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속삭이다'''' 일반 성인 무릎 정도 오는 돌담을 따라 길게 화단이 놓여져 있는 카페 마당 앞에 그와 어울리지 않은 듯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 자체가 카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보다 존재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일반 차들과 달랐다. 부드럽게 흘겨져 있는 [보뇌르] 라는 카페 간판은 지나가든 사람들의 눈을 멈추게 하고 다리를 멈추게 해서 안으로 끌어 들었다.' “와 오늘도 대단하다.”' 아직 오픈 전 시간에 카페 마당을 청소하러 나온 선미는 오늘도 변함없이 찾아온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을 보며 입을 벌린 채 쳐다봤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들이 들고 있는 선물 꾸러미들이였다. 크고 작은 선물 꾸러미들이 줄줄이 차 안에서 나오는 데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언니, 혹시……!”' 오늘도 그들이 왔을까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카페로 뛰어온 가영은 눈앞에 보이는 검은색 승용차를 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역시 생각한 대로 그들이 온 것이다. 오늘로 딱 일주일 째다. 이젠 포기할 때도 됐을텐데…… 포기를 했어도 열댓번은 했을 텐데…… 아무리 거절을 하고 선물을 되돌려 보내지만 속수무책이다. 이젠 정말 난감함을 넘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도대체 그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정말 진심인걸까? 하지만 어째서 자신 같은 사람을……? 가영은 일주일 전 첫 만남을 가졌었던 남자로 인해 요즘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첫 만남이라고 해봐야 그 사람의 일방적인 고백 날 이었다. 그것도 가영 자신은 물론, 그 때 있었던 모든 사람들 기억 속에 남을 만한 그런 고백 날이었다.' 일주일 전 그 날도 하늘은 어지러울 정도로 높고 파랗게 펼쳐져 있었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카페 문을 열기 전에 오픈 준비를 하고 있는데 TV에서나 본 고급 승용차가 부드럽게 카페 앞에 멈춰 섰다. ' 처음에는 다들 신기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집중했지만 이내 관심을 돌렸다. 저렇게 비싸 보이는 차가 이 곳엔 왜 섰을까? 하는 궁금증들이 있긴 했지만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일이기에 괜히 주제넘게 나서지 않을 바에 관심을 끊어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 생각에는 가영의 생각도 포함 되어 있었다. 자신과 관련이 될 줄은 마침표로 찍히는 점만큼도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가영이 생각은 멈춰 섰던 승용차에서 나온 남자의 말로 인해 그대로 착각이 되어 버렸다. ' 차 안에서 내린 남자의 모습은 시선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처음에 승용차가 멈춰 섰을 때는 그냥 시선이 집중되었다가 흩어져 버렸는데 안에 타고 있었던 남자는 아니었다. 모두들 자신들도 모르게 그 남자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는 무언가에 잡힌 것 같이 손가락 하나 꿈쩍할 수가 없었다. 다들 남자의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버린 것이다. 그들 중에 가영도 빠지지 않고 속해졌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남자의 눈이었다. 남자의 눈에서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차가움을 발견한 가영은 저도 모르게 조금씩 몸이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쳐지는 남자의 모습이 점점 커질수록 가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손톱에 손바닥이 파일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한 발짝, 한 발짝 남자가 움직일 때마다 가영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