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흰색 커튼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면서 눈부신 정오의 햇살을 내뿜었다. 송화는 팔위로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엉덩이를 뒤척여 그늘 속을 파고들었다. 뒤척이는 바람에 어슴푸레 잠이 깨어났다. '‘가만, 아빠? 햇살이 이리 따갑도록 내리쬘 정도라면 점심때가 되었다는 말인데?’'엎드려 베게에 얼굴을 푹 묻은 송화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지금 일어나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시간에 엄마의 폭력에 의해 엉덩이에는 불이 붙을 것이다.'‘오우, 불쌍한 아빠. 이제 딸 깨우는 것도 잊을 만큼 기억력이 쇠퇴하신 거야?’'송화는 눈곱이 잔뜩 붙어 있는 눈꺼풀만 꿈틀거렸다. '“아빠? 이제 아빠한테 나는 잊어진 딸이야?”'침묵. 아빠의 푸근한 음성이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다. 송화는 잠이 담긴 얼굴로 천정을 향해 돌아누웠다.'“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