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깜깜한 밤이었다. 그날 밤은 유독 달이 밝아서 커튼 사이로 수정의 미간에 잡힌 주름까지 보일 정도였다. 사실 김기태, 그가 뚫어져라 그녀를 보고 있어 가능할 일일 것이다. 그가 침대에 누워 있는 수정의 이마와 미간을 하나, 하나 매만지다 볼을 스치고 있을 때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윽…!”

“다행히 안 다쳤네.”

“기, 기태 형님!”

“조용히 해, 자고 있는 거 안 보여?”

“악!”

사내가 기태의 발에 채여 소리를 지르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부스럭, 수정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그가 바로 고개를 돌려 수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민현아….”

수정이 웅얼거리는 소리에 기태가 으득, 하고 이 가는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에 사시나무 떨 듯 떠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기태만큼이나 덩치가 컨 요 녀석이었다.

‘형님은 왜… 김기태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하시고!’

사내는 기태의 눈빛을 보고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었다. 돈을 받고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하는 그도, 그 일만 벌써 8년째인 사내도 기태를 보면 오금이 저릴 수밖에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형님. 저도 도끼파 형님께서 시키셔서 온 겁니다. 형님이 아끼신 분인 줄 몰랐습니다. 한번만 봐주십쇼, 네?”

다른 이도 아닌 해룡파였다. 조폭의 영향력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낸 종파… 이제는 조폭이 아닌 대한민국 대기업 Z기업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작자들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나 정도면 우습게 없앨 수 있는….’

사내가 벌벌 떨며 어떻게 빠져나갈까, 문 쪽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자신을 따라온 풋내기 조폭들은 이미 꽁무니를 뺐는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 자식들이….’

그때, 기태가 수정이 깰까 한눈을 팔고 있었다. 사내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까 싶어 앞으로 기어나갔다.

‘저것만… 저것만 손에 쥐면…!’

사내의 눈앞에는 작은 가위가 놓여 있었다. 3단 높이의 서랍장 위에 놓인 가위, 저것만 손에 넣는다면 밧줄을 끊어 도망갈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다시는 여기 오나봐라! 빚을 안 갚는 여자네 집에 들어가 금은품이라도 훔쳐오라고 해서 온 건데, 하필이면 해룡파 부두목이랑 마주치다니… 게다가 저 여자는 와또이 외동딸이잖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대한민국은 몰라도 Z기업은 아는 외국인이 넘쳐났고, 와또이는 우리나라 즉석식품, 냉동식품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식품회사였다.

‘우리 형님이 밥을 잘못 먹고 체하셨나! 어쩐지 재벌 돈을 훔쳐서라도 가져오라고 하더라….’

사내가 서랍장 앞에 도착해 부들부들 떨며 일어서려는 때였다.

‘좀만, 좀만 일어서면…!’

그때 사내의 머리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뭐하는 거지? 지금?”

“형, 형님…!”

어느새 기태가 다가와 크고 두꺼운 손으로 사내의 머리를 움켜잡고 있었다.

“잔챙이들 보냈다고 너까지 보낼 것 같나?”

“형님, 살려주십쇼. 저는 와또이 외동딸인지 모르고 왔습니다. 도끼파 큰형님아시죠? 와또이가 형님한테 몇 십억을 빌렸는데 잠수를 탔다고 해서….”

“그래서?”

“저희 형님도 기태 형님께서 아끼시는 분인지 몰랐을 겁니다. 이제 저, 절대 손 안 대겠습니다!”

사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자, 기태의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몸은 사내에게, 신경은 온통 수정에게 쏟아져서인지 기태의 입이 열릴 생각을 안 했다.

“으음… 민현아….”

다행히도 수정은 잠꼬대를 하는 듯 뒤척이고 있었다. 덕분에 기태의 눈빛에 형형하게 잡힌 살기도 점점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듯, 기태가 거칠게 사내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도끼파도 알 텐데? 내가 몇 십년동안 와또이 근처만 서성이는 거.”

“당, 당근 알죠. 근데 제가 와또이 외동딸 얼굴을 어떻게 압니까. 대표들은 뉴스에 몇 번 나와서 알지만….”

