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들켜버렸다

“뭐, 뭐하는 거예요?”

필요 이상으로 다가오는 이안을 피해 뒷걸음질 치던 하리의 허리를, 이안의 팔이 재빨리 감쌌다.

“….”

당황한 하리가 밀쳐내기도 전에 그녀의 등이 벽에 맞닿았다.

이 뒤에 이렇게 가까이 벽이 있었나….

내가 몇 걸음이나 뒷걸음질 친 거지….

아니, 그보다 지금 무슨 상황이야….

온갖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는 동안, 이안의 얼굴은 더 바짝 다가와 있었다.

메이크업을 다 지웠는데도 잡티 하나 없는 그의 얼굴을 보며, 하리는 갑자기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졌다.

‘가… 가만!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잖아….’

“이거 놔요. 지원 언니 갑자기 들어오면….”

“놓으면 네가 아쉬워할 것 같은데?”

예전과 다른 음침한 목소리에, 하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ㅇ….”

“너, 나 좋아하잖아.”

이안은 입꼬리를 한쪽으로 올리며 말했다.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눈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하리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안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한쪽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눈을 맞췄다.

“무…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야. 너 나 좋아하잖아.”

“무, 무슨… 저는 유현 오빠를….”

“하이안 세상.”

‘쿵’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자기 자신의 귀에 들릴 정도였다.

하리는 피가 식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그게 뭐요? 그건 주영이가 운영하고 있는 오빠 팬 블로그….”

“시치미를 떼시겠다?”

이안이 피식 웃으며 하리의 턱을 들어 자신의 얼굴 쪽으로 더 가까이 당겼다.

이안의 숨결이 얼굴 바로 앞에서 느껴지자, 하리의 심장은 더욱 빨리 뛰기 시작했다.

“너, 아주 친절하게 내 핸드폰에 증거를 남기고 갔잖아.”

“….”

아주 오래전에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

그 이후로 이안이 자신을 무시하다시피 하여, 당연히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으리라 생각하고 잊은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하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맡은 멤버 외에 다른 멤버 팬 블로그를 운영하면 계약 위반이지 않나?”

“….”

“혹시 내 계정에 글들도 이미 네가 다 쓰고 있었던 거 아냐?”

“….”

“계약 위반하면 위약금이 엄청나지, 아마….”

이 사람이 작업실에서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장난치던 그 하이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오늘의 그는 비열한 협박범 같았다.

“….”

“말해 봐. 뭐라고 변명하는지나 들어 보고 회사 쪽에 불지 말지 결정할 테니까.”

허리를 휘감은 그의 팔에 힘이 더해지고 있었다.

하리는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1화. 민유현은 운명이야

“와… 진짜 이건 또 뭐래… 미쳤어, 정말. 이 오빠는….”

‘식스 소즈 (6 swords)’의 새 앨범 컨셉이 나오자, 하리는 또 흥분하며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역대급이네… 하… 유현 오빠….”

하리는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저장했다.

그러고는, 곧이어 자신이 목숨보다 아끼는 블로그를 열어 저장한 사진과 영상들을 적절한 정보들과 함께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To U, 현’

바로 하리가 운영하고 있는 그룹 ‘식스 소즈 (6 swords)’의 멤버 민유현의 팬 블로그 이름이었다.

잘생겼는데 노래까지 잘하는 그를 처음 본 순간 빠져들어, 홀린 듯이 만든 팬 블로그는 어느새 그의 팬 블로그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되어 있었다.

하리는 자신이 그렇게 무언가에 열심일 수 있다는 것을 덕질을 통해 알았다.

밥은 안 먹어도 유현의 사진과 영상은 업로드해야 했고, 잠은 안 자도 쉴 새 없이 떨어지는 그의 떡밥은 분석해야 했다.

그렇게 수집한 정보들을 자기만의 말투로 재미있게 분석하여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하리의 블로그는 ‘식스 소즈’의 팬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해졌다.

