 저 남자의 입을 통해 들은 적이 없었던 이름이라 그런가, 너무도 오래된 기억이라 알 수가 없었다. 꿈속에서도 만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목소리도 잊어버렸을 게 뻔한데……. 벌써 8년이나 흐르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저 목소리가 낯설지 않은 걸까? 조금 낮아진 중저음의 목소리. 잊고 살았는데, 잊으려 발버둥 치며 힘겹게 여기까지 왔는데, 왜 지금에야 저런 모습으로, 저런 목소리로 찾아왔단 말인가.'“툭.”'기어이 흔들리는 사희의 손에서 우산이 떨어졌다. 뒤집힌 우산 속으로 성난 빗줄기들이 사정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걸 멍하니 보고 있는 사희의 온몸에도 빗줄기가 떨어졌다. 남자가 사희에게 우산을 씌워 주려 다가오려는 듯 움직였다. '“안 돼. 오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