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벌써 2년이 흘렀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내게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내 모든 걸 바쳐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끝내 내 외사랑은 끝나고 말았다.

그녀가 사랑했던 이 계절, 바로 그녀가 그토록 좋아했던 라일락이 피는 이 계절이 내게는 지독히도 싫은 계절이 되었다. 자꾸만 그녀가 그리워지고, 그녀가 생각났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녀를 이젠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내 마음 한구석을 꽉 채웠던 그녀를 보내고 내 마음도 텅 비어버렸으니까.

.

.

‘똑, 똑’ 소리가 났다.

익숙한 얼굴이 내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말했다.

“사장님, 오늘 홍 사장님과 점심 약속 있습니다. 준비하실까요?”

“아, 그게 오늘이었나?”

“네. 홍 사장님께서 며칠 전 변경하셨던 날이 오늘입니다.”

“그렇군. 예약했었나?”

“네. 이미 예약은 해놓았습니다.”

“그럼 가지.”

바로 5년을 내 곁에서 한결같이 일해 온 비서, 강리나였다.

나는 여자 비서를 두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똑 부러지는 말투에 채용하게 되었다.

면접을 보러 왔던 그 날, 되려 내게 질문을 하며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사람.

그래서 채용했다. 내 지난 사랑까지 모두 다 알고 있는 비서이기도 했다.

“강 비서는 오늘 일찍 들어가도 돼요. 남편, 생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 기억하셨습니까?”

“당연하지. 강 비서 일은 내가 기억을 잘하는 편이니까.”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사실 반차를 쓰려고 했습니다.”

“근데 말야, 반차라는 게 보통 하루 전에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제가 언제 그렇게 쓴 거 보셨어요? 늘 사장님 일정 때문에 써도 취소한 게 어디 한….”

“오케이! 거기까지, 알겠어요. 내가 결재해 놓을 테니까 나 점심 먹으러 출발하면 가요.”

“감사합니다! 대신, 사장님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준비는 다 해놨습니다.”

“걱정 마요. 홍 사장님하고 오늘 만나는 건 업무적인 부분보다는 그냥 친목이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강 비서의 말에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차에 올라탔다.

강 비서에게 인사를 건네고 약속장소로 가는 길은 다행히 크게 밀리진 않았다.

다만, 차량 통행이 낮에도 많은 곳이라 조금 지연되는 거 같았지만 그래도 약속 시각 15분 정도 전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가서 식사하시고 퇴근하세요. 오늘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하지만….”

“강 비서에게 들었어요. 어머니 생신이라면서요. 나처럼 불효자 되지 말아요.”

나는 운전기사마저 보냈다.

나는 부모님께 좋은 아들이 되어드리진 못하지만 내 주위 사람들은 그러지 않길 바랐다.

그건… 어쩌면 냉정하고 나만 알던 날 변화시킨 2년 전 그녀의 탓이리라.

그들을 신경 쓰고는 있지만, 정은 준 적은 없을 뿐.

운전기사는 기뻐하는 얼굴로 인사를 했고. 나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예약된 상태라 바로 안내를 받았고 조금 있으니 휴대폰이 울렸다.

“네, 홍 사장님.”

“구 사장님?”

“네, 어디십니까?”

“이런 미안하게 됐어요. 오늘 약속 지키기 힘들 거 같아요.”

“예?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음, 이번에 개척한 외국 바이어와의 계약에 살짝 문제가 생겨서 처리하고 가려고 해요. 근데 너무 늦을 거 같아서 차라리 약속을 미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아 저런. 최근에 새로 개척한 곳 말씀이시죠? 처음부터 일이 많았다고.”

“하. 이쪽 사람들이 갑자기 계약 내용을 변경하려고 해서 화상 미팅을 진행해야 해서.”

“이런. 뭐 아쉽네요. 전 도착했지만 홍 사장님이 그러시다니 그럼 다음으로 다시 잡죠.”

“고마워요. 다음에 내가 거하게 살께요!”

“하하하, 그럼 약속 지켜주시면 됩니다! 고생하십시오!”

갑작스러운 약속 취소는 흔한 일이긴 했다. 우리처럼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원래 오늘 약속도 내가 잡았던 것이고, 홍 사장은 원래도 조금 늦추려고 했으니까.