혼자 소소하게 운영할 때에도 너무 재미있었는데, 이젠 자신과 같은 공감대를 가진 수많은 팬들이 블로그를 방문하여 댓글을 달아주는 등 함께 소통하게 되자, 덕질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식스 소즈’는 이제 데뷔 2년 차인, 멤버 6명으로 이루어진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이었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나름 많은 팬들을 확보해 가고 있는 상태였고, 그룹 활동 체계도 서서히 잡혀가고 있는 단계였다.

멤버 6명 중 하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멤버는 메인보컬 ‘민유현’이었다.

그룹 내에서 나이로는 막내였지만, 외모 순위는 1위였다.

거기다 보컬 실력도 탄탄하고 춤도 빠지지 않는 그에게 하리가 빠져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유현 외의 다른 멤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유현을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이 고3 때였는데, 덕질을 하면서 어느새 하리는 성인이 되어 있었다.

“대~~~ 단하다, 대~~~~ 단해~~~.”

주영은 혀를 차며 하리를 쳐다봤다.

주영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하리는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야, 내일 모의고사인 건 알고 있냐? 너 전 과목, 한 번씩은 본 거야?”

“아, 몰라, 말 걸지 마. 지금 유현 오빠 나와.”

하리는 단칼에 주영의 말을 잘랐다.

주영은 입술을 뿍 내밀며 하리 앞에 놓인 딸기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 알아서 해라~. 너 대학 못 가도 난 몰라~.”

항상 그런 식으로 주영은 하리를 걱정하고, 하리는 유현을 걱정했다.

그러는 새에 둘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하리는 다행히 대학생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유현 오빠를 안 좋아해?”

“어떻게 민유현을 좋아하냐?”

매번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묻는 하리에게 주영은 쏘아붙이듯 대답하곤 했다.

“야, 그럼 너는 누가 제일 괜찮은데?”

하리는 맘속에 분노를 꾹 누르고 주영에게 물었다.

“난 솔직히 ‘식스 소즈’ 다 별로야. 그룹명부터 여섯 개의 칼이 뭐냐. 유치해 죽겠어. 그리고 나는 아이돌 좋아하는 건 중학교 때 졸업했어~. 너랑은 정신연령 자체가 다르다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주영이 하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 그래, 그러니까~ 알겠는데! 그래도 그나마 누가 제일 괜찮으냐고!”

하리는 그래도 포기 못 하겠다는 듯 집요하게 물었다.

주영은 그제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 그나마… 하이안….”

“하이안….”

하리는 빵 터지고 말았다.

“아니 왜? 뭘 보고?”

“그렇게까지 빵 터질 건 뭐야?”

주영이 하리를 향해 살짝 눈을 흘겼다.

“아니… 하이안은 그룹 내에서 제일 존재감이 없잖아… 래퍼라 파트도 제일 적고… 그렇다고 잘생긴 것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뭘 보고….”

“에휴… 그러니까 네가 아직 애기라는 거야.”

주영이 혀를 끌끌 찼다.

“무대에서의 모습은 꾸민 모습의 결정체잖아. 나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온 모습들도 다 보고 나서 판단한 거야. 하이안 오빠 무대에서는 파트가 적고 별로 튀지 않지만, 작곡 작사 다 할 줄 알고 그 나이에 벌써 프로듀싱한 곡도 몇 개나 되고, 예능 같은 데서도 보면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하는 말마다 임팩트 있잖아. 그런 사람이 매력 있고 안 질리는 거라고.”

“야… 너 관심 없다더니 예능이나 다른 프로그램까지 다 챙겨봤냐… 작사 작곡 다 할 줄 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어….”

하리는 기가 차다는 듯 주영을 쳐다봤다.

주영은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아, 암튼! 난 다 관심 없어! 네가 하도 물어봐서, 그나마 괜찮은 사람을 얘기한 거라고!”

하리는 주영을 보며 다 알겠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예~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고고하신 성주영 님은 덕질 따위 하지 않죠, 네~.”

익살스러운 하리의 말투에 주영은 같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주영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며, 하리는 새로 발견한 떡밥을 블로그에 업로드할 생각으로 들떠 있었다.

