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여덟 살의 하나는 뜨거운 한여름의 태양빛을 받으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댄스음악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화장기 하나 없는 뽀얀 얼굴에 하나로 질끈 묶은 긴 머리칼이 단정해 보였다. 분홍색 반팔 티셔츠와 빛바랜 청바지를 입고 등 뒤로 진한 밤색의 가방을 멘 채 가슴에는 누런 서류봉투를 안고 있던 하나는 때마침 저만치서 다가오는 버스를 발견하고 한 발 앞으로 나서서 버스의 번호를 확인하려 애썼다. '한참을 뚫어져라 버스를 바라보던 하나는 그것이 자신의 기다리는 버스가 아님을 확인하고 낮은 한숨을 토해내며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가슴에 안고 있던 누런 서류봉투를 내려다보았다. 'K대학의 생물학과 교수로 계시는 아버지 건구가 오늘 꼭 필요한 중요한 자료라면서 하나에게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 자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