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알 수 없는 팀장님 (합본)


#1. 우연

 

 

 

혜랑 씨, 잠깐 나 좀 봐.”

 

부장은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불려 갈 일은 잘 없었기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한참 동안 부장이 뜸을 들이다가 한 말은 역시나 좋은 일은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회사 사정이 좀 어렵게 됐어.”

 

…….”

 

그래서 말인데, 계약 기간인 이번 주까지만 나와 줘. 올해는 혜랑 씨, 정규직 시켜주려고 했는데 나도 미안하게 됐어.”

 

이번 주까지라니. 정직원이 되려고 그동안 얼마나 노력을 했었는데, 이렇게 쓰고 버리는 소모품 취급을 하는 게 너무 허탈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능력이 좋으니까 더 좋은 곳 갈 수 있을 거야.”

 

가식적인 위로일 뿐이다. 어깨를 두 번 툭툭 두드리며 위로하는 부장이 원망스러웠다. 그 뒤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멍해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혜랑 씨, 괜찮아?”

 

회사의 소문은 빨리도 돈다. 사람들이 하나, 둘 곁에 모여든다.

 

어떻게 우리 혜랑 씨를 자를 수가 있어? 야근도 밥 먹듯이 했는데!”

 

그러니까. 진짜 너무해.”

 

정들었던 사람들과도 이젠 이별이구나. 회사 사람들을 하나, 하나 보고 있는데 문득 양가감정이 느껴졌다. 이 사람들이 보고 싶을 거라는 생각과 동시에,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혜랑 씨,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이들도 미웠다. 회사에 남는 사람들은 다 미웠다. 이건 자격지심인 걸까.

 

.”

 

말을 더 하면 회사에서 울음이 나올 것 같아서, 짧은 작별 인사를 끝내고 퇴근길,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금방 그칠 소나기는 아닌 게 빗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었다.

 

!

 

벼락까지 친다. 가지가지 하는구나. 우산도 없고, 직장도 잘리고 최악의 하루다.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지금 눈에서 흐르는 게 눈물인지 빗물인지도 모르겠다. 닦아내려고 눈을 비비는 순간, 그렇게 혜랑을 적시던 비가 멈췄다.

 

왜 울어요?”

 

한 남자가 어느새 혜랑의 곁에 서 있었고 그칠 것 같지 않았던 비는 그치고, 해가 떠 있었다.

 

회사 잘렸어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결국 주절주절 떠들고 만다. 어차피, 다음에 볼 사이도 아니니까 괜찮겠지.

 

우울하겠네요.”

 

서럽죠.”

 

회사를 부숴버리고 싶죠?”

 

장난기 섞인 남자의 목소리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

 

이거 먹고 힘내요.”

 

남자가 건네준 건 곰돌이 모양 쿠키였다.

 

감사합니다.”

 

또 볼 수 있으면 봐요.”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손을 흔들며,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곰돌이 쿠키부서져 있네.’

 

이 쿠키랑 어쩐지 처지가 비슷한 것 같다.

 

**

 

.

 

집에 들어가 대충 구두를 집어 던지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 하루다. 잠이 오지만, 잘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구직을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인연이 되면 또 봐요.’

 

구직 사이트를 뒤지고 있는데 아까 그 남자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두 번 다시 볼 일은 없겠지. 그 남자의 눈이 깊은 검은색이라서 예뻤던 기억도 난다.

 

자꾸 쓸데없는 생각만 하게 되네.’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넣고 또 지원한 곳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 지긋지긋한 취준생 시절이 다시 시작되었다.

 

**

 

한 달 뒤.

 

이때쯤이면 새로운 곳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백수다. 합격한 곳은 마음에 들지 않고, 마음에 드는 곳은 불합격하고 이건 뭐, 소개팅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슬슬 돈도 떨어져 가서 마음이 급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ㅇㅇ제약입니다. 지원해주신 윤혜랑 씨 맞으신가요?

 

네네. 맞아요.”

 

-이번 주 수요일에 면접 가능하신가요?

 

. 몇 시에 가면 될까요?”

 

-3시에 시간 되시면 그때 뵐게요.

