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내, 계집이 되다.

새벽녘 미명, 하루의 일과는 가슴을 단단히 묶어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젠장, 이 쓸모없는 것은 왜 이렇게 자라는 거야?”

한 해가 다르게 훨씬 꼼꼼해져야 했으며 더 많은 천이 필요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출사도, 명성도, 가문의 명예도 다 이뤘을 텐데….

10년을 사내로 살았지만 결국 사내처럼 살기 위해 애쓰는 계집일 뿐이었다. 신경질적으로 옷고름을 묶던 손이 멈췄다.

“인제 와서 계집이 되어 혼인하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고 분통한지 자윤은 주먹으로 서안을 내리쳤다.

어제저녁.

“지금, 저더러 혼인하란 말씀입니까? 할머니?”

되물어 보면서도 자윤은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그래, 자윤아! 이젠 그리하자.”

자윤이라…….

자윤은 너무 오래되어 예전 자신의 이름임을 간신히 기억해냈다.

“무슨 말씀입니까? 할머니, 전 도윤입니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얼굴로 자신의 말을 정정하는 손녀의 모습에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자윤아, 이젠 그만하자. 그만해도 돼!”

“뭘 그만하라는 말씀입니까? 아버님께서 들으시면 큰일 나겠습니다.”

“…네 아빈, 이제 사람도 제대로 못 알아본다.”

“그 말씀은…?”

“병이 깊어질 때로 깊어졌어.”

“아침 인사 할 때만 해도 절 알아보셨습니다.”

“네 오라비의 이름만을 부르는 것뿐이다. 도윤이에 대한 집착이 심했으니까. 그 불쌍한 놈이 제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도윤이와 꼭 닮은 널 아들로 키웠다는 걸 너도 알지 않니?”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저는 어디에도 없어 서글퍼졌다.

“네가 혼란스럽다는 것 안다. 이제야 이런 말을 하는 이 할미를 용서해다오.”

“도윤이로 사는 것,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대로 살게 해주십시오.”

“안 될 말이야. 지금의 모습으론 사내라 할 수도 없겠다. 금세 들키고 말게야. 그동안은 네 아비의 병세가 심해져 내 암말 안 했다만은, 더는 두고 볼 수가 없구나. 더 늦기 전에 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너라. 네겐 계집의 삶이 가장 안전하고 편할 것이야.”

“10년을 사내로 살았습니다. 계집의 삶 따위는 모릅니다.”

“그렇다 해도, 넌 계집이야. 출사할 수도, 가문을 알릴 수도 없지…. 내 말이 틀렸느냐?”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진실 앞에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었다. 자윤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혼인은, 하지 않겠습니다.”

“청혼서가 왔다! 허혼서까지 보냈으니 그리 알아!”

할머니는 선언하듯 단호히 내뱉었다. 자윤은 잠시 얼이 빠진 모습으로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체 높은 가문이다. 도윤이를 대신해서 네가 우리 가문을 일으켜다오.”

문을 박차고 방을 나서는 자윤의 뒤로 할머니의 말이 꽂혔다.

“망할!”

“소리가 큽니다. 괜한 소리 듣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사내가 자윤의 말을 저지했다. 짙은 눈썹에 깊게 팬 상처가 그의 눈매를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넌, 알고 있었어?”

“……매파가 다녀갔습니다.”

“왜 말 안 했어?”

“노마님께서 절대로 발설은 금한다 하셨습니다.”

“네 주인이 누군지 드디어 밝혀지는구나?”

“도련님!”

“썩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용서하십시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바로 부복하며 고개를 숙이는 율을 보던 자윤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그저 힘없는 저를 지키려 했을 뿐이라는 것을 자윤은 잘 알았다.

“……괜한 성질을 부린 거야. …그냥, 잠시 서러웠나 보다. 껍데기 같은 인생에 무슨 미련이 남느냐 하겠지만, 난 진심이었거든.”

“껍데기 같은 인생 아니셨습니다.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건, 이놈이 가장 잘 압니다.”

다급히 말을 잇는 율의 모습에 자윤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말주변 없는 율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였다.

“…그래, 고맙구나. 좀 위안이 된다. ……그나저나 정말 내 모습이 도윤과 달라졌어?”

