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만남
‘야 이 ski야 일어나 이 ski야. 퍼뜩 안 일어나?’
세상 험한 나의 아침 알람이다.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 연예인이 팬의 요청으로 아침 기상 알람을 만들었는데, 거칠고 험한 것이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는 딱 맞았다.
물론 이 알람을 듣고도 바로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5분 뒤 다시 알람, 그리고 다시 5분 뒤 알람을 몇 번이나 누르고 나서야 겨우 눈도 뜨지 못한 채 욕실로 향할 수 있었다.
[이서라. 오늘은 늦지 마. 언니 경고 잊지 않았지?]
다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니 친언니 이서아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칫솔에 치약을 꾹 짜 입에 넣었다. 박하 향이 입에 퍼지며 조금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여 양치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핸드폰 왼쪽 위 끝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아. 크이이다.”
‘아. 큰일이다’를 외치고 칫솔질에 박차를 가했다. 벌써 언니 서아의 잔소리를 들을 생각에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나에게 아무리 늦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눙지야. 언니가 밥 주께요. 배고팠져요?”
내 말투가 저렇게 바뀌는 건 눙지에 한해서다.
2년 전 친언니와 함께 살 때 입양했던 유기견 눙지. 언니가 작년에 시집가고 지금은 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
본명은 누룽지. 애칭은 눙지. 갈색 보글보글한 털이 누룽지 같아 지어준 이름이었다.
느긋한 성격의 눙지는 내가 사료를 밥그릇에 담아 주자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식사를 시작했다.
“으이그. 이쁜 것.”
눙지가 밥 먹는 것만 봐도 배불렀다.
눙지 밥 먹는 것을 구경하다 10분이나 늦어버렸다. 결국, 나는 아침에 머리 감는 것을 포기하고 집에서 나와야 했다.
‘아름드리 어린이집.’
언니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이미 아이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그래. 이 혼란한 틈을 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거야.
6세 달님 반의 허지우 어린이가 도착했다. 허지우 아버님은 동네 유도장을 운영하시는 도장님이었다. 아버님의 너른 등판을 방패삼아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표. 이럴 때는 나의 작은 몸이 매우 고마웠다.
주위를 경계하며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서라 선생님 뭐 하세요?”
“쉬…… 쉬쉿.”
나는 깜짝 놀라 제 아빠의 어깨너머 나를 보고 있는 지우에게 조용히 하라고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지우 왔구나. 안녕하세요. 오늘도 아버님이 데리고 오셨네요.”
언니였다.
나는 작은 몸을 더욱 작게 움츠리고 지우 아버님 뒤로 숨었다. 하지만 지우 아버님이 지우를 땅에 내려놓기 위해 허리를 숙였고, 나는 그대로 언니의 시야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정을 모르는 아버님은 오늘도 지우를 잘 부탁한다며 인사하고 어린이집을 나가셨다.
“지우. 달님 반으로 들어갈까?”
“네.”
지우 담임 선생님이 지우를 데리고 들어가고 현관에 언니와 나 단둘만 남았다. 왜 이럴 때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인지.
“언니. 안녕? 좋은 아침이네.”
“그래. 내 동생. 일찍 왔네?”
“으응. 아니야. 그럼 나는 이모님 도와드리러 가볼게.”
“으응. 무슨 소리야. 일단 원장실 가 있어.”
언니가 아이들에게만 보여주는 미소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신호였다.
오늘 망했구나. 이서라.
언니의 잔소리는 1차와 2차로 나뉘었다. 회식도 아니거늘. 회식과 언니의 잔소리 공통점은 매우 내가 싫어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등원해 수업을 시작하기 직전 20분,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하원하고 선생님들마저 퇴근한 후 30분.
“이서라. 언니가 아침에 보낸 문자 못 봤어?”
“봤지…….”
“봤는데도 늦었어? 그게 더 나빠.”
“아니. 늦게 봤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내가 선생님들 보기 정말 창피해. 너 내 동생인 거 다 아는데, 이렇게 매일 늦어서 되겠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응?”
