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아침에 눈을 떠 일터로 나오면서 계속 현주는 회색빛으로 우울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쳇. 왜 오늘 같은 날은 해도 안 나오냐. 정말 우울하네.’ ''오늘은 현주의 스물 두 번 째 생일날이었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가족이 없다는 것은 아무리 씩씩한 그녀라도 우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런 마음을 하늘도 아는지 하늘은 우울한 자신의 색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현주는 푹 가라앉은 마음과 몸을 억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처럼 우울한 날은 집에서 자는 게 최고지만 생일날까지 집에서 뒹굴 거리는 게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성철이 만나자고 하기는 했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거절한 탓에 오늘은 고스란히 혼자여야 한다. ''‘일이나 좀 해야겠다.’''현주는 이리저리 눈을 움직이며 무작정 거리를 걷다 괜찮은 목표물을 발견했다. ''‘빙고. 좀 있어 보이는데.’''목표를 정한 현주는 발걸음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 구역에선 알아주는 실력이라 자부하는 그녀였다. 그리고 늘 그렇듯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다가가 슬쩍 몸을 밀었다.''[툭.]''“아.”''“아.”''현주의 손이 웬만해서는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고 조심스럽게 남자의 주머니에서 빠져 나왔다. 남자는 자신에게 부딪쳐 오는 사람에게 인상을 쓰며 돌아 봤다. 그런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현주가 부딪힌 것에 기분이 나쁜 듯 돌아보았다. 가벼운 마찰이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뭡니까? 눈은. 아, 괘, 괜찮습니까?”''짜증스러움을 가득 담았던 남자의 얼굴은 현주를 바라본 순간 부지불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짜증이 가득했던 자리에 약간의 홍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현주는 그런 그의 표정에 만족해하며 미안함을 잔뜩 담은 미소를 그에게 보였다. 그런 현주의 미소에 그의 얼굴은 더더욱 붉어졌다''“네,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아, 아닙니다. 살짝 부딪힌 걸로 다치다니요.”''“다행이네요. 그럼.”''여자는 꾸벅 고개를 한번 숙이고 남자를 지나쳤다.''“아, 예에.”''여자가 지나쳐가자 남자는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을 하며 애써 몸을 돌렸다. 현주는 그런 그의 모습을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다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품안에 있는 지갑만을 생각하며 돌아섰다.' '''''[쏴아.]''현주는 좀 전에 자신의 손 안으로 들어온 지갑을 품에 안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 뚜껑을 내려 그 위에 앉고 오늘 자신의 수입을 가늠하고 있었다.''‘이것 봐라. 보기보다 꽤 있는데. 오늘은 접어도 되겠다. 아니, 오늘 운도 좋은 것 같은데 한 건만 더 할까?’ ''현주는 조금 전 예상 외로 짭짤한 수입에 입맛을 다시며 돈이 든 가슴을 쓰다듬어 보았다. 그리고 더 이상 현금이 없는 지갑을 화장실 쓰레기통에 던지며 나왔다.''‘하. 이제 어디로 갈까.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갈까? 아님, 영화라도 보러 갈까?’'' 정처 없는 발걸음. 현주는 그저 발길이 닿는 데로 걷다 배가 고프면 아무데나 들어가 간단한 것을 먹고, 해가 지고 어둠이 온 세상에 내려앉으면 무거운 발걸음을 방 한 칸짜리 작은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 세상에 가족도 피붙이도 하나 없는 그녀는 벌써 이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많았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무어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주는 자신이 이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자 오늘 같은 날 혼자여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생각에 다시금 우울해진 마음을 애써 털어내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현주는 무거운 발걸음을 애써 지우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 한탕의 표적을 눈으로 고르고 있었다. 왠지 남들의 주머니를 털고 나면 우쭐해지는 기분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럼 그 순간만이라도 기분은 좋았다. 현주는 우울한 마음을 그런 우쭐함으로 달래려는지 다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저기 있다.’''마지막 표적을 고른 그녀의 표정엔 사뭇 흐뭇함과 장난기가 엿보였다. 잘생긴 남자였다. 아직 거리가 너무 멀어 얼마나 잘 생겼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보이지 않지만 큰 키에 다부져 보이는 몸을 가진 남자였다. 현주는 자신 또한 큰 키라 자신의 움직이는 손을 좀 더 편하게 하기위해 이왕이면 상대도 키가 큰 사람을 선호했다. 현주는 모자를 더욱 눌러쓰며 상대방이 눈치채지 않게 표적의 근처로 방향을 조금씩 옮겼다.''‘지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