“….”

“형, 형님이 와또이 망하게 하신 겁니까?”

“뭐?”

“저희같이 멍청한 놈들도 와또이 카레가 없어질 거라는 말은 들어봤습니다. 어떻게 재벌들이 도박으로 망해서….”

순간, 기태가 사내의 양쪽 볼을 세게 움켜잡았다. 갑자기 상체가 들어올려진 사내가 놀랐는지 숨을 헉, 하고 내쉬다 멈추고 말았다.

‘뭐… 뭐 생긴 게 저래?!’

사내도 험상궂게 생긴 놈들은 한 트럭 만났었지만 기태는 달랐다. 마음만 먹으면 사내를 한 손으로 짓이길 것 같아 사내가 숨을 아주 작게 쉬었다. 거대한 늑대 앞에서 조그마한 쥐새끼라도 된 듯 본능적으로 기척을 숨기려 했던 것이다. 기태도 겁먹은 걸 눈치챘는지 사내에게 천천히 다가가 속삭였다.

“도끼파한테 전해. 또 이런 짓을 했다간 콘크리트로 묻어버릴 거라고.”

“네, 네. 알겠습니다!”

사내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기태가 손을 놓았다. 사내가 털썩 주저앉자 기태가 어두운 현관 쪽으로 눈짓을 보냈다. 기태의 명령에, 숨소리 하나 내지 않던 장정 서넛이 나와 사내를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형, 형님 저 살려주시는 거죠? 네?”

사내의 목소리가 커지자, 기태가 인상을 썼다. 장정 서넛이 어둠 속에서도 언짢은 기척을 눈치챘는지 서둘러 사내의 입을 막았다.

“으, 읍!!! 읍!! 으으읍!!”

사내가 버둥거리며 현관문을 나서자 그때가 돼서야 기태가 미간에 준 힘을 풀었다. 수정이 인상을 쓰며 뒤척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다정하게 머리카락을 쓰다듬기까지 하였다.

“수면제를 먹고 자서 다행이네.”

기태의 얼굴위로 옅은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그래도 안 먹는 게 더 나을 텐데. 너무 오래 먹는 거 아닌가?”

마치 수정과 대화를 나누는 듯 혼잣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다 금방이라도 울 듯 눈을 꽉 감아버렸다.

“일부러 들어온 거 아니야. 나는 네가 다칠까봐….”

기태는 살기를 내뿜던 때와 다르게, 수정의 집에 들어온 것만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들어오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싫어할까봐 복도에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 모습을 수정이 알까봐, 나중에 알아챌까봐 불안한 모습이었다. 아이같이 떨리는 눈동자를 하던 그가 이 기회가 아니면 없을 거라는 듯, 수정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매만졌다. 하얗고 긴 손가락과 큐빅이 박힌 네일이 화려하게 장식된 손톱을 바라보던 그가 망설이다 손을 놓았다. 그리고 몇 번이나 손을 쥐었다 펴며, 남아있는 수정의 온기를 느꼈는지 모른다.

“…잘 자, 수정아. 다음에는 이렇게 보지 말자. 내가 노력할게.”

마음 같아서는 손을 뻗어 온몸에 입을 맞추고, 가녀린 목에 얼굴을 묻은 채 그녀의 체취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었지만 그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러고 있는 걸 알면 소름 끼치겠지.’

기태가 쓴 미소를 지은 채 등을 돌리자 대형견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든 채 다가왔다. 우유처럼 하얀색의 리트리버가 그를 자주 마주봤다 듯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유야, 오랜만이다?”

기태는 그녀 대신, 하얀색 개 한 마리를 꼭 안아주었다. 그러자 우유라고 불리던 녀석이 방방 뛰며 기태의 옷자락을 끌고 가는 것이었다.

“…뭐 하는 건데?”

그가 당황스러워하며 따라가자, 우유가 서랍장 한쪽을 머리로 밀기 시작했다.

“이 안에 뭐가 있어?”

우유가 가리킨 서랍장을 열자, 강아지 사료가 포대로 놓여 있었다. 우유가 밥그릇까지 물어오자 기태가 싱긋 웃어주었다.