“어릴 적 도윤 도련님의 모습만 봐서 이놈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제 내가 계집으로 보이는 거냐?”

자윤이 얼굴을 디밀자 놀란 율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자, 잘 모르겠습니다.”

“역시 할머니께서 괜한 트집이시구나.”

깊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키는 자윤의 모습을 슬쩍 올려다보던 율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 스스로는 모르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마치 다 익은 열매에서 탐스러운 목화솜 꽃이 터지듯 뽀얀 살결에 검은 먹으로 색을 입힌 듯한 머리카락과 눈동자, 붉디붉은 입술까지…. 아마 여인으로서의 모습을 본 사내들이라면 너도나도 청혼서를 들고 왔을 것이다.

“…혼인, 하실 겁니까?”

마음속에 묵혀두었던 말이 붙잡을 새도 없이 입술을 움직였다.

“나에게 선택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사내가 된 그때도, 계집으로 살라는 지금도, 나는 없다. 저 작은 별들도 자신의 빛을 발하는데, 난 그조차도 없어.”

때마침 부는 바람 속으로 그녀의 말들이 흩어졌다.

“…….”

“나도 잘 모르겠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 오늘은 이만 자야 할 것 같다. 너도 들어가거라.”

“네. 쉬십시오.”

침울하게 방을 들어서는 자윤의 모습이 마음이 아파 율은 문이 닫힌 후에도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남태신 네 이놈! 언제까지 빈둥거리기만 할게야?”

이조판서 남인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온 집안을 울렸다.

“지금 몇 시인 줄이나 아십니까? 아침나절부터 집안사람들 속 시끄럽게….”

태신은 어제도 늦도록 마신 술이 아직도 안 깬 모습으로 제 방에 있는 영창을 열어젖혔다.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집안에서 나만큼 속이 시끄러운 사람이 있다면 나와보라 해! 하나 남은 아들놈이 이 모양 이 꼴인데 내가 어찌 조상님의 얼굴을 뵐 수 있으며,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단 말이냐!”

“그 정도 성량이면 충분히 주무시고도 남으셨겠소!”

“뭬야? 이 썩을 놈이 뚫린 입이라고!”

인수는 어느새 방문을 열고 들어와 널따란 아들의 등짝을 후려쳤다.

“악! 아버지!”

“성균관에 들어가 어째 잘 있는다 싶었더니 왜 또 기어 나와서 이 꼴이야? 출사는 정말 안 할 셈인 게야?”

“무과는 절대 안 된다고 결사반대를 하시니 그런 거 아닙니까?”

아직도 얼얼한 등을 어루만지던 태신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다가 슬쩍 아비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인수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

“그 이야긴 이미 끝났어! 더는 거론치 말라 했을 텐데!”

단호히 말을 뱉는 인수의 표정은 고통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왜구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채 돌아온 큰아들의 주검이 눈앞에 어리자 인수는 그만 눈을 꾹 하고 감아버렸다.

첫째 아들 남태성은 문무를 겸비한 인재였다.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중 돌연 무과시험에 급제하더니 왜구의 침입이 잦은 곳으로 지원하여 크고 작을 공들을 세웠다. 승승장구하는 그를 시기하는 무리가 늘어났고, 결국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난 형과는 다릅니다. 아버지, 명줄이 그 인간과는 다르단 말입니다. 절대로 그따위로 죽어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걱정하는 것이다. 그 불같은 성정으로 태성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놈들을 가만두지 않을까 봐서……, 너마저 잃을까 봐!’

지금은 태성의 죽음에 억울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나 남은 아들을 지켜야 했다.

“아무튼, 안된다면 안 돼! 넌 덩치만 산만 하지 손기술도 없고 주의력도 부족해서 도움이 되긴커녕 피해만 줄 거다. 두 번 다시 가문을 먹칠하게 두지 않아!”

“아버지! 정녕 이대로 계실 겁니까? 형의 죽음을 저대로!”

“전사한 것이다. 전투에서는 피할 수 없는! 그러니 네 형 일은 다시는 거론치 마라!”