집에 도착해 벨을 누른 하리를 맞이한 건 적막이었다.

“다들 어디 갔나….”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온 하리는 바쁘게 노트북을 열었다.

그때였다.

“지이이이이잉~.”

하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엄마! 다들 어디 갔어? 나만 빼놓고….”

이어진 미정의 대답에 하리는 목소리 톤이 다운되고 말았다.

“병원….”

한달음에 뛰어간 병원 복도의 벤치에, 미정은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엄마!”

“하리야….”

하리를 보자 미정의 눈에서는 참았던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 무슨 일이야!”

“하정이가 며칠 전부터 얼굴이 너무 창백했잖아. 갑자기 이유 없이 몸에 멍도 생기고… 오늘은 코피가 너무 많이 나서 병원으로 온 건데, 혈액 검사를 좀 해 보자고 하네.”

“혈액 검사….”

“백혈병이 의심된다고….”

“뭐라고?”

미정은 다시 엎어져 얼굴을 자신의 허벅지에 묻고 말았다.

하리는 떨리는 미정의 어깨를 안으며 물었다.

“엄마, 그래서 하정이는?”

“일단 입원시켰어. 혈액 채취하고 나서 의식을 잃었거든.”

하리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너진 미정을 보며, 자신마저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엄마, 괜찮아. 별일 아닐 거야. 우리 일단 하정이한테 가보자.”

차분하게 달래는 하리의 말에, 미정은 조금 안정을 찾고 하리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뗐다.

***

병실에 들어가자, 하정은 깊게 잠들어 있었다.

색을 뺀 후 말린 하얀 장미 같은 얼굴 위에 그려진 듯 눈은 차분히 감겨 있었다.

갑자기 맘속에 이유 없는 불안이 느껴진 하리가 하정의 코앞에 귀를 갖다 댔다.

‘쌔근쌔근’

끊어질 듯 불어오는 하정의 콧바람에 하리는 안심하며 허리를 폈다.

젓가락 같은 가느다란 팔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 있었다.

새삼 다른 세상 사람 같은 동생을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던 하리는, 그제야 생각난 듯 미정을 돌아보았다.

미정은 어느새 이성을 찾고 조용히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정에게 말을 걸려는 찰나, 조용한 발걸음으로 간호사가 들어왔다.

“시간이 늦어서 혈액 검사 결과는 내일 오전에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간호사의 말에 꿈에서 깬 듯, 미정이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아래에 보호자 분 침대도 있으니까, 여기에서 같이 주무셔도 괜찮아요.”

미정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간호사는, 자신이 알려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말해 주고 자리를 떴다.

“하리야.”

미정이 하리를 바라봤다.

“집에 가 봐. 엄마는 여기서 잘게.”

“…괜찮겠어?”

“안 괜찮을 게 뭐야. 하정이를 두고 가는 게 더 불안하지.”

미정은 하리를 안심시키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하정이가 워낙에 몸이 약해서… 그래서 그런 걸 거야. 피부도 약하고, 정신도 약하고. 어느 한 군데 안 약한 곳이 있어야지. 이렇게 연약한 애들이 잔병치레는 많을지언정 큰 병에는 안 걸려. 엄마가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미정은 마치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하리는 그런 미정의 모습에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았다.

“하리야, 집에 가. 내일 일찍 수업 있는 날이잖아. 어서 가. 하정이 깨면 연락해 줄게.”

미정의 동공은 어느새 초점을 되찾은 상태였다.

이상하리만큼 자신을 안심시키며 보내고 싶어 하는 미정의 모습에 하리는 잠시 망설였다.

‘엄마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걸까.’

함께 있으면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리는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알았어, 엄마. 나 먼저 갈게. 잘 자구~, 진짜 꼭 연락 해야돼!”

“그래 알았어. 걱정마. 반찬은 다 냉장고 안에 있으니까 알아서 찾아 먹고. 응?”

“반찬 없어도 다 알아서 먹네요~, 걱정마. 그럼 나 간다~.”

