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비는 여름의 폭염을 단숨에 씻어낼 듯 그렇게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분노처럼 끝없이 유리창에 와 부딪치는 빗물의 흐름은 진한 슬픔처럼 보였다. 피도 저렇게 흘러내릴까. 그런 생각이 아까부터 들고 있었다. 자신의 몸속에는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의문이 자꾸 커지고 있었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그의 마음에 슬며시 스며들고, 혼자라는 적막의 무게는 거대한 힘으로 수빈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잊고 싶은, 반드시 잊어야만 하는 기억들이 생각나고 있었다. 1년 전 한 여인이 죽었다. 어머니라 불리던 여인이 어머니라 주장하며 나타난 다른 여인에게 죽임을 당했다.'어머니! ''말 한마디 못한 채 가엾게 죽은 영은의 그 얼굴 그 눈빛. 잊어야 하는데 잊혀지지 않는 그 모진 기억. '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바라보고 있다가, 언제부턴지 빗소리 외에 쾅쾅대는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섞여 들고 있는 걸 깨달았다. 쾅쾅대는 소리를 처음엔 무시했다. 하지만 누군지 끈질기게 문을 두드리고 있어 마침내 수빈이 졌다. 천천히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문밖에 빗속에서 걸어 나온 듯 흠뻑 젖은 여자애가 서 있었다. ''머리에서 옷에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와중에, 커다란 토란잎을 우산 삼아 머리 위에 들고 선 그런 기묘한 모습이었다. 여자애는 들고 있는 토란잎이 아무 소용이 없을 만큼 비에 완전히 젖어 있는데도 구명줄인양 토란잎을 양손에 꽉 움켜쥐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채 추위 때문인지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안녕하세요. 지나는 나그네인데, 저어기 서산에 해는 지고 까마귀는 깍깍대고 길은 먼데 이렇게 비가 와서 실례를 무릅쓰고 문을…….”''행색만큼 나온 말도 기묘했다. 서산에 해는 지고 까마귀가 울어? 이 비에? 눈이 마주 치자 묘한 전율이 수빈의 가슴에 일어났다. 뭔가 알 수없는 감정이 수빈을 화나게 했다. 이런 밤에 왜 비는 맞고 다니는 거야? 울컥 화가 치솟았다. 왜 화가 나는지, 이유 없는 화는 수빈이 생각해도 기묘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여자애였다. 그러니 이 여자애가 비를 맞고 다니든 말든, 그런 건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제 1 장. 만남''1. 마음의 문을 열다.'2. 남자의 친구.'3. 사랑은 마음을 취하게 한다.''제 2 장. 사랑''1.인간의 삶엔 아픔이 배어있다.'2. 단풍 빛 사랑.'3. 사랑 말하기.'4. 다른 사람의 사랑.'5.기다림이 있는 집. ''제 3 장. 기억''1. 첫사랑의 재회.'2. 다른 곳, 다른 생활. '3. 그녀의 향기.'4. 동생의 여자.''제 4 장. 결혼''1. 기억 저편.'2. 사랑. 그 서글픔.'3. 형제.'4. 그 집이 있는 곳.''제 5 장. 엇갈림''1. 추억 속으로.'2. 결혼 신청.'3. 확인.'4. 결혼식''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