“안되지……. 늦으면 안 되지. 내가 잘못했네.”
나는 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하다 현재 언니의 어린이집에서 잡다한 일을 담당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요즘 들어 하는 생각은 어른들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술을 배워둘걸.
청소, 아이들 점심을 준비하는 이모님 도와드리기, 설거지, 바쁜 선생님들을 대신해 전화 받기, 간단한 문서 업무, 종이 오리기 기타 등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었다.
원래는 아이들의 등원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청소하고 식당 이모님과 함께 장을 본 후 점심을 돕는 일을 해야 했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아침 청소는 하지 못했다.
아니, 애들이 이렇게 아침잠이 없나. 내 생각보다 이른 등원 시간에 혀를 내둘렀다.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더 일찍 출근해야 했다.
이제 이 일을 시작한 지 겨우 일주일. 차라리 서둘러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가 취업 사이트를 뒤적이는 나였다.
아! 이게 언니의 작전인가. 뒤통수에 얼얼함이 느껴졌다. 하루라도 빨리 백수 생활을 청산 시키기 위한 고도의 작전인 것인가. 별로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언니가 한소리를 덧붙였다.
“내일도 늦으면, 월급에서 깎을 줄 알아.”
“뭐야. 치사하게. 노동청에 신고한다.”
가장 예민한 돈을 걸고넘어지다니. 내가 씩씩거리자 언니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남기며 원장실에서 나갔다.
“직계가족은 신고 안 된대.”
알아봤구나. 무서운 사람.
나는 언니가 나간 문을 한동안 노려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장 늦게 퇴근하는 언니를 따라 어린이집에서 나오니 이제 막 어린이집에 도착한 형부가 보였다.
“자기! 어? 처제도 있었네.”
자기래…….
우웩. 내가 헛구역질을 하자 옆에서 언니가 팔뚝을 꼬집었다.
“아. 아파!”
“하하. 오늘도 처제는 밝네.”
욕인 것 같은데. 내가 의심을 하고 형부를 쳐다보다 뒤늦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형부. 오늘도 언니 데리러 온 거예요?”
“응. 누가 언니 훔쳐 가면 어떡해.”
“풉. 아니. 누가……. 아! 아프다니까!”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언니에게 다시 꼬집혔다.
“하하. 처제 우리랑 같이 집에 가서 밥 먹자.”
형부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산적같이 생겨서 저렇게 사람 좋은 웃음도 지을 수 있구나. 볼 때마다 놀라웠다.
“아니에요. 집에 가야죠. 눙지가 기다려요. 산책도 시켜줘야 하고. 신혼부부 둘이 오붓하게 즐기세요.”
“눙지 데리고 와. 오랜만에 눙지도 보자.”
언니가 눙지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 언니에게 앙금이 남았기 때문에 대차게 거절했다. 우리 이쁜 눙지는 나만 봐야지.
“나 먼저 간다!”
퇴근은 누구보다 빠르게. 나는 잽싸게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니 눙지가 현관문 앞에 나와 있었다.
“눙지야. 온니 왔떠. 온니.”
나는 눙지를 보자마자 혀가 반 토막이 났다. 눙지는 본인의 임무를 완수하듯 나에게 아는 척하며 꼬리를 몇 번 흔들다 귀찮게 달라붙는 나를 외면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귀여운 것.
나는 방으로 들어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산책 줄을 들고 나왔다.
“눙지. 산책하러 가자. 산책.”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
오늘은 절대로 늦어서는 안 됐다. 어젯밤 잔뜩 긴장하고 자서 그런지 단 한 번의 알람에 눈을 번쩍 떴다.
오랜만에 아침에 머리를 감고 눙지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언니가 나와 있었다.
“저 왔습니다. 원장님.”
내가 어린이집으로 들어서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신 보듯 나를 보는 언니였다.
“뭘 그렇게 보시나. 쑥스럽구먼.”
“나는 헛것 보는 줄 알았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일찍 왔네?”