난 결국 일어났다. 넓은 음식점에서 혼자 밥 먹기도 뭐하고 해서 계산대로 향했다.

“아, 사장님. 아니 뭐 필요한 거라도….”

“사장님. 이거 어쩌죠. 오늘 약속이 방금. 취소되어서 가야겠어요. 지금 약속이 깨진 거니 내가 밥값은 계산하고 갈게요.”

“아이고 그러실 필요….”

“매번 여기서 약속 잡고 취소되면 내가 맘이 불편해서 그래요.”

나는 사장에게 말했고 안 받겠다던 사장은 결국 내 의지를 꺾지 못하고 대신 1인분에 해당하는 요금만 받았다. 워낙 자주 오던 곳이라 사장과는 안면도 있어서 불편하진 않았다.

계산을 끝내고 나가려던 나는 급하게 들어오던 한 사람과 부딪혔다.

“엇!”

“엄마야!”

순간적으로 팍 부딪히면서 상대는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기분이 살짝 상해서 상대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는 나를 바라보며 사과를 하는 상대를 보고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어디 다치셨나요? 죄송합니다!”

“주아랑! 너 이 녀석! 또 지각이야?”

“사장님 죄송해요! 그나저나, 저 괜찮으세요? 혹시….”

주아랑이라고 불리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본 내 몸은 굳어지고 말았다.

“저기….”

“아이고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인데 혹시 안 다치셨어요?”

사장의 목소리에 그제야 나는 정신이 들었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서두르지 않으려면 지각하지 않는 게 정답이겠군요.”

나는 나도 모르게 습관적인 발언이 나와 버렸다.

나는 회사에서 지각하는 직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여자는 그저 연신 죄송하다가 꾸벅꾸벅 인사를 했는데 나는 그 여자를 보면서 또다시 한번 말을 잃었다.

“권지아….”

“네?”

“지아… 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잊으려고 애썼던 그 이름. 바로 2년 전 세상을 떠난 그녀의 이름.

지금 내 앞에서 나와 부딪히고 사죄를 하는 그녀는 바로 지아와 꼭 닮은 얼굴이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호… 혹시 어디 아프시거나 하면 제가….”

“아… 뭐 괜찮아요. 이 정도는. 차 사고도 아니고. 근데…. 직원이라면서 지각을 하다니. 사장님 괜찮으신 거죠?”

나도 모르게 그렇게 툭 내뱉었고, 사장님은 그저 웃으며 말했다.

“뭐 가끔 지각은 하는데 일은 열심히 하니까요 하하하, 얼른 들어가서 옷 갈아입어! 사장님 혹시라도 오늘 부딪혀서 다치시면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저희 직원 실수니 제가 다 책임지고….”

“걱정 마세요, 뭐 전 사업하는 사람이니까요. 문제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째서일까, 잊으려고 하는데 왜 너를 닮은 사람이 내 앞에 이렇게 나타난 것일까.

내 말에 그녀는 일단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안쪽으로 사라졌다.

“사장님, 정말 괜찮으세요?”

내 얼굴을 살피던 가게 사장님의 말에 나는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하하, 뭐. 네. 조금… 닮았던 사람이 잠시 생각나서요.”

“아 그러셨구나. 하하하, 그럼 혹 문제 있으면 꼭 제게 연락주십시오. 저 녀석 씩씩하게 일하는데 사실 부모도 없는 애라 사고 치면 수습해 줄 사람도 없으니까요.”

“아… 그래요? 하하, 알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녀가 사라진 쪽을 잠시 본 후 나왔다.

그러나 밖에 나와 차에 올라탄 순간, 그녀의 얼굴이 자꾸 아른거렸다.

“권지아. 이제 너 잊으려고…. 마음먹었는데 어째서 너와 닮은 사람인 거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토록 사랑했지만 결국 떠나보내야 했던 내 마음을 2년간 놓지 못하게 한 사람.

권지아, 그 사람과 닮아도 너무… 아니 아예 똑같이 생긴 거 같은 그녀를 만났다.

