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다솜 도시락.

나연은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집 문을 열었다.

이번 주도 도시락 예약이 꽉꽉 차 있어 숨 쉴 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군청 소속 등산 동호회에서 단풍산행을 하러 간다며 주문한 피크닉 도시락을 싸는 나연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띠링.

도시락집 문이 열리며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주방 실장 애숙이 가게로 들어섰다.

“사장님, 벌써 와 있었어? 아유, 나도 일찍 온다고 온 건데 언제부터 와서 준비한 거야?”

애숙이 앞치마를 찾아 매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나연을 향해 말했다.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실장님, 스프링 롤 싸야 해요. 제가 김밥이랑 샌드위치 할 테니깐 실장님이 스프링 롤 200개 싸주세요.”

“알았어. 금방 할 테니 걱정 마. 근데, 제이는 자는 중 아냐?”

애숙이 집에 혼자 있을 나연의 일곱 살짜리 아들 제이가 걱정되어 물어보았다.

“아… 네. 일어나면 전화하라고 메모 남겨 놓고 왔어요. 처음 있는 일 아니니깐 괜찮을 거예요.”

나연이 혼자 있기엔 아직 어린 제이를 생각하며 미안한 듯 괜히 웃어 보였다.

“에휴. 돈 벌면 사장님도 좋고 나도 좋긴 한데, 그래도 제이가 새벽에 혼자 있고 그러는 거 난 맘에 걸리더라고. 집이 코앞이라 다행이지만 말이야. 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주문 손님 많은 건 좋은데 여하튼, 사장님도 재혼 생각도 하고 그래 봐. 내가 좀, 알아봐?”

애숙은 이제 서른두 살밖에 되지 않은 나연이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자꾸 주선을 넣는 중이었다.

아들 제이를 혼자 키우며 고생하는 나연을 보면 좋은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나연은 동글동글 오밀조밀 예쁜 얼굴에 백옥같이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어 나이보다 훨씬 더 어려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 제이를 데리고 밖을 나갈 때면 사람들이 엄마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애숙이 스프링 롤을 순식간에 말아 가며 말 중간중간 나연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가 시골이지만 꽤 괜찮은 남자들 많아. 요즘에 이혼이 흠도 아니고 말이지. 우리 제이가 또 워낙 순하고 착하잖아. 어린것이 어찌나 철이 빨리 들었는지. 내가 가끔 제이 하는 말에 속이 미어질 때가… 아이고, 내가 별소릴 다 하네. 아니, 그러니깐 총각은 아니래도 알아보면 괜찮은 사람 많다. 그 말이야.”

나연은 애숙의 말을 한 귀로만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이혼 후,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서울 근교에 있는 휴양지로 이사한 것이 1년 전이다.

강산읍.

친한 친구 지혜의 권유로 이곳에 터전을 잡기는 했지만, 외지인으로 토착민들이 상권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 자리 잡기까지 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시골이라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아 틈새시장에서 그나마 잘 버티는 중이었다.

이제 가게가 자리를 잡아 가는데 남자는 나연에게 사치일 뿐.

그리고 아들 제이를 키우고 있는 자신에게 쉽게 결혼을 말하는 남자가 있겠나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나, 애 딸린 이혼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서울에서 이 작고 조용한 읍내로 내려와 입방아를 찧기 좋아하는 아이 엄마들을 보면서 나연은 자연스레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

아들 제이한텐 미안했지만 곱지 않은 시선 사이에 끼어서 노는 제이 또한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과 함께 한가하게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실장님, 저 지금 진짜 바빠요. 이거 끝내 놓고 오전에 나갈 케이터링 준비도 해야 한다구요. 그런 말씀, 그만요.”

“이그, 알았어. 내가 또 괜한 소릴 했지 뭐. 에효, 어서 하자!”

애숙이 정신없이 바쁜 나연을 한번 쳐다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제이야, 오늘도 유치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밥도 잘 먹고,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알았지?”

나연이 제이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다 품에 꼬옥 하고 안아 주었다.

제이가 없었다면… 아마 난, 살아갈 힘이 없었을 거야.

스물네 살 어린 나이에 만난 제이의 아빠, 김도재는 나연의 직장 동료였다.

식품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던 나연은 직장에서 만난 동료 김도재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 버렸다.

나이도 동갑인데다가 워낙 도재가 나연을 쫓아다녔는데, 그녀 또한 잘생기기로 소문난 도재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이 싫지 않았다.

그렇게 만난 지 몇 개월 만에 아들 제이를 덜컥 임신하게 됐고, 친정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와 시댁의 무관심으로 결혼식 없이 혼인 신고만 한 채 살고 있었다.

그런데, 도재는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아마도 도재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었나 보다.

나연이 임신 막달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날이면 날마다 외박을 일삼고 나연의 카드에 손을 대기가 일쑤였다.

나연은 변해 버린 아니,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도재를 감당하는 것이 너무나도 벅찼지만,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꾹 참아야만 했다.

하지만 도재의 외박은 날로 더 심해졌고, 제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

도재는 거액의 도박 빚만 남긴 채 사라지고 말았다.

