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모래를 사랑하는 쪽빛 바다가 긴 혀를 날름거리며 지분거렸다. 종억은 칠십층 높이로 쌓아 올린 빌딩 안에서 그 모습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그 파도의 물살은 애원과 애정의 힘을 빌려 딸에게 다가가려는 자신과 모습과 매우 닮아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정지된 채 세상에 흡수되지 못하는 딸의 모습처럼 황금빛 모래사장은 밀려가는 파도를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았다. 온기를 지녔지만 딱딱하게 굳어 버린 입가로 오렌지 빛 노을이 붉은 열기를 묻히고 흩어져 내렸다.'“당신 심장은 제발 새것으로 교체해 달라고 야단법석이라고.”'“알고 있네.”'아릿한 슬픔이 배어나는 입매가 다시 단단하게 움츠러들었다. 구 년 전 트럭 공장에서 해고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 홧김에 그가 타고 있던 리무진 지붕을 대형 트럭으로 깔아뭉갰었다. 그 바람에 생과 사를 오가던 그의 심장은 제 기능을 상실하고 하루하루 바늘 끝에 서서 위태로운 춤을 추고 있었다.'“마이애미에 온 김에 나한테 들리게나. 나는 오늘 남자한테 바람맞고픈 생각은 없다는 것만 잊지 마.”'“바로 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