잊으려고 마음먹고 내려놓으려는데 다시 눈앞에 그녀와 똑같은 여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녀와 전혀 다른 성격인 거 같지만. 얼굴만큼은 그녀가 자꾸 보이는 그 여자.

나는 한참 동안 차 안에서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내가 사랑했다는 것을 알면서 단 한 번도 내게 사랑을 주지 않은 매정한 그녀.

권지아는 그런 여자였다, 돈 없고 힘없어서 죽어야만 했던 그런 여자.

내 사랑을 받은 대가로 세상에서 눈치 받고 욕을 먹어야 했던 그런 여자.

그런데도 날 미워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나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 다른 사랑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이기적인 사랑으로 그녀를 곁에 두려고 했지만 결국 내게 단 한 번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만에 그녀를 보내려는데 그녀와 똑같은 여자를 보고 말았다.

#1. 과거의 잔재

태성그룹 사장, 구은호. 그는 태성그룹의 후계자이자 사장이었다.

사업수완이 뛰어날 뿐 아니라, 그가 우여곡절 끝에 사장이 된 후 태성그룹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했고 이제는 재계에서 태성=구은호는 하나의 수식어가 되어 있었다.

구은호는 온전히 자신의 능력만으로 후계자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절대 지울 수 없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태성그룹 혼외자의 자식’이라는 것. 즉, 그의 엄마는 태성그룹 회장의 본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태성그룹 회장이 젊었을 때 불같이 사랑하고 버렸던 여인의 아들.

그 여인은 은호를 낳고 은호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모든 것을 지원받을 수는 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초대 태성그룹 회장은 떳떳지 못한 은호의 존재를 유일하게 인정했다.

정작 그의 아버지는 그를 보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라는 한 사람이 갑자기 찾아와 그에게 유학을 가지 않겠냐고 한 것이다. 그때까지도 태성은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믿었다.

엄마는 늘 그렇게 말했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버림받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됨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진짜 입장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할아버지였던 초대 회장의 의견을 따라 군대를 다녀온 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향했다.

다시 돌아온 후 그는 태성 그룹 본처의 아들과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로 들어섰다.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본처의 아들과 할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구은호.

두 사람은 1년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은호가 인정을 받았고 후계자가 되었다.

본처의 아들은 은호보다 2살 어린 동생이었다.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그는 그 이후로 갑자기 사라졌고 소식도 뜸해졌다. 어디선가 잘살고 있겠지…. 하면서 지낸 게 벌써 5년째다.

“사장님?”

은호를 부르는 목소리에 갑자기 정신이 든 은호.

“아… 강 비서 왔어?”

“5분 전부터 불렀는데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5분?”

“네. 저 들어와서 계속 부르는데 멍….”

“내가 언제 멍했다고!”

“아니면 말고요.”

회사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사장인 구은호를 유일하게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 정도로 담대한 사람이 바로 강 비서였다. 그녀에게만큼은 구은호는 무장이 어느 정도 해제된다.

“그거 비서가 말이야. 사장한테.”

“언제는 저한테 사장 대접받는 거 싫으시다면서요. 그 말 꺼낸 지 5년 되셨는데?”

“하… 내가 말을 말아야지.”

“말은 줄이고, 이 서류 검토하고 사인하시면 됩니다. 그게 오늘 일과의 첫. 시작입니다.”

“이리 줘요. 어떤 거죠?”

“홍 사장님과의 거래 건에 관한 수정 계약서하고. 이달 부서별 자금계획서랑….”

“아…. 알겠어요. 내가 훑어볼게요. 어제, 좋은 시간 보냈어요?”

“덕분에요. 나름 반나절이라도 오. 랜. 만. 에! 잘! 보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끊어 말하는 이유는 그간 한 번도 챙겨준 적이 없어서 이리라.

구은호는 피식 웃더니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뭡니까?”

“강 비서 내가 맨날 독차지해서 남편께 드리는 사과 선물?”

“예?”

“이거, 남편이 전에 가지고 싶어 한다고 얘기했다면서요. 아니, 월급도 많이 받으면서 왜 그거 하나 안 사주는 겁니까?”

“아니 이걸 왜 사장님이 사세요?”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것도 있….”

“로망은 무슨. 이거 줬다간 집에 와서 이것만….”