아들 제이의 생일날이 김도재와 헤어지게 되는 날이 될 거라고는 나연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 어떤 누가… 아이 출산일에 아빠가 행방불명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나연은 그 당시 결혼을 반대했던 친정 부모님께 면목이 없어 도움도 청하지 못했었다.

그나마 살고 있던 집의 보증금도 도재가 진 도박 빚을 갚는 데 써야 했다.

나중에 친정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아시고 대성통곡을 하시며 나연과 제이를 집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행방불명이 된 김도재와 이혼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었다.

날이 갈수록 커가는 아들 제이를 보며 자신의 삶을 한탄할 새 없이 몇 년을 정신없이 일해야만 했다.

전남편 도재가 나연의 카드로 대출을 받은 2천만 원은 전세금을 빼도 갚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친정 부모님의 도움으로 살아가다 오빠 재연이 결혼과 함께 부모님 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게 되어 나연이 독립을 하게 된 것이다.

“엄마, 그런 걱정은 이제 하지 마. 나도 이젠 일곱 살, 다 컸다구! 엄마도 점심 잘 챙겨 먹고, 알았찌?”

나연의 품에 안겨 있던 제이가 엄마의 등을 토닥여 주며 어른스러운 말을 했다.

환경은… 이렇게 어린아이를 어른으로 만들어 버리는 불필요한 재주가 있다.

“알았어요, 우리 아들. 유치원 버스 왔겠다. 어서 나갈까?”

나연이 제이의 손을 잡고 현관을 나와 좁은 빌라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서울을 떠나 이곳에 도시락집을 내는 것도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넓고 안전한 집을 얻는 건 욕심이었다.

제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원룸형 빌라를 월세로 살고 있었는데, 2층에 사는 나연은 폭이 좁은 계단을 항상 걱정해야 했다.

한 손에는 엄마를, 다른 손으로는 난간을 붙잡고 조심히 내려가는 제이의 모습에 익숙함이 묻어났다.

나연은 제이를 유치원 차량에 태워 보내고 차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보였다.

노란색 차량이 점으로 보이고 나서야 큰 숨을 한번 내쉬었다.

이제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

그나마 오늘은 도시락 예약이 오후에 몰려 있어 다행이었다.

점심 장사 준비는 애숙이 하고 있을 것이다.

나연은 오후에 나갈 과일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 거래처인 만족 청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청과 사장 현태가 면장갑을 낀 채 바닥에 앉아 사과를 열심히 닦고 있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나연이 청과 안으로 들어서며 밝게 인사했다.

현태가 나연을 보고 반가운 듯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짓고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연 씨! 어제 꿈자리가 좋더니 아침부터 나연 씨를 보네요. 하하.”

“아, 그래요? 제가 막 싸게 해달라고 조를 걸 알고 좋은 꿈 꾸셨나 봐요.”

넉살 좋은 현태의 말에 나연이 웃으면서 받아쳤다.

만족 청과 사장, 이현태.

올해 서른다섯 살인 현태 또한 나연처럼 이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구멍가게 같았던 만족 청과를 읍내에서 가장 큰 청과로 키우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녔던 그였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힘들 듯, 자연스레 가정에 소홀하게 되었고 그것이 불화가 되어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린 것이 2년 전이었다.

끝내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2년간의 별거 후 이혼을 하게 된 것이다.

현태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나연을 보면 전 아내와 아이가 생각나 마음 한구석이 괜스레 아려 왔다.

힘들 텐데도 힘든 내색 없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녀가 대단하고 기특해 보이기도 했다.

“사장님, 오늘은 뭐가 좋나요? 싱싱하고 저렴한 거로 보여주세요.”

“오늘 멜론이 좋더라고요. 금액도 나쁘지 않게 들어왔어요. 포도도 좋고. 뭐 나연 씨 맘에 찰지는 모르지만. 한번 봐봐요.”

“믿고 사는 만족 청과인걸요. 멜론이랑 포도 각각 한 상자랑 단감도 열 봉지 같이 계산해 주세요.”

“아침부터 대박이네요. 이러다 나연 씨 부자 되는 거 아니에요? 하하. 좀 있다가 갖다줄 테니, 시간 되면 커피 한잔하고 가요.”

현태가 끼고 있던 면장갑을 벗으며 나연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그녀에게 줄 커피를 타기 위해 정수기 쪽으로 향했다.

그래, 오늘은 한숨 돌리고 시작할까?

나연은 현태가 건네준 종이컵을 받아 들고선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내 현태를 보며 고맙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한동안 비어 있던 옆 상가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는지 며칠 동안 쿵쾅쿵쾅 공사하는 소리에 귀가 다 먹먹한 나연과 애숙이었다.

심지어 인부들이 휴식 시간에 담배를 피워대는 바람에 독한 담배 냄새가 창문을 통해 사정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애숙이 담배 냄새 때문에 괴로운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옆 가게를 향해 눈을 치켜떴다.

“저 아저씨들이 증말! 뻔히 옆 가게가 밥집인 거 알면서, 저렇게 담배를 피워대고 난리야! 내가 가서 한마디 할까 보다! 예의 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실장님, 며칠 지나면 괜찮겠죠. 그냥, 우리가 참아요. 캑캑. 캑.”