 

. 감사합니다.”

 

ㅇㅇ제약 쪽은 이력서 넣은 지 한참 됐는데도, 지금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서 떨어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전에 봤을 땐 연봉도 괜찮았고 직무도 괜찮았고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곳에 합격하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수요일 날 어떻게 될까.

 

**

 

윤혜랑 님, 입장해주세요.”

 

오랜만에 보는 다대다 면접이다.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거지. 문이, 열리고 면접실 안으로 들어가자 눈이 크게 떠지고 말았다. 전에 곰돌이 쿠키를 줬던 사람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왼쪽은 상무님, 옆에 계신 분은 차장님, 차장님 옆에 앉아 계신 분은 팀장님이에요. 여러분이 일하시게 되면 함께 볼 사람들입니다.”

 

저 남자가 팀장이었구나. 머리가 멍해지려는 찰나, 상무가 질문한다.

 

혜랑 씨. 전에 다니던 곳이 RR 렌즈 쪽이네요.”

 

. 계약직으로 근무했었습니다.”

 

렌즈랑 제약은 전혀 다른 업무일 텐데 괜찮아요?”

 

. 상관없어요.”

 

잘하실 수 있겠어요? 만약에 하게 되면 생산직 쪽 포장이랑, 사무실 쪽이랑 왔다 갔다 하실 수 있어요.”

 

. 괜찮아요.”

 

자세를 최대한 꼿꼿하게 하고, 미소를 짓는다. 이곳에 합격했으면 좋겠다. 오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지만, 팀장님이란 사람과도 같이 일을 해보고 싶었다.

 

집은 회사랑 가깝네요. 출근은 언제부터 가능해요?”

 

내일부터 바로 가능해요.”

 

그래요. 그럼 한 번 해봐요.”

 

합격이 된 건가. 어리벙벙한 와중에 팀장이 입을 연다.

 

아마 많이 바쁠 거예요. 고생 좀 해줘요.”

 

, 감사합니다.”

 

어쩐지 전에 봤을 때보다 좀 더 피곤해 보였다.

 

**

 

월요일.

 

오늘부터 우리랑 같이 일하게 된 윤혜랑 씨예요. 모두 많이 도와줘요.”

 

팀장의 소개에 부서 사람들이 모두 혜랑을 주목한다.

 

어서 와요. 혜랑 씨.”

 

모르는 거 있으면 많이 물어봐요.”

 

감사합니다.”

 

부서 사람들 대부분은 혜랑을 호의적으로 봤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신입인데, 얼마나 버틸까?”

 

나는 일주일 정도라고 봐.”

 

어느 회사를 가든 자연스럽게 있는 텃세.

 

혜랑은 그런 걸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본인의 할 일만 했다. 사무 업무랑, 생산직 업무를 둘 다 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빨리 적응을 해야 했다.

 

혜랑 씨, 잠깐 저 좀 봐요.”

 

? .”

 

약품을 포장하다 말고 팀장을 따라 나간다.

 

뭘 잘못한 건가?’

 

긴장이 되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손끝이 떨렸다.

 

마셔요.”

 

팀장은 율무차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커피를 줄 걸 그랬나.”

 

괜찮아요.”

 

회사 분위기 어떤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하루밖에 안 돼서 잘 모르겠는데요 하고 생각나는 대로 내뱉고 싶지만, 입꼬리를 올리고 가식적인 대답을 한다.

 

좋은 것 같아요. 다들 친절하신 것 같고 잘 가르쳐주세요.”

 

앞으로 고생할 일이 좀 많을 거예요. 그래도 잘 버텨서 오래 다녀요.”

 

. 열심히 할게요! , 그리고따로 팀장님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어요.”

 

뭡니까?”

 

전에 곰돌이 쿠키 주신 거 감사했어요. 우울했었는데 단 거 먹으니까 좀 기분이 풀린 것 같아요!”

 

감사 인사를 했지만, 팀장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

 

기억이 안 나시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모른 척을 하시는 건가. 도대체 뭐지.

 

그런 적 없다고 했습니다.”

 

, 네네.”

