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몰려온 비구름이 동쪽 하늘을 제비떼처럼 까맣게 수놓았다. 하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왁자그르르한 도성의 중앙로는 청명했다. 너무도 맑은 하늘에 온갖 소리도 부딪혀 깨질 듯한 눈부신 날이었다. 평소에는 한창 빨래 널기에 바쁠 동네 아주머니들도 다시 못 볼 구경에 가까스로 사람들 사이에 몸을 끼워 넣고 있었다. ' “이게 무슨 소란이래.”' “그러게 말이야, 오늘 나라님이 장가라도 가시는가?”' “나라님이 장가를 가시면 우리가 벌써 알았지. 그리고 이미 황후가 계시잖여.”' “그럼 대체 누구 혼사이기에 이리 거해?”' 점점 다가오는 풍악 소리에 눌려 사람들의 궁금증 어린 말들이 제대로 된 소리를 이루지 못하고 웅성거림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저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흥겨운 아이들만이 소리를 꽥꽥 지르며 뛰어다녀서 사람들의 혼을 더욱 빼놓았다.' “못 들었는가? 대장군이 이번에 장가를 가신다던데.”' “드디어? 경사구만, 경사야. 안 그래도 대장군께서 혼례를 아니 올리셔서 내가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몰라.”' “아니, 장군님이 혼례를 치르지 않는다고 솔이 어멈이 왜 속을 끓여?”' “아, 에 그……, 그 훌륭하고 좋으신 분이 혼기가 찼음에도 장가를 안 가는데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을 해야 마땅하지.”' “그게 아니겠지……. 솔이가 후 님을 한 번 보고 앓아누웠다지? 상사병(想思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