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알. 사랑한 기억보다 가슴 아픈 건, 미수에 그친 어설픈 복수.''''2004년 1월의 어느 날.'이러다 보면, 죽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다보면 내 몸 안의 모든 수분이 빠져나가 죽고 말지도 모르겠다. '삼일 째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이렇게 굶다보면 죽을 수 있을지도……. 굳이 살려고 아등바등 거리고 싶은 마음도 없는 미래였다.'그를 너무 사랑한 게 죄라면, 죄였을까……. 한 사람을 너무 죽도록 사랑해서, 벌을 받는 걸까? 도대체 내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해할 만큼 다 이해해줬는데, 그에게 나는 무엇이었기에, 조금의 투정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까……. '사랑하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게 당연한 건데…… 나를 사랑하긴 했을까? 내 마음과 똑같이 나를 보고 있기는 했을까?'그냥 이대로…… 지금 이 순간 이대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내 몸이 산산조각 나고 먼지처럼 부서져 나란 존재가 아예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그래도 내가 죽으면, 그가 조금은 슬퍼해줄까? 아니,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거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지……. 지금의 내가 지긋지긋하리라는 것도……. '그냥 이대로 내 심장이 멈춰버리면 좋으련만…… 새벽이 밝아오는 것 따위는 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눈을 뜨겠지? 내가 눈뜨기 싫어도…… 또다시 눈이 뜨여지겠지……? '병신 같다. 죽을 용기도 없는 내 자신이 병신 같다. 차라리 독하게 마음먹고 죽기라도 한다면, 내 자신이 이렇게 초라할 것 같지는 않을 텐데……. 아니, 비참하고 초라한 자신을 느낄 수도 없을 텐데…….'''2007년 4월 1일.'오늘은 여태껏 미래가 살아왔던 날 중에 최고의 날임이 틀림없었다.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 푸하하하……. 오늘따라 아침부터 공들여 치장하고 나온 보람이 있었다. '‘그래! 이젠 이렇게 살자. 나미래…… 오늘부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매일같이 마셔대는 술로 인해, 미래의 간은 해독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 탓에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 지긋지긋하고 귀찮을 만큼 지옥에라도 끌려가는 듯 여겨졌으나, 어쩔 것인가……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을. '매일 아침 모친 김 여사의 잔소리를 시작으로 지옥철에 시달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미래는 어쩐 일인지 오늘따라 아침 일찍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더 자고 싶은 마음도 없고, 피곤한 기색이 자신의 온몸을 지배하지도 않았다. 물론, 더 자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잘 수 있는 미래였다. 하지만, 왠지 오늘만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모처럼 상쾌하게 눈을 뜰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