하리는 웃으며 병원을 나왔다.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그제야 조금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하리는 뒤를 돌아 제가 나온 병원을 한 번 더 살펴보았다.

불이 켜진 병원 간판은 왠지 미간에 인상을 쓴 조폭같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백혈병이라니. 그런 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병 아니야?

집으로 가는 하리의 머릿속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멍하니 지하철에 앉아 있던 하리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요동을 쳤다.

“어, 주영아.”

“야, 너 뭐하고 있어? 메시지에 답도 없고!”

“아, 뭐 보냈어? 미안. 지금 뭐 좀 하고 가는 길이라서. 무슨 일인데?”

“아….”

평소와는 달리 가라앉은 하리의 음성에 주영은 목소리의 톤을 한 단계 낮추었다.

“아 사실 별거 아니긴 한데… ‘식스 소즈’ 컴백 무대 스케줄 잡혔길래. 너한테 같이 보러 가자고 연락을….”

“쥔쫘?”

소리 지르며 자리에서 튀어 오르는 하리에게로 지하철 승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자기도 모르게 한 행동에 당황하며 다시 자리에 앉은 하리가 소리를 낮춰 말을 이어갔다.

“대박! 야 진짜야? 와, 야 어딘데? 며칠인데? 아 됐고, 지금 네 톡 보면 되는 거지?”

“야, 근데….”

주영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하리를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폰을 봤다.

하리의 핸드폰은 주영 뿐 아니라 덕질 모임 단체 메시지들로도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3월 24일 오후 5시, Y사 음방에서 첫 컴백 무대.’

하리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2주 뒤네. 와 미치겠다.’

티케팅 날짜는 일주일 후였다.

티케팅의 긴박한 상황이 벌써 느껴지는 듯, 폰을 쥔 하리의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집에 빨리 가서 블로그 업로드 해야겠다.’

방금전 병원에서의 일들은 잊은 듯, 하리의 마음이 다른 일 때문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

‘지이이잉~, 지이이잉~.’

점점 거세게 느껴지는 진동에 하리는 눈을 실만큼 떴다.

‘성주발.’

발신자를 보자 하리의 눈이 야구공만큼 커졌다.

‘몇 시지?’

시간은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헉.’

하리는 튀어 오르듯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야, 나 지금 눈 떴어….”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너 또 밤새 블로그 했지?”

주영의 평온한 음성이 하리의 자괴감을 더욱 부추겼다.

“미치겠다, 진짜. 야, 오늘 출석 불렀어?”

“출석은 물론이고, 다음에 할 발표수업 조 짠다고 교수님이 친히 이름이랑 얼굴 매칭까지 해 보셨다. 그리고 오늘 결석자는 딱 한 명이었고.”

“뭐? 아 ㅆ….”

육두문자가 나올 뻔한 자신의 입술을 손으로 막으며 하리가 몸을 마저 일으켰다.

“야 일단 학교로 와. 너랑 나 같은 조니까.”

“알았어.”

하리는 씻고 서둘러 나와 지하철을 탔다.

‘아니 무슨 발표수업 하는데 얼굴이랑 이름까지 다 확인해. 웃긴 교수 아냐. 첨부터 맘에 안 들었어. 아 짜증 나.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잔뜩 얼굴을 구기고 폰을 보던 하리는, 어제 밤새 업로드한 자신의 블로그에 달린 수많은 댓글과 공감 표시를 보며 점차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갔다.

어제 밤 집에 도착한 하리는, 다 못 봤던 유현의 사진과 영상들을 보고 편집해서 블로그에 업로드했다.

고민과 불안이 언제 있었냐는 듯, 유현의 얼굴과 목소리는 모든 걸 다 잊게 하고 마음에 도파민을 가득 채워 주었다.

“진짜 대박이야… 이번 컨셉 어쩔 거냐고….”

소년미를 마구 풍기며 청초하고 여리여리하지만, 자신의 여자를 향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 것이라는 독기를 품은 남자의 컨셉을 한 이번 앨범은 하리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