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 아니 안 해!”'한적한 카페 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날씨였다. 하늘은 누군가 말했듯이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다. ‘어떻게 저렇게 하늘이 파랄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할 틈도 주지 않고 다짜고짜 카페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무턱대고 자신의 말만을 해 버리는 이 남자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듯이 보고 있던 책을 ‘탁’ 소리가 나게 덮어버리고는 곧 가방에 책을 챙겨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현서였다.'“잠깐,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무슨 말이 더 필요한데? 난 더 들을 말 없어!”'자리에서 일어난 현서의 손을 빠르게 잡아서 다시 앉기를 요구하는 남자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누구하나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의 외모, 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재능. 현서가 몇 년 동안을 마음속으로만 품어온 사람이었다. 그것을 알아줄 리, 없었지만.'결국 현서는 당당해 보이면서도 부탁한다는 듯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남자 때문에 다시 자리에 앉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할 말이 있으면 더 해보라는 식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진짜. 정말로 마지막이야. 더 이상 이런 부탁 안할게.”'“언제는 부탁이었어? 강요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