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약간 달짝지근한 커피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가 즐겨 찾는 장소는 약간 허름한 듯한 낡은 헌책방. 헌책방하면 생각나는 건, 꾸벅 꾸벅 졸고 있어서 과연 책을 지키고 계시는 건지 의문이 가는 안경 낀 할아버지. 그가 즐겨 찾는 헌책방도 그런 곳이었다.' 먼지 쌓인 책들이 켜켜이 쌓여있고, 책 한권을 빼려면 끙끙거리며 힘들여야 하고, 안경 낀 할아버지가 구석구석 놓아둔 나프탈렌 냄새가 조금씩 자인의 코를 찌르는 곳. 하지만 나프탈렌의 침침한 냄새보다 더 짙은 향내를 풍기는 나무 책장과 빛바랜 종이 냄새가 좋은 곳. 그곳에서 그는 뿔테안경을 낀 책방 할아버지와 몇 분, 가끔은 몇 십 분씩 이야기를 나눈다. 지극히 일상적인 소소한 것들에 관한, 그러나 무척이나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이 그들 사이에서 오갈 때 자인은 그들과 가장 가까운 책장 뒤에 숨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조금 슬퍼지기도 하고, 가끔은 지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