“배고파서 깼구나? 알겠어, 줄게. 저기 앉아있어.”

기특하게도 우유가 바로 달려가 밥그릇 놓여 있던 곳에 앉아있었다. 기태가 밥과 물을 퍼다 주자 우유의 꼬리가 헬리콥터처럼 휙휙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해치워버리고는 힘차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기태는 그 사이에 수정의 집을 떠나고 없었다.

“끼잉….”

혼자 살기엔 너무 커서일까? 그가 사라지자 수정의 집이 너무 공허해보였다. 그녀도 꿈속에서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끙끙 앓으며 몸서리치고 있었다. 마치 기태가 떠나는 악몽이라도 꾸는 듯….

‘누가 핥고 있나…?’

목 근처에서 따뜻한 혀의 감촉이 느껴지자 본능적으로 수정의 손이 움직였다.

“우유야?”

수정이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와락 껴안으려다가 께름칙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

검은 실루엣을 본 것 같아 몸을 일으켰을 땐 아무것도 없었다. 침대의 끝자락도 마치 누군가 다녀간 손길이 느껴져 수정이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뭐야? 악몽을 꾼 건가….’

10시… 늦게까지 잠이 들었는데도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아 수정이 새로 바꾼 수면제를 쳐다보았다.

“약을 또 바꿔야하나….”

수면제를 바꿔도 몽롱한 상태에서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드는 것 같아, 수정이 쯧, 하고 혀를 찼다.

‘꽤 덩치가 컸던 것 같은데….’

키는 185cm는 훌쩍 넘을 것 같고, 어깨는 넓었으며 얼굴은 작아서 비율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민현이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수정은 아무래도 민현이에 대한 불만이 많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현의 연락이 소홀해져 드라마나 영화로 시간을 때우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귀신만 나오더니….”

수정은 원래부터 악몽을 자주 꿨다. 악몽을 꿀 때면 귀신보다 사람 형체를 가장 두려워해 평소 같았으면 그런 실루엣 자체를 무서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무섭지는 않았단 말이지. 뭔가 지켜주는 느낌도 들었고….’

수정이 희미하게 기억나는 그의 이목구비를 떠올리려는 듯, 눈살을 찌푸리다가 우유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우유는 수정의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무릎에 얼굴부터 들이대고 있었다.

“우리 우유, 배고팠어?”

수정이 얼른 일어나 밥그릇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가 멈춰섰다.

“어…?”

어젯밤 우유가 깨끗이 비워뒀다고 생각한 밥그릇이 반쯤 차 있었던 것이다. 수정이 인상을 쓰며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던 그때, 옷소매에서 낯선 향수 냄새를 맡고 말았다.

“이건 남자 향수 냄새 아냐?”

수정이 파자마 소매에 얼굴을 묻은 채, 코를 킁킁거렸다. 우유도 따라서 킁킁 거렸지만 수정은 귀여운 우유의 모습에도 웃을 수가 없었다.

“누가 다녀간 건 아니겠지?”

불안한 표정으로 우유를 쓰다듬어보지만 수정의 바람과 다르게 우유는 밝게 짖어 보일 뿐이었다.

“왈!”

“안되겠다, 얼른 나가야겠다.”

갑작스럽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수정이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누, 누구세요?”

욕조 안에 웬 남자가 손, 발은 물론 입까지 테이프로 꽁꽁 묶인 채 끙끙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덩치는 산만하고 얼굴에 칼자국까지 있는… 딱 봐도 얼굴에 ‘조폭’이라고 써 있는 남자가 말이다. 그 남자가 살려달라는 듯 버둥거리자, 수정이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 문을 움켜잡았다.

“움, 움직이지 마세요. 신고할 거예요!”

“ㅅ, ㅏ사레주데여….”

“네?”

“사… 살레주데여….”

“살려달라고요…?”

수정이 놀라 굳은 채로 되물었지만 그는 아이같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뎡님한테눈… 말하지 말아주세요.”

“뎡님…? 형, 형님이요?”

“녜, 끼… 기태 뎡님이요….”