어제 본인이 들들 볶았던 것은 새까맣게 잊었는지, 내가 일찍 온 것이 의외라는 듯 나에게 다가와 소란을 피웠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청소부터 하면 돼?”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어린이집을 돌아다니며 환기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며 이곳저곳 쑤시고 다녔다. 얼마나 지났을까. 선생님들이 한두 분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일찍 도착해 청소까지 끝내고 선생님들이 아침 회의를 하는 동안 커피 한 잔을 들고 어린이집 입구가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 잡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이렇게 한가하고 좋은 것을. 나는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하며 아침 티타임을 마쳤다.
아이들이 등원하면서 어린이집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아이들이 내뿜는 맑은 에너지였다. 순박하게 뿜어내는 기운은 회사 생활과 사회인들에 치여 질척해진 마음을 뽀송뽀송 말려주었다.
아이들 급식 배분까지 완료하고, 설거지를 마친 후 잠깐의 휴식시간. 광합성을 위해 어린이집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얼마나 있었을까. 어린이집 앞에 검은색 고급 세단이 멈춰 섰다. 이 동네에 저런 차가? 전에 다니던 중소기업 부장님이 점심시간마다 뒤적이며 본인의 드림 카라고 했던 그 차였다. 서울의 전세금을 웃도는 그런 돈 냄새가 짙은 차였다.
차에서 양복을 잘 차려입은 젊은 남성이 내렸다. 저 사람이 차 주인인가? 훔쳐보는 티가 나지 않도록 훔쳐보고 있는데, 차 뒷좌석 문을 열어주는 양복남. 뒷좌석에서 길쭉한 다리가 삐쭉 나오더니 차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정말……. 정말 미남이었다.
선 고운 이마와 연결된 우뚝 솟은 콧날. 그 콧날이 떨어지는 끝 딱 알맞은 위치에 적당히 도톰한 입술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서 가장 시선이 가는 곳. 쌍꺼풀 없는 적당한 크기의 눈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빛이 있었다.
연예인인가? 평소 연예인에 무지한 나는 그가 진짜 연예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런 얼굴을 많은 사람이 보지 못하면 상당히 안타까울 것 같았다.
저 양복남은 기사인가? 차에서 미남이 내리며 더욱 흥미진진해진 광경에 나는 마시던 커피도 내려놓고 이제는 대놓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흘끔흘끔 쳐다보기 시작했는데, 정작 당사자는 모르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 미남자는 다시 차로 몸을 돌렸다. 뭘 꺼내나? 나는 문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은 탓에 목을 쭉 내밀었다.
그런데 그가 차에서 가지고 나온 것은, 물건이 아니라……. 아이?
애 아빠였어?
“에이.”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터져 나온 탄식이었다.
그가 차에서 꺼낸, 아니, 차에서 데리고 나온 아이는 4살쯤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설마, 이 어린이집으로 오는 거야?
어린이집 앞에 세워진 차에서 어린이가 나왔고, 그 어린이가 어린이집으로 들어오는 게 이상한가 싶었지만, 한눈에 봐도 부티가 좌르르 흐르는, 돈이 꽤 있을 법한 사람들이었다. 이곳은 유명한 사립 유치원도 아니었고, 영어 유치원은 더더욱 아니었다.
여자아이를 한 손으로 엉덩이를 받쳐 들고 어린이집 앞에 설치된 초인종을 누른 미남자. 초인종 누르는 게 저렇게 멋질 일인가.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얼마 후 언니가 나왔다.
“아.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전화 주셨던 주설 보호자 맞으시죠? 네가 설이구나. 안녕. 반가워.”
미남자와 그의 아이가 고개를 꾸벅하며 언니에게 인사했다. 그러고는 언니의 안내로 어린이집으로 사라졌다.
“아. 오늘 새로 온다는 아이구나.”
아침 회의에서 오늘 새롭게 원생이 들어온다더니, 저 아이였나 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 식어버린 커피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이제는 다시 일해야 할 시간이었다. 달님 반 선생님이 부탁한 이미지를 찾아 프린트하고 색칠까지 해야 했다.