 

민망해져서 빠르게 포장실로 들어와 버린다.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혜랑 씨. 괜찮아?”

 

혼난 거야?”

 

아니요. 그냥, 격려해주셨어요.”

 

계속 찜찜함이 남았다. 만약 팀장님의 말의 사실이라면 그때 만났던 남자는 누구였지. 얼굴도 체형도, 목소리조차 비슷했단 말이야.

 

그 성격 더러운 팀장이 격려를 해줬다고?”

 

제 얘기합니까?”

 

팀장님! 그게 아니고요.

 

시끄럽습니다. 일이나 하시죠.”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돌아왔다. 이상하게 팀장님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저 사람 이름은 뭘까.

 

팀장님, 이름이 뭐예요?”

 

, 이런.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걸 입 밖에 내버렸다.

 

강도한입니다.”

 

정확히 출근한 지 10시간 뒤 퇴근을 했다.

 

야근을 하니까 녹초가 된 것 같다.

 

강도한도한.’

 

도한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SNS 같은 건 하려나. 페이**이랑 인스****을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나오는 건 없었다. * 얼굴 사진도 기본이었다.

 

‘sns 활동하는 건 싫어하거나 귀찮아하나.’

 

왠지 아쉬웠다.

 

[따르릉~ 따르릉]

 

이 시간에 누가 또 전화를 하는 거야. 눈을 가늘게 뜨고 수신인을 보자, 전 회사였다.

 

여기서 나한테 연락할 일이 뭐가 있지?’

 

여보세요?”

 

[아하하, 혜랑 씨.]

 

부장의 목소리였다. 해고할 때는 언제고 이렇게 반가운 척을 하는 거야.

 

[혹시 일 안 구했으면 우리 쪽에서 한 달만 일해 줄 수 있을까. 일거리가 갑자기 들어왔네.]

 

진짜 뻔뻔한 사람이다. 그럼 한 달 뒤에는 또 어떻게 할 건데. 또 쪼르르 그 회사로 달려가면 한 달 뒤에는 일거리가 없다면서 자르겠지. 사람을 해고하고 다시 오라고 하는 게 이렇게 쉬운가. 머리가 아프다.

 

저 일 구했어요.”

 

그나마 제약회사에 합격을 한 게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결국 한 푼이 아쉬워서 다시 갔을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 이거 큰일이네.]

 

부장의 곤란한 목소리를 들으니 좀 고소했다.

 

끊을게요.”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로 차단 버튼을 눌렀다.

 

?”

 

그리고 다시 카*을 확인해보자 도한의 기본프사가, 바뀌어져 있었다. 그 사진은 어두운 곳에 보름달 하나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사진이었다.

 

왠지 팀장님이랑 잘 어울리네.’

 

**

 

[, .]

 

휴대폰 알람 소리 덕분에 꿈에서 깼다. 근데 왜 꿈에서.

 

팀장이 나온 거냐고.’

 

그것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같이 손을 잡고 걷는 꿈을 꿨다.

 

내가 팀장님한테 호감이 있나.’

 

고작 세 번 봤는데 그 정도로 금사빠였다고?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그 상태로 출근했더니, 지염이 엄청난 충격 발언을 하고 있었다.

 

팀장님, 그거 알아요?”

 

뭘 말입니까?”

 

우리 부서에 팀장님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 말이에요.”

 

…….”

 

혜랑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내가 팀장님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티를 내고 있었나. 하지만 난 지염 씨한테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이 맞듯이 혜랑은 입을 꾹 닫았다.

 

그건 뭔 소립니까.”

 

도한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보통 누가 자길 좋아한다고 들으면 누군지 궁금해 하지 않나.

 

소애 언니가 팀장님 좋아한대요.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다던데요?”

 

…….”

 

도한은 그 말을 듣고서 잠깐 혜랑에게 시선을 줬다.

 

왜 나를 봐?’

 

어때요? 팀장님, 사내 연애할 생각 있어요? 소애 언니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사내 연애할 생각 없습니다.”

 

찬바람이 쌩쌩 분다.

