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6월의 따스한 바람이 부는 어느 맑은 날. '한적한 곳에 위치한 애덤즈가의 저택 안에서 여인의 괴로워하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곧 숨이 넘어갈 듯한 상황인 듯 보였고 한편으로는 전쟁터의 야간 병동의 상황일지도 모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복도를 오고가는 하녀들 사이로 초조한 듯 바닥에 발을 구르고 있던 남자는 비명 소리에 참기 힘든 듯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문 앞으로 다가가기 무섭게 하녀들이 문 옆에서 흠흠 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그들의 행동에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 몸을 돌려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헛기침은 문 너머는 엄연히 남자가 발을 내디뎌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경고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일분 일초는 심장이 조금씩 끝에서부터 중앙으로 타들어가 잿더미로 변할 만큼의 긴 시간이었다.''순간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녀들의 얼굴을 확인한 남자는 비로소 환청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쁜 듯한 얼굴로 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안쪽에서는 이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주인님, 축하드리옵니다!” ''“그래. 드디어 태어났군. 울음소리를 보아하니 여자아이인가?”''그때 문이 열리며 땀으로 범벅이 된 하녀가 걸어나왔다. 남자는 하녀의 어깨를 붙잡고는 다짜고짜 산모와 아이의 상태를 물었다.''“두 분 모두 건강하십니다. 여자아이입니다. 마님께서는 벌써 이름을 지으신 듯 해요.”''“지금 들어가도 되겠는가? 빨리 보고 싶군!”''“지금 당장은 무리입니다. 조금만 참으세요.”''“그래. 그렇겠지. 지금은 무리이겠지. 아무튼 다행인걸, 다행이야.”''안심한 남자는 이제 벽에 기대어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흥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던 남자는 잔뜩 들떠서는 자신의 사랑스런 아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아니야. 그대로 누워있어도 된다오. 부인, 정말 사랑스럽군. 이 아이가 바로…….” ''“너무나 예쁘지 않나요, 아서?” ''“캐롤, 너무나도 고맙구려. 이런 아이를 보게 해주다니 말이오.”''“당신이 기뻐하셔서 너무 기뻐요. 고마워요. 당신은 첫아이로 아들을 원했을 텐데…….”''“아니오. 캐롤과 닮은 아이를 낳아줘서 고맙소.”''아서는 자신의 아내 캐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의 품에 안긴 채 어느 덧 단잠에 빠져있었다.''“당신이 편한가봐요. 그새 잠들어버렸네요. 아이의 눈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파란 바다가 보이는 눈이에요. 전 벌써 이름을 정하고 말았어요. 화내지 않을 거죠, 아서? 아름다운 장미와 푸른 바다를 뜻하는 로즈마린으로 부를 거에요.”''“로즈마린! 좋은 이름이로군. 앞으로 네 이름은 로즈마린이란다. 아가야!”''주먹을 꼭 쥔 채 잠에 빠져있는 아이는 자신의 이름은 크게 상관없는 듯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잠에서 깨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