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는 것은…….''''나는 어릴 때부터 무얼 하나 뛰어나게 잘 하는 게 없었다. 재능이라곤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이다. 재능이라도 있으면 노력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 마저도 내겐 없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해 엄마는 날 미술 학원에 보냈다. 하지만, 도통 그림이 늘지 않아 일 년도 채 못 채우고 그만둬야만 했었다. 두 번째로 다닌 학원은 주산 학원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던 말을 재현해 주듯이 난 친구 따라 간 주산 학원에서 너무나 예쁜 여 선생님을 보게 되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예쁘게 미소 지어주시던 선생님한테 반해서 난 일주일 동안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주산 학원을 다닐 수 있었다. 분명 내 의지로 간 학원인데 일주일 후, 그 선생님께서 그만 두시자 학원을 다니고 싶었던 내 의욕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일주일로 끝나고 말았다. '세 번째로 간 학원은 피아노 학원이었다. 그때가 아마 5학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엄마 손에 억지로 끌려가 피아노 앞에 앉게 된 나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도망 다니기 일쑤였고 그런 나를 피아노 학원 선생님께서 잡으러 오는 것도 다반사였다. 아마도 그 때문에 일 년을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것들과 달리 피아노는 남들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는데 빠른 속도로 습득해 나갔고 그런 날 흐뭇해하시던 선생님과 엄마였다. '그런 선생님과 엄마와 달리, 호시탐탐 그만 둘 기회만 노리던 내게 그 기회가 온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해 머리를 다친 언니가 있었다. 트럭과 부딪힌 언니는 머리를 크게 다쳤고 그로 인해 공부 잘 하고 착한 언니로 통하던 언니는 언어를 비롯해서 모든 게 떨어졌다. 한 순간에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피아노는 예전과 다름없이 굉장히 잘 쳤었다. '피아노를 뛰어나게 잘 치는 언니로 인해 주위에 아이들이 유독 많았었다. 그 중에 한 명이 나였는데 언니는 나만 발견하면 피아노 치던 것을 미루고 날 때렸었다. 학원 선생님도 말려보고 화도 내봤지만 막무가내로 때리는 그 언니로 인해 난 지긋지긋한 피아노 학원을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됐었다.'중학생이 되어서도 난 전혀 변하지 않았었다. 친구들과 영어 학원을 다녔었는데 영어 실력이 늘기는커녕 가는 횟수보다 빠지는 횟수가 더 많아 엄마가 학원을 끊어버렸다. '바닥을 기는 등수를 부모님께 내밀어도 부모님께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은 모두 공부를 잘 했기 때문에 난 친구들과 떨어져 고등학교를 가야했다.'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고등학교를 가서도 난 항상 제자리걸음을 해야만 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해왔고 귀찮다는 이유로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모든 친구들이 대학에 간다며 책을 파고 있을 때 난 졸업과 동시에 돈을 벌겠다며 공부는 뒷전이었다. '일찍 사회생활에 뛰어든 난 무리 없이 직장 생활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4년을 다니던 해에 부서 이동이 있었다. 그 부서이동이 내게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고 밀려오는 공포에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고 소름이 끼쳤다. 회사를 그만 둬야만 했던, 세상에 무서울 거 없고 당찼던 나는 부서이동이 있은 지 일 년 후에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