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주라기 공원으로 간 옴므파탈[Homme Fatal] 1권

< 프롤로그 >''''『 2001. 02. 19. 月 '기상청에 폭탄 투하하려면 재산을 얼마나 불려야 하나 계산했을 정도의 꽃샘추위.'덕분에 보게 된 커피 CF. 따뜻한 목도리. 절세미남. 그러니까 봐준다. 기상청 씨.'흠……. 향기가 좋았어. 목소리가 좋았어. 평생 잊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랬어. 』''새치름하네.'차라리 한겨울처럼 바람이라도 매섭게 불었다면 약은 안 올랐을 텐데…….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약한 날씨에 짜증이 뒷목을 바짝바짝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 일기 예보에서, 기온이 예년을 웃돌 것이며 따뜻한 날씨가 될 것이니 한낮에는 겨울옷을 벗고서 나들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 분명히 들었다! 예쁘장한 캐스터 언니의 생글생글한 웃음을 보면서 부스스한 얼굴로 덩달아 실실 쪼개다 나왔건만, 제길. 기상청에 도시락 폭탄 투척하고 싶은 욕구가 3분마다 생기는 날이 바로 이런 날이다.'「야, 기상청! 이 시베리아 언니, 오빠들아! 니들은 이런 날에 나들이 가니? 이게 봄이냐? 봄! 시베리아나 가서 귤이나 까먹어라! 」''춥다. '폭탄 맞을 일기 예보 덕에, 빨강과 검정이 섞인 체크무늬의 두터운 모직남방 한 장에 약간 달라붙는 청바지차림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검은색 재킷을 둘러 입고 나오긴 했지만 지금의 날씨에는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급하게 나오느라 채 말리지도 못하고 나왔더니 날개 뼈 근처의 머리채에서 살얼음이 묻어나왔다. 염색기가 덜 빠진 갈색 머리는 안 그래도 숱이 많아서 감당이 불감당인 머리칼이었다. 거기에 물과 얼음의 무게로 목 근육은 점점 더 뻐근해지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잿빛 하늘 아래, 희뿌연 아침 안개가 드리워진 늦겨울이자 초봄의 아침이었다. 공기 중을 부유하는 수분 알갱이들 속에 따뜻한 입김을 내뿜어보지만 이내 들숨을 따라 들어와 폐부를 가득 채우는 차가운 공기에 입술이 다물어지고, 비틀어졌다. 두 손과 양 볼은 이미 한참 전부터 빨갛게 얼어있었다. 성형수술 할 때가 되어서야 그 유용성을 인식하게 된다는 연골이 숨은 귓바퀴는 아까부터 몇 번을 만져 봐도 내 살이 아닌 것만 같았다. '‘장갑이라도 챙겨올 걸…….’'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가방은 더 이상 열어보지 않았다. 열어보면 속만 상할 뿐이었다. 장갑이나 목도리 등의 방한도구가 혹시나 있을까 싶어, 열심히 숄더백을 뒤져본 것이 삼십 분 전이었던 것이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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