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사랑’과 ‘불안함’ 그 사이 어딘가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태하는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에 고갤 들었고 그 앞에는 선호가 있었다. 상황이 급하니, 일단 몸을 실은 태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선호도 마찬가지다. 정적으로 가득한 엘리베이터는 숨이 막혔고, 문이 열렸다.

태하가 먼저 몸을 내렸고, 선호도 그 뒤를 따랐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에 몸을 실은 태하는 창으로 선호를 쳐다보았다.

“재수 없는 새끼.”

“네?”

태하의 말에 재호가 반응했고, 태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한 뒤 눈을 감았다. 자신이 어릴 적, 종종 집을 찾았던 태오에게 늘 선호의 연락이 따랐고 감시했다. 태오는 늘 자신의 일과를 보고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래서, 더 재수가 없다. 자신은 깨끗한 척.

집 앞에는 이미 차가 한 대 섰고, 그 뒤에 차를 댄 최 비서는 자신이 먼저 확인을 하겠다고 입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얼굴은 확인한 최 비서는 태하가 탄 차의 문을 열었다.

“내리셔도 됩니다.”

차에서 내린 태하는 자신의 앞에 선 남자에게 먼저 손을 건네었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런 일로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말을 하는 태하에 앞에 선 남자도 표정을 풀고는 태하의 손을 마주 잡아 인사했다.

“아닙니다.”

“들어가시죠.”

자신의 집으로 안내하는 태하의 뒤를 따랐고, 냉장고에 이슬이 채워 놓은 음료수를 챙겨 거실로 자릴 잡았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찾아뵙네요. 제가.”

“이사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괜찮습니다. 찾아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돕겠습니다.”

“안 그래도 찾아뵙고 싶었는데,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랬군요.”

그리고 남자는 태하를 쳐다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불안한 듯 손을 가만 두지 못하고.

“이사님 전에 계시던.”

“유태오 이사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분이 연락을 주셔서 약속을 잡았는데. 사고가 나는 바람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태하는 당황스러웠고, 재호 역시 처음 듣는 말에 표정이 굳었다.

“그게, 무슨.”

“유태오 이사님이 사고 나시기 전에 저를 찾아오셨어요.”

“형이요?”

“네. 태오 그룹 이사라고,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12년 전, 그 사고에 관련해서. 저도 그때 찝찝함이 좀 있어서 흔쾌히 알겠다고 했는데.”

“아.”

“이사님 비서분이 저를 찾아오셨을 때 망설였습니다. 저 때문에, 돌아가신 것만 같아서.”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하는 남자에 태하는 티슈를 건네었다.

“아닙니다. 설상, 그랬다고 하더라도 제가 밝혀내겠습니다.”

“이사님, 전 괜찮으니까 그냥.”

“아뇨. 태오 그룹에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저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형이 죽던 날, 차에 저희 어머니가 함께 탔었습니다. 지금은 병상에 계시고요. 더 이상 태오 그룹의 손에 놀아날 수 없습니다.”

“저급한 인간들이네요.”

“그러니 주저 말고, 연락 주세요.”

자신의 명함을 내미는 태하다. 남자는 그런 태하의 명함을 받아, 자신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고맙다고, 그냥 비루한 가족의 일에 힘을 보태주어서 고맙다고.

“처음 유태준 회장이 카센터를 찾아온 날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다고.”

“네. 그때 제가 갓 20살이 돼서, 아버지 밑에서 일을 했을 때였어요.”

아버지의 카센터를 물려받겠다는 마음을 가진 ‘준호’는 열심히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있었다. 카센터 안으로 앞범퍼가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부서진 에쿠스가 들어 왔고 차에서 내린 사람은 뉴스에서 자주 언급이 되는 태오 그룹 ‘회장’이었다.

“아, 무슨 일로.”

“어 내가 고라니를 좀 박았는데 차가 너무 망가져서요. 고쳐 줄 수 있나 해서.”

보통 회장들은 비서를 데리고 다니지 않나, 싶은 마음이 들었던 준호이지만 사무실에 계신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손님이요.”

“어, 나가.”