수정이 그를 알고 있는 듯 묶여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설마 Z기업 김기태?”

Z기업이라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거기다 부대표로 승진한 김기태가 중국 조폭 출신이라는 말도 있었다. 김희현이 친아들들을 해외로 내쫓아버리고 데려온 살인마라는 소문… 수정이 듣기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물불 안 가리고 사람을 죽이는 놈이라 했다.

‘근데 그가 왜…?’

수정은 그의 부하 혹은 적으로 의심되는 이를 경계하며 훑어보았다.

“그, 그쪽이 왜 제 욕실에 있는 거죠? 저… 저는 김기태랑 전혀 상관없거든요? 김기태 뒤통수도 본 적 없어요.”

수정이 뒤로 주춤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곤 곧장 욕실을 빠져나가 경찰에 신고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 긋 좀 뜯뎌주디면….”

“네?”

“이 긋 좀 뜯뎌주디면 말뜸 뜨리겠습니다.”

그가 엉덩이로 콩콩 자리를 옮기며 간청했다. 험상궂게 생긴 대머리가 그러고 있으면 꽤나 우스워 보여 수정의 웃음이 새어나왔다.

“풉… 알겠어요. 잠시만요.”

수정이 우선 풀어주기 전에 흉기가 없나 그의 몸을 더듬거렸다.

‘무기가 될 만한 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나보다 힘 세보이니까 뭐라도 쥐고 있자.’

수정이 간절하게 쳐다보고 있는 대머리를 힐끔거리며 변기 옆에 놓여 있던 뚫어뻥을 손에 들었다.

“움, 움직이시면 안돼요?”

“즐, 즐대 안 움즉입니다!”

그렇게 수정이 대머리의 손에 묶인 밧줄을 풀려다 멈칫했다. 대신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떼어주며 말하였다.

“아무래도 경찰 부르고 풀어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네?”

수정은 대머리가 퍽 불쌍해보여서 혀를 찼다. 그가 금방이라도 오줌을 지를 듯 울먹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기태 그 놈이 알면….”

“그 사람이 모르게 해줄게요.”

수정이 서둘러 화장실 문을 열어 핸드폰을 찾았다. 그 사이에 욕실 안에서 수정을 부르는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어떻게 저런 놈을 믿어.’

형님, 형님 하는 걸 보아하니 딱 봐도 조폭 일을 하는 놈 같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조폭을 여기서 다 보네.’

수정이 피식, 실소를 지으며 이불 밑에 있던 핸드폰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바로 112를 눌러 전화를 걸던 때였다.

“억!”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 수정이 서둘러 방을 나가보았다. 그런데 거실은 무척이나 고요해져 있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수정이 조심, 조심 한 발자국을 내딛으며 귀 옆으로 수화기를 바짝 붙였다.

“네, 112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기, 저희 집에 이상한 사람이 있어서요….”

“이상한 사람이요?”

수정이 욕실 안으로 발을 내딛었을 때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금 일이 꿈이었다는 듯 흔적 하나 없어진 것이다.

“어?!”

“괜찮으세요? 다치신 건 아니죠?”

경찰의 물음에 수정은 욕조만 뚫어져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욕조 안에는 자신이 뜯어준 테이프 조각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선생님? 듣고 계시나요? 혹시 주소가 어떻게 되시나요?”

“어… 어 그게… 죄송해요. 제가 잘못 봤나 봐요.”

수정은 드디어 자신이 미친 건가 싶었다.

‘병원을 가야하나?’

이게 꿈인가 싶어 이마를 짚어보고, 볼도 꼬집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대신 맥 빠진 경찰 목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아… 다행입니다.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신고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정은 전화를 끊으며, 거울 속 자신의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요새 점점 미쳐가는 느낌이네.’

그런 생각에 잠긴지 몇 분이 지났을까. 수정이 멍하니 커다란 소파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한 샹들리에를 바라보던 그때, 수정의 목 근처로 축축한 무언가가 들어왔다.

“아, 깜짝아!”

수정이 얼른 몸을 일으켰을 땐, 우유가 얌전히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놀라지 않을 일상이었지만 이상하게 께름칙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