“눙지야. 언니가 사룟값 벌어갈게.”
핸드폰 바탕화면의 눙지를 보며 어린이집으로 터덜터덜 들어갔다.
**
오늘은 평소보다 더 빨리 일어나야 했다. 봄맞이 화단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저녁에 눙지 산책하러 가지 못할 수 있어 아침 일찍 산책하기로 했다.
“눙지. 가자.”
산책하러 가는 것은 기가 막히게 알아듣기 때문에 내 앞에 쪼르르 다가와 하네스를 채우라며 앉아 있는 눙지였다.
“으구으구, 귀여운 내 새끼.”
어금니 깨물고 이뻐해 주니 다시 저만치 도망가 버리는 눙지였다. 다신 그러지 않겠다며 눙지를 어르고 달래 겨우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어린이집에 출근했다.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아이들이 하원 하는 시간. 때에 맞춰 온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하나둘 어린이집을 나섰다.
나는 봄볕으로부터 나를 지켜 줄 챙이 넓은 모자와 토시를 끼고 어린이집 창고에서 호미와 미니 삽을 꺼내와 화단 앞으로 향했다.
얼었던 땅이 녹아 질척한 화단에는 서리를 맞아 녹색으로 변한 식물들이 지저분하게 박혀있었다. 하나씩 뽑기 시작하니 내 옆에는 어느 순간 죽은 식물들이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아. 생각보다 힘드네.”
질척한 땅을 만지느라 목장갑은 어느새 축축이 젖어갔다. 땀도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할 때, 옆에 인기척이 났다.
“어? 안녕?”
그 아이다. 잘생긴 아빠에게 안겨 왔던……. 주설이라고 했던가?
내가 인사하자 공수를 하더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귀여워라.
“아직 안 갔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을 시간이었다. 내 말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더니 내가 쌓아 놓은 식물의 사체로 맑은 눈이 옮겨졌다.
“머 하찌?”
“응? 아……. 지금 꽃밭 만들려고. 꽃밭 알아?”
내 물음에 다시 고개만 끄덕인 아이가 내 옆에 쭈그려 앉았다. 손가락으로 식물들을 콕콕 찔러보더니 느낌이 이상한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무래도 얼었다 녹은 식물이라 물컹했으리라.
나는 아이의 손가락을 내 옷에 슥슥 닦아주었다.
“하하. 왜. 느낌이 안 좋아?”
“응. 녜”
“설이는 꽃 좋아해?”
내가 이름을 부르자 커다란 눈이 더욱 커다랗게 변했다.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여기다가 꽃을 심을 거야. 설이 꽃 좋아해? 무슨 색 꽃을 좋아하려나…….”
“노랑…….”
“아하. 설이는 노란색 좋아하는구나.”
아이의 말에 반응해주며 다시 풀을 뽑아나갔다.
“원장 선생님께 말해서 노란 꽃 심어달라고 하자. 오늘 옆에서 같이 있어 준 선물.”
내 말에 방긋 웃는 설이었다.
“설아. 여기 있었네?”
4살 무지개 반 선생님이 설이를 찾고 있었나 보다.
“설아. 아직 날이 추우니까 안으로 들어가자.”
아직은 쌀쌀한 바람에 혹여 감기라도 걸릴까 봐 선생님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 이뜰래.”
설이 고집 있네. 나는 빙긋 웃으며 설에게 바라봤다.
“감기 걸리면 꽃 심을 때 못 볼걸? 지금 구경하는 것보다 꽃 심을 때 구경하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그래. 설아. 지금은 안으로 들어가자.”
설은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결국, 선생님이 설을 둘러메고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내려달라 발을 바동바동하는 설이 보였다.
“조그만 게 고집은 쇠고집이네.”
나는 찬바람에 찔끔 흐르는 콧물을 훔치고 화단 정리를 마무리했다.
모든 풀을 뽑아내고 창고에 도구들을 모두 넣고 돌아오니 설이 어린이집을 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 같이 오던 잘생긴 아빠가 아닌, 한 아주머니가 설을 데리러 왔다.
미리보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