인수는 벼락같은 소리로 말을 끊었다. 태신은 솟구쳐 오르는 화를 주먹을 꽉 쥐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버지야말로 형의 죽음을 누구보다 원통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까닭이었다.

‘노친네, 형 시신 앞에서 눈물조차 보이지 않았지. 저 속이 얼마나 시꺼멓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난 원망만 해댔고….’

태신은 눈언저리가 붉게 물든 아비의 얼굴을 모른 척하며 바닥에 털썩 앉았다.

“아이고 내 귀청이야! 안 그래도 머리가 깨질 듯한데….”

“술이나 퍼마시니 몸이 그 모양이지. 내 뒤를 이어 이 집안을 지켜야 하는 놈이 허구한 날 술이나 처마시니!”

“내가 뒤를 왜 잇소? 아버지가 아직 이렇게 정정한데!”

“뭐? 이, 이노무 새끼가! 늙은 아비 등골을 빼먹는 것도 염치가 있어야지.”

인수의 억센 손바닥이 다시 태신의 등짝을 내리쳤다.

“악! 아프다고요, 아버지! 아니, 도대체 왜 그 진흙탕으로 절 처넣지 못해 안달이신 겁니까? 아버지께서도 그리 끔찍해하면서…!”

“누, 누가 끔찍이 여겨?”

“대제학 나리께서 파직당하셨다 들었습니다. 지금 그것 때문에 천불이 나는 것 아닙니까? 점점 똥물이 되어가는 정치판이 아니꼽고 눈꼴시려 등청도 거부하신 거고요”

자신의 마음이 고스란히 꺼내진 것 같아 뜨끔해진 인수는 헛기침으로 무마했다.

“등청을 거부하다니, 어찌 그리 경을 칠 말을 하는 게야! …나,는 고뿔에 걸려, 콜록콜록…….아무튼, 시끄럽고. 널 어찌해야 할지 내 고심하다가 내린 결정이니 그리 알아.”

“또, 무슨?”

“준비되었느냐?”

태신의 불안한 표정에 인수는 답 대신 방문 밖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장정 여러 명이 한 소리로 대답하며 우르르 몰려왔다.

“이건 또 뭡니까, 아버지?”

방마다 들어선 장정들을 둘러보며 태신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눈을 부라렸다.

“혼인해라. 망나니 같은 널 길들일 방법은 이 길밖엔 없겠다. 허혼서가 왔으니 날짜만 잡으면 된다. 그때까진 어디 나갈 생각 말아!”

“이,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혼인이라니요? 노망이라도 나신 겝니까?”

“저, 저런 쳐 죽일 놈! 쯧쯧쯧 언제 인간이 될는지! …네 놈도 부인이 생기면 좀 낫겠지. 아무튼, 한 발자국도 나갈 생각 말아! 내 이번엔 힘 좋은 놈들로만 골랐으니, 서로 힘 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고!”

인수가 크게 혀를 차고는 방문 밖을 나오자, 장정들이 따라나서려는 태신을 막아섰다.

“나 같은 놈에게 시집오겠다는 처자가 있단 말입니까?”

“알고 있다니 다행이다. 이놈아! 네 놈 때문에 퇴짜 맞은 데가 한양 도성에 수두룩 빽빽하다. 그러니, 네게 시집오는 그 여인에게 큰절이라도 올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태신을 뒤로 하고 인수는 곧 볼 며느리 생각에 빙긋 웃었다.

“이, 이러는 것이 어딨습니까? 아버지! 아버지나 장가가시지. 애먼 내게 무슨 화풀이랍니까?”

“저, 저 염병할 놈! 에이, 상종도 못할 놈! 문을 걸어 잠그고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게 해!”

입으로는 욕을 내뱉으면서도 문이 닫히자 안을 이리저리 살피는 인수에게 늙은 하인 길삼이 다가왔다.

“대감마님, 분부하신 일들을 다 했습니다.”

“그래, 백화에겐 연통을 넣었고?”

“네, 아마 답이 곧 올 겁니다. …그런데, 대감마님, 결국 보내실 거면서 왜 이런 준비까지 하신 겁니까?”

길삼의 물음에 인수는 수염을 어루만지며 긴 한숨을 쉬었다.

