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큰 키의 남자는 여자의 구두소리가 빌딩 안에 울려 퍼지자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매력적인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또각또각 정확하게 박자에 맞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들리던 구두 굽 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멈춰지자 더 이상 신경을 자극하는 구두소리는 들리지 않아 굳어진 입매가 조금은 풀어지는 듯 보였지만 짙은 화장품 냄새가 그의 높은 코를 자극했는지 코를 씰룩거리며 여전히 인상을 쓰고 서 있었다.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고 자동 벨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여자 역시 엘리베이터에 따라 오르며 꼭대기 층 층수를 누르고 있었다. 곧이어 문이 닫히자 여자의 화장품냄새가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녀가 스카이라운지 층수번호를 누른 걸 보니 찬민 그와 같은 와인 바에 가는 모양이었다.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값나가는 남자를 물어보겠다고 온 모양이지만 싸구려 화장품에 싸구려 구두론 어림도 없다는 걸 모르는지 그녀가 두른 것 중엔 값나가는 것이 단 하나도 없어 보일 정도로 그녀의 모양새는 엉망이었다. 다른 곳에서 스쳐 지나쳤다면 단 1,2초도 할애하고 싶지 않은 여자의 모습이 온통 금색 거울로 장식되어 있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 비춰지자 별 의미 없이 바라보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