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차가운 냉골의 바닥이 그녀의 뼈 속까지 차가운 기운을 드리우고 있었다. 이불을 깔았음에도 유경은 그 차가움을 질리도록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돌오돌 팔뚝에는 이미 소름이 돋았고, 아무리 이불을 끌어당겨도 시린 기운이 가시질 않았다. 눈물이 몽골 솟아올라 그녀의 차디찬 뺨을 타고 흘렀다. 누가 나가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그녀는 집을 나와 생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문 열어.”''나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문틈을 타고 흘러들었다. 며칠째 계속되는 지리한 싸움이 싫은듯 유경은 연신 귀를 막고 이불을 더 끌어당겼다.''“한유경.”''남자의 말투는 더욱 가라앉았고, 이를 앙 물었는지 노여움을 가득 싣고 있었다.''‘싫어. 못해. 다시는 당신과 마주치기 싫다고…….’''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이윽고 발로 차는지 흔들리는 문소리가 위태롭기까지 했다. ''“여기까지야. 부스기전에 문 열어.”''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며칠째 이렇게 놔둔 것도 많이 봐주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유경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에게는 이미 사라졌다 생각한 미소를…….''“한유경.”''고약한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이윽고 사람들이 나왔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까지 합쳐져 그녀의 맥을 빼고 있었다. 그만 해. 당장이라도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 해! 그만했으면 됐어. 당신의 쑈는 충분히 재미있었고, 나에게 흥미로웠어. 하지만 그만! 이제는 됐어!''“당신 정말 나에게 이럴 거야? 이유가 뭐야? 대체 이러는 이유라도 알자!”''이제는 슬슬 구슬르며 그녀에게 조근조근 묻는다. 몰라서 물어? 화가 머리끝까지 파고든다. 조금의 온기를 간직한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유경은 더 이상 그를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상체만 일으켰을 뿐인데 핑하고 현기증이 밀려들었다. 한동안 눈을 감고, 유경은 손을 짚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핑글!''다시 욕지기와 함께 현기증이 들자 그녀는 차가운 손을 들어올려 이마를 짚었다.''한발자국 걸음을 걷자 뭔가가 밑에서 흐르는 느낌이었다. 어? 바닥을 바라보자 핏방울이 하나 몽글 떨어져 있었다. 뭐지? 생각할 새도 없이 그녀의 다리를 타고 핏물이 계속해서 흐른다. 생리를 하나? 우둔한 뇌는 그것밖에는 생각해 내지 못했다. 내가 왜 이러지?''“한유경. 그래 네가 생각을 하고 싶다면 얼마간 시간을 줄게. 다음에 왔을 때는 꼭 얼굴을 보고 얘기하자.”''포기를 했는지 긴 한숨소리와 함께 그가 가는지 발자국 소리가 점점 희미하게 들려온다. 하지만 유경은 그에 대해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순간 배를 강타하는 낯선 고통에 숨을 헉 들이마셨다. 서 있던 몸이 비틀거렸고, 그녀는 자리에 고꾸라지듯 무너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