“그래야 이놈이 성균관에 기어들어 가지 않겠느냐? 그래도 서방이 될 자가 글 좀 읽는다 해야 며늘아기에게 면이라도 서지.”

“정말 혼인을 시키실 생각입니까? 떠도는 소문이 그리 좋진 않습니다. 아직 신부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매파가 고개를 갸웃거리더이다.”

“우참판 어머니께서 어릴 적부터 알던 집안이라 하니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좀 기다려보자. 무슨 사정이 있겠지.”

“네, 대감마님. 아이고, 이놈이 깜빡했습니다. 지금 우참판 대감께서 병문안 차 오셨습니다.”

“뭐? 어이쿠, 그 고지식한 양반이 진짜 내가 고뿔에 걸렸다 여기시는구나. 어서 가자, 술이나 거나하게 대접해야겠다.”

사랑채로 향하는 인수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마치 구름이 모여드는 모습이라 하여 붙여진 운종가의 가장 중앙에 춘몽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양의 일류기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사시사철 주야장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제 도련님 그만 괴롭히고 물러들 가거라.”

춘몽각의 모든 기녀가 모인 듯 웃고 떠드는 소리가 담 밖을 넘을 정도인 방문을 열며 홍련이 입을 열었다.

“이제 막 재미있을 참이었는데, 귀신같이 알고 오신다니까, 언니는….”

입을 쭉 내민 채 투덜거리긴 했지만, 누구 하나 지체하는 이가 없었다.

“그댄 어찌 그리 내 맘을 잘 알까? 안 그래도 부를 참이었네. 홍련이.”

기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사내가 화사한 얼굴에 미소를 담으며 그녀를 반겼다.

“표정은 그렇지 않으나, 이년은 모르는 척하겠습니다. 백화 도련님.”

자색 저고리가 잘 어울리는 홍련이 잰걸음으로 다가와 조심스레 자리했다.

“그럴 리가! 수백 명이 온다 한들 자네만 하겠나? 게다가 서서히 피곤해지던 참이었네.”

“매번 계집에겐 관심도 없으시면서 기루엔 제집 드나들 듯하시니, 피곤할 만하시지요.”

“이거 왜 이러나? 난 그대 하나만 보러 오는 거 알면서…, 그리 말하면 내 서운하이.”

“이년이 아니라 이년 입이겠지요.”

홍련이 술 한잔을 따르며 그의 속내를 다 안다는 듯 빙긋 웃어 보이자 백화도 술을 따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 무슨 섭한 소리인가? 자네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주는 줄 아는가? 덕분에 책이 이리 잘 나왔어. 내 자네에게 먼저 주려고 아직 아무에게도 안 줬네.”

홍련은 백화가 주는 서책을 받아 죽 훑어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연이 이어지지 않았네요.”

“연이라는 게 항상 이어지란 법 있는가? 다른 작가들이 좋은 결말을 내고 있으니 나는 차별점을 둔 걸세.”

“⋯아직 원망하고 계십니까? 어머님을요?”

안타까운 표정으로 홍련이 조심스레 물었다. 술을 마시던 백화의 손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용서하시지요. 이년이 입을 잘못 놀렸습니다.”

아까와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냉랭해진 백화의 표정에 홍련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했네. 내 다시는 자넬 찾지 않을 뻔했어.”

“제가 다시는 그 말을 입에 담으면 이년, 사람이 아니라 짐승입니다.”

“하하하, 그대는 짐승이라도 아름다울 걸세. 그래, 오늘은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려는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백화는 다시금 화사한 미소를 머금었다.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씀 잘도 둘러 하십니다. …요즘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요사이 여인들의 실종사건이 종종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흐음, 일전에 한 번 들었던 적이 있었네.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던가? 포도청에서 움직이는 기미가 보이긴 하고?”

“그럴 리 있겠습니까? 먼 지방에서부터 이 근방까지 실종에 대한 청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모양이지만, 포도부장이라는 자는 아까까지만 해도 술을 처먹고 있더이다. 양반네 애기씨가 실종되어야만 움직일 모양인지 원.”

홍련은 속이 상한 듯 강하게 혀를 차다가 가만히 술잔에 입을 대는 백화를 보고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