 

지염 씨는 남의 일에 관심이 아주 많은가 봅니다.”

 

그리고 기분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저는 그냥 두 분이 잘 어울려서 밀어주려고 한 것뿐이에요.”

 

그걸 오지랖이라고 부른다죠.”

 

뭐야. 저 남자. 무서워.

 

지염 씨가 했던 제품들 불량이 났습니다. 전부 다 다시 하세요.”

 

혜랑의 눈이 떨렸다.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내가 상처받는 것 같지.’

 

점심시간.

 

팀장님 말이야, 요새 유난히 더 까칠해진 것 같아.”

 

, 무슨 일 있으신가 보지.”

 

지염이 혜랑의 옆에서 밥을 먹고 있다.

 

혜랑 씨는 팀장님 어때?”

 

저는딸꾹.

 

계란말이를 먹다가 목에 걸렸다.

 

얼굴만 보면 괜찮긴 해. 다른 부서 여자 중에도 팀장님 좋아하는 여자들 은근히 많았잖아.”

 

지염이 먼 곳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는 도한을 흘끗 본다.

 

혜랑 씨는 그래서 어떤 것 같아?”

 

저는잘 모르겠는데요.”

 

, 뭐야. 재미없어.”

 

여기서 말 한번 잘못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다.

 

소애 언니는 도한 팀장님 어디를 보고 좋아하는 거야

 

나야 얼빠잖아.”

 

단지 그뿐이야?”

 

. 첫눈에 반했지.”

 

드라마 같다.”

 

혜랑은 도저히 둘의 대화에 낄 수가 없었다.

 

저는 먼저 일어날게요.”

 

, 밥 좀 더 먹지. 그렇게 먹어서 힘이 나겠어?”

 

혜랑은 대부분의 반찬을 남겼다.

 

. 괜찮아요.”

 

이따가 배고플지도 모르니까 사내 카페 가서, 커피라도 마셔.”

 

, .”

 

혜랑은 구내식당을 나가, 깔끔한 사내 카페로 향했다.

 

주문하시겠어요?”

 

확실히 복지가 좋긴 하단 말이야.

 

, 저는 아이스 캐러멜 마끼야또 하나랑, 마카롱 하나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하나 주시고 계산은 제 카드로 해 주세요.”

 

뒤에서 누군가 카드를 내밀었다.

 

팀장님?”

 

왜요, 뭐 문제 있습니까?”

 

아니요안 사주셔도 되는데.

 

혜랑의 목소리는 개미가 기어들어 가는 듯했다.

 

뭐요?”

 

도대체 언제 밥을 다 먹은 거지.

 

아니에요. 잘 마신다고요.”

 

.”

 

도한은 계산만 하고는 혜랑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본다.

 

맛있다.’

 

혜랑은 커피와 마카롱을 번갈아 가면서 먹어가며 당 보충을 한다.

 

다음에 나도 뭔가를 사다 줘야겠어.’

 

근데 과연 도한이 좋아하는 간식거리가 뭘까.

 

[띠리리링, 띠링.]

 

점심시간을 종료하는 종이 울렸다.

 

으아아직 다 못 먹었는데.

 

급하게 일어나느라, 테이블에 살짝 부딪혔다.

 

조심 좀 해요.”

 

그걸 본 도한이 한마디 툭 던지고 지나간다.

 

쪽팔려.’

 

이상하게 사내 카페에 있다가 다시 근무하러 들어오자 좀 춥게 느껴졌다.

 

혜랑 씨, 좀 춥지 않아?”

 

지염이 속마음을 읽은 건가 싶어서 눈이 커졌다.

 

, 따뜻한 곳에 있다 와서 좀 그런 것 같아요.”

 

그때 불쑥 도한이 겉옷을 건넸다.

 

추우면 이거 입어요.”

 

순간 혜랑의 머릿속이 요동이 쳤다.

 

이걸 주는 의도가 뭐지.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건가.’

 

감사합니다.”

 

겉옷을 받아들었는데 이상하게 도한은 본인의 자리로 가지 않았다.

 

입어요.”

 

? .”

 

혜랑이 다 입고 나서야, 도한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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