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연 만들기''''''그의 넓은 사무실 한 면은 통유리로 만들어져 급작스런 날씨 변화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투명한 유리벽에 빗방울이 떨어져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큰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성급하게 의자를 벗어나는 그의 책상엔 결재서류라고 적힌 파일이 있었으나 손도 대지 않은 것처럼 얌전히 놓여 있고, 재떨이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과 수북한 담배꽁초는 황급히 유리벽으로 향하는 그의 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리벽 아래쪽의 거리엔 막 내리기 시작한 비를 피해 사람들이 빠르게 흩어지고 있었다. 그들 중에 그녀도 있는데, 그녀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입을 삐죽 내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7층 아래의 그녀가 그를 향해 그런 표정을 지었을 리는 없었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그녀는 그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그녀가 핸드백으로 머리를 가리며 그의 빌딩 쪽으로 달려왔다.''여자가 비를 피해 빌딩 처마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그는 좀 안심이 되는 표정이었다. 그 상태로 잠시 서 있던 그는 잊고 있었던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자기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가 책상 위의 휴대폰을 집는데, 그 앞쪽에 ‘사장 정제빈’ 이라는 명패가 놓여 있었다.''제빈은 휴대폰을 열더니 빠르게 번호를 눌렀다. 전화 저편의 현서가 기다렸다는 듯이 즉시 전화를 받았다.''“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니? 그래! 유진 씨가 되게 알뜰하구나. 말했잖아. 30분전쯤 나가 봤는데 말도 못 붙이겠더라니까. ……그래 맞아, 남자들에겐 무지 차갑겠더라. ……그래, 인마. 그런 여잘 상대하려니까 이만저만 고민이 되는 게 아니야. ……휴, 알았어! 내가 능력껏 해 보마. ……고맙긴. 네 심정 너무 잘 아는데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자식, 유진 씨가 상처받을 것이 염려되면 시작을 말아야지. ……그래, 그렇게 마음 굳게 먹어. 그 정돈 감안하고 시작한 일이잖아. 내가 잘 보살펴 주마. 너무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 하늘이 도와 줄 거다. 너의 그 깊은 사랑 절대 외면하진 않을 거야. ……그래, 끊자, 현서야. 연락하마.”''제빈은 전화를 끊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지금뿐만이 아니라 얼마 전부터 그는 현서만 생각하면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그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 후부터 생겨난 현상이었다. 담배 필터 부분까지 탄 담뱃불에 화들짝 놀란 제빈은 빌딩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하던 유진이 떠올랐다. 잠시 그녀를 잊고 있었다. 그녀가 줄기차게 내리는 비가 멈출 것 같지 않아 사라져 버렸는지 모른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2.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 3. 이별, 아름답게 포장하기 ''■ 4.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남자''■ 5. 너는 없고 그 사람만 있어''■ 6. 뜨거운 포옹 ''■ 7. 진실과 선택 ''■ 8. 소원 들어주기 ''■ 9. 향기로운 추억 ''■ 10. 궁전으로 가는 길 ''■ 11. 하얀 궁전 ''■ 12. 너 있음으로 내가 있는 거야 ''■ 13.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14. 그리고, 새로운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