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는 비를 보면, 은선은 지금도 가끔씩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이미 삼십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그런데도 채찍과도 같이 질기고 아프던 빗속에 무릎 꿇고 앉았던 그 여름날의 기억은 지금도 그녀를 몸서리치게 했다. 첫사랑. 그 아픈 추억으로 그녀를 울게 했다. 은선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와의 기억을 더듬었다. ''은선이 박현우를 다시 만난 것은 대학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였다. 동아리방에서 벌어졌던 그날의 환영회에 총학생회장이었던 현우와 학생회 간부를 맡고 있던 연규가 나타난 것은 늦은 밤이었다. 막차 때문에 가야 한다는 은선과 붙잡는 선배들과의 실랑이로 잠시 시끄러운 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