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으면 불행해져.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너무 일찍 죽어. 그게 싫어. 난, 사적으로 얽히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사람이라야 돼.”'준영은 돌아서 은주의 어깨에 손을 올려 품속으로 확 당겼다. 그리곤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화난 음성을 줄이려고 애썼다.'“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어. 누가 그래? 누가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단명한다고 그래?”'“누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 나 스스로가 아는 거야.”'“그렇게 두려워? 그러면 가짜 사랑을 해. 세상을 속이는 가짜 사랑을 하라고. 나 혼자 진짜 사랑을 할 테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의 관심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당신의 눈길을 내게 붙잡아둘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가짜 사랑? 난 그딴 것 몰라. 나에게 관련된 사람은 세 종류야.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그냥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부딪치고 살아야 되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힘에 부치는 관계야. 나에게 가짜 사랑 같은 걸 할 여유는 없어.”'“그럼, 그것도 하지 마. 모든 것은 내가 다 할 테니까 당신은 그 자리에서 도망만 가지 말고 있어. 그러기만 해도 돼. 지금처럼만 않으면 된단 말이야. 지금까지처럼 완전히 무시하지도 못하면서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않으면 난 충분해.”'“까불지 마. 당신, 당신 그러지도 마. 네가 나한테 쓸 수 있는 말이 아냐.”'더 이상 참을 수 없음인지 준영은 은주의 어깨를 거칠게 앞뒤로 흔들면서 소리를 질렀다.'“왜? 왜? 왜!”'둘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 넓은 수성 못 곳곳을 따라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