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아! 어디 있냐? 이 년이 도대체 어디를 간 거여?”'점심때가 지나도록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는 딸 년 때문에 순박네가 커다란 소리로 연신 흥분이를 불러 젖혔다.'“혼자 있기 심심허닝께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나갔겄제.”'출출한 배를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로 채우고 있던 흥분이의 아버지 노갑술이 손으로 가져간 김치 한 쪼가리를 우적우적 씹어댔다.'“정신 나간 년! 삼복더위에 얼라를 업고 뭐 하러 기어 나간다요?”'틈만 나면 콧바람을 쐬고 싶어 안달하는 딸 년 때문에 순박네는 푹푹 찌는 더위만큼 속에서 부글부글 열이 끓어올랐다.'“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년이 때가 되면 밥상을 챙길 줄 아나, 그렇다고 밭일을 제대로 거둘 줄 아나?”'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대충 탈탈 털어내던 순박네는 부엌으로 들어가 전기밥솥에서 퍼 담은 밥 두 공기와 상추, 풋고추 등을 된장과 함께 상 위에 내왔다.'“동네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가 부렀으니 심심할 만도 허제.”'마누라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며 노갑술이 은근슬쩍 흥분이 편을 들었다.'“어무니! 언제 들어왔소?”'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갓난쟁이 동생을 등에 들쳐 업은 흥분이가 툇마루에 걸쳐 앉아 늦은 점심밥을 챙겨 먹고 앉아있는 노갑술과 순박네에게 일부러 생글거리며 눈웃음을 쳤다. '“이 년아! 어딜 나갔다 이제야 기어 들어오는 것이여? 밥 때가 되었으면 새참 내와야 될 거 아니여?” “시내로 이사 간 소라네 집 구경 좀 혀느라고…… 어찌나 집이 좋던지 고거 구경 하느라고 나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당께. 참말로 미안하게 됐당께요.” '“밥 안 먹었으면 싸개 챙겨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