“아 가끔 남자들에게도 동굴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좀 줘요, 거 참 빡빡하게.”

“사장님, 그 로망은요….”

“아 오늘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는데, 잊을 뻔했네. 그럼 이따 봐요?”

강 비서의 말을 막으며 은호가 벌떡 일어나자 강 비서는 불만이 많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은호가 챙겨준 선물을 보더니 픽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이 주셨다고 하면 얼씨구나 덩실덩실 춤추겠네요. 어휴….”

“가끔은 놓아주세요. 잡을 때 잡더라도 놓을 땐 또 놓아주고. 그 성질머리 견뎌주는 남편이 난 더 대단….”

“사. 장. 님?”

“어허 늦었네.”

은호는 그리 말하며 사장실을 먼저 나갔다.

그 모습에 결국 강 비서 역시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렇게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살짝 풀린 사장이 어딨담.”

강 비서는 그리 말하며 안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5년이었다. 길지는 않았지만, 워낙 총명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데 능숙했던 강리나는 처음부터 당돌하게 면접을 봐서 사장을 당황하게 했었다.

그래서 뽑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장의 곁에서 일하면서 지켜온 그 시간.

짧았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구은호라는 사람이 정식 후계자로 지목된 직후부터 쭉 함께였다.

그가 외로운 사랑을 하는 것도 강리나는 쭉 지켜봐 주었다.

타 직원들에겐 마음 넓은 것 같지만 정작 본인 마음은 돌보지 못하는 사장이었다.

리나는 정리를 마치고 나와 최근에 새로 뽑은 비서에게 몇 가지 업무를 지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의 회의가 끝나면 결재할 서류도 꽤 많았고 은호는 종일 바빠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평소와 조금 다른 듯한 모습을 리나는 알 수 있었다.

“혹시, 어제 사장님 무슨 일 있었는지 들은 거 있어요? 주인 씨?”

새로운 비서, 유주인이었다.

“음… 별 건 없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약속은 취소되셔서 바로 댁으로 가셔서.”

“그래요? 홍 사장님하고 약속 취소됐었어요?”

“네 오전에 홍 사장님 비서실에서 연락 와서 저도 알았어요.”

“그랬군요. 홍 사장님 바쁘신가 보네. 그나마… 우리 사장님께서 맘 여는 유일한 거래처의 사람인데 말이죠.”

“안 그래도 비서분이 강 비서님 찾으셨는데 일찍 퇴근하셨다고 하니까 약속 다시 잡으려고 오후에 전화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고마워요. 일단 그럼 아까 내가 준 파일 좀 이따 오후 4시 전에 정리해줘요.”

“알겠습니다.”

그 시간, 은호는 임원들과 최근 회사에서 추진하는 몇 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PPT를 듣고 있었다. 이번에 홍 사장 회사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몇 개 있었다.

그중 가장 수익률이 뛰어나면서도 최대한 투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몇몇 부서에서 준비된 발표를 오늘 회의 때 함께 듣는 것이었다.

이사진들은 대부분 은호가 후계자가 된 이후, 그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은호를 여전히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 은호가 신경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시장성이 이런 점에서 뛰어나다. 그렇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은호는 집중해서 들은 후 마지막 PPT까지 마무리하고 나서야 한결 개운한 기분이었다.

“잘 들었습니다, 마케팅팀과 영업팀 그리고 홍보팀에서 준비한 부분들은 먼저 저희 임원들과 홍 사장님 측의 담당자들과 함께 검토하고 다시 결정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은호의 말을 마지막으로 2시간여의 회의가 끝났다.

다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려는 그때 한 50대 정도의 이사가 다가와 말했다.

“사장님.”

“아, 고 이사님. 무슨….”

“잠시 따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요?”

“네, 조금 신경 쓰셔야 할 부분일 거 같아서 말입니다.”

“아… 그럼 회의실에서 마저 할까요. 아니면 제 사무실….”

“다 나갔으니 여기서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무슨 일이십니까?”

고정호 이사. 올해 나이 50대 후반으로 회장이었던 할아버지의 충복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회장이 은호를 지원할 때부터 은호의 곁에서 그를 도와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