나연 또한 담배 냄새 때문에 괴로운 건 마찬가지지만, 새로 들어오는 가게 주인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는 않았다.

“부동산 이 씨한테 얘기 들으니깐 공방인가? 뭐 그런 게 들어온다는데. 공사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지 뭐.”

“그래요, 실장님. 우리 좋게 생각하자구요.”

나연 또한 옆 가게가 공방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 음식점이 들어오면 도시락집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할 테니깐 말이다.

괴로워도, 담배 냄새쯤이야 참아 보자 생각했다.

“자, 그럼 점심 장사 준비 좀 해볼까요? 오늘은 돈가스 도시락!”

나연이 구호를 외치듯 큰 소리로 말하더니 도시락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밑반찬과 돈가스 튀길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가게 문이 열리면서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나연이 손에 묻은 빵가루를 털어내며 간단하게 손을 씻고 카운터로 향했다.

검은색 남방에 찢어진 블랙 진을 입은 낯선 남자가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짓고는 나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지? 아는 사람인가?’

나연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웃고 있는 젊은 남자를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저, 옆 가게에서 왔는데요. 공사 때문에 많이 시끄러우시죠?”

젊은 남자가 미안해하며 나연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아… 네, 아니에요. 뭐… 괜찮아요.”

나연이 고개를 숙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정쩡한 모습으로 젊은 남자 앞에 섰다.

시골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외모를 가진 남자는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사장님은 안 계시나요?”

사장님을 찾으며 가게를 두리번거리던 젊은 남자가 주방에 있는 애숙에게 시선을 두었다.

아마도 애숙이 사장인 줄 알고 있는 듯했다.

“제가 사장이에요. 주방에 계신 분은 실장님이시구요.”

도시락 가게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종종 받는 오해인지라 나연이 익숙한 일이라는 듯 웃어 보였다.

수호가 본인이 사장이라고 말하는 여자의 말에 조금 놀라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사장이라고?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스물아홉 살 윤수호.

자신보다 더 어려 보이는 도시락집 사장을 잠시 훑어보았다.

머릿수건 아래로 살짝 삐져나온 앞머리며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붙어 있는 눈, 코, 입이 마치 사슴처럼 청순하면서도 귀여워 보였다.

수호는 단지 살짝 훑어보려고 했던 것뿐인데, 그의 눈이 그녀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방 앞치마를 매고 큰 눈을 깜빡거리며 웃고 있는 이 여자.

왠지 모르게 자주 보고 싶을 것 같았다.

순간 수호는 처음 보는 여자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을 했다.

수호는 나연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멋쩍은 듯 시선을 돌리고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아, 이건 제 명함입니다.”

나연은 느닷없이 명함을 건네는 수호를 한번 쳐다보고는 두 손으로 명함을 받았다.

“저는 딱히 명함은 없어서. 아, 이거 받으세요. 저희 가게 미니 전단이에요. 가게 메뉴도 나와 있지만 제 이름하고 전화번호도 같이 적혀 있어서 제 명함이겠네요. 계좌번호도 있는데 그냥, 무시하세요.”

수호가 나연이 건네는 미니 전단을 받아 들었다.

전단에 적혀 있는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더 밝게 미소 지었다.

‘이름이, 송나연이구나.’

수호가 나연의 이름을 머릿속 깊이 담았다.

전단을 유심히 훑던 수호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들어 나연을 바라보았다.

“저, 점심 주문해도 될까요? 오늘 메뉴가 돈가스네요. 돈가스 다섯 개 주문할게요.”

“돈가스 다섯 개요? 20분 정도 걸리는데,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아, 아닙니다. 바로 옆인데요. 제가 시간 맞춰 올게요.”

수호가 그의 미소만큼 시원스레 말하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나연에게 건넸다.

나연이 카드를 받아 계산하고 수호에게 카드를 넘겨주는데, 두 사람의 손이 엇갈려 카드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나연이 당황해하며 허리를 구부려 카드를 주우려는 순간.

쾅!

“아얏!”

수호의 머리와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수호 또한 카드를 주우려고 그녀와 동시에 허리를 숙였던 것이다.

“아… 앗. 저기, 괜찮으세요? 나연 씨?”

수호와 부딪친 머리가 생각보다 아픈지 나연이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 모습에 수호는 너무 미안해 우두커니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방에 있던 애숙이 이 모습을 보고 재빨리 뛰쳐나왔다.

“사장님! 괜찮아? 아이고, 인사하러 오자마자 뭔 일이래?”

애숙이 고개를 숙인 채 아파하는 나연을 한번 쳐다보고는 멀뚱히 서 있는 수호를 못마땅한 듯 바라보았다.

“아니, 우리 사장님이 그냥 넘어가자고 해서 내가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저기 뭐야, 저 일하는 아저씨들 말이에요. 담배 좀 멀리 가서 피우라고 좀 해요! 아주 문을 못 열어 놓겠어!”

수호가 담배를 피웠던 사람인 것처럼 애숙이 그를 향해 볼멘소리를 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