후다닥 나온 아버지는 태준을 알아보지 못한 것인지, 어쩌다가 이랬냐고 안타까워하는 눈치였다. 수리비를 대충 책정을 하는데, 태준은 어딘가 급해 보였고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이틀 안에 수리를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틀이요? 저희는 다른 손님도 받아야 하는데.”

자신의 아버지의 말에 주머니에서 수표를 잔뜩 꺼낸 태준에 준호는 놀랐다.

“600만 원으로 합시다.”

범퍼만 수리하면, 기간은 3일. 그리고 비용은 80만원 선이면 되는데, 수표를 잔뜩 내민 태준에 아버지는 망설이는 듯했다. 그리고, 준호가 그 돈을 덥석 받았다.

“그럼요. 해드릴게요.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태준은 택시를 불러 카센터를 나섰다. 고라니를 친 것 같다는 태준의 말과는 다르게 다른 차의 색이 진하게 묻어 있었고, 별일 아니겠지 싶은 마음에 다른 손님들은 마다하고 문을 닫았다. 태준의 차를 고치는데 부자가 집중 했었다.

그 후, 태준은 일이 있을 때마다 카센터를 찾았고 간단한 수리도 맡겼다. 마치, 지정 업체처럼. 그리고 태오의 사고가 있기 하루 전, 차 한 대를 가지고 와 브레이크를 고쳐 달라고 했었다.

“브레이크가 너무 멀쩡한데, 어떤 제품으로 교체를 해드릴까요.”

“물건은 저희가 가지고 왔으니, 바꿔만 주세요.”

부품이 든 상자를 내미는 의문의 남자에 고개를 끄덕였다. 브레이크를 교체하는 내내 자신들의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저희가 되면 작동 체크 하고 연락드릴 텐데.”

“아뇨. 체크 안 하셔도 돼요. 가지고 갈게요.”

그렇게 말을 한 남자는 팔짱을 끼고 멀리서 쳐다보았다. 그리고 차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견인차를 불러 차를 옮겼다. 그리고, 다음 날 유태오 이사가 죽었다는 기사를 봤다. 아버지는 죄책감에, 종일 술로 배를 채웠다.

“아무래도, 내가 만나야겠어.”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다. 자신도 동행하려고 했지만, 집으로 가 있으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손을 흔들던 아버지의 모습이 준호에겐 마지막이었다. 준호의 말을 들은 태하는 생각에 잠겼다. 브레이크를 갈러 온 사람이 태준이 아니면 누구였을까.

“혹시, 그 남자 인상착의 생각나세요?”

“잘 보이진 않았어요. 모자도 썼고, 마스크도 했고.”

꽁꽁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카센터를 방문한 것이 분명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다. 나중을 기약하고, 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 차를 세워 뒀던 곳으로 나갔다.

“혹시라도 생각나시는 거 있으면, 연락 주세요.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준호에게 인사를 한 태하는 재호까지 집으로 돌려보냈다. 모두가 떠난 후 차에 앉아 눈을 감았다. 알면, 알수록 풀리는 것이 아니라 더 꼬여 가는 것만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슬에게 가기 전, 이 감정들을 털고 가야만 한다.

한편, 태하를 기다리던 이슬은 여정의 링거가 다 떨어졌음을 알리려 병실을 나섰다. 간호사가, 이따 들어오겠다고 수액을 잠가 달라고 부탁을 했고 이슬은 병실로 들어섰다. 웬 환자복을 입은 여자가 여정의 앞에 있었고, 이슬은 불안함에 서둘러 안으로 들어서 앞을 막아섰다.

“누구세요?”

이슬을 쳐다보는 여자의 목에는 빨간 손자국 같은 상처가 있었다. 이슬은 그 상처를 빤히 보았고, 여전히 여정을 막아섰다.

“누구시냐고-.”

“방해꾼은 늘 넘친단 말이야.”

여전히 초점이 없는 여자의 눈이 무서웠던 이슬은 비상벨을 눌러 여자를 쫓았다. 그리고는 여정의 링거를 잠갔다.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이슬을 감쌌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돌아선 이슬이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태하는 그런 이슬의 표정을 스캔하고서 걱정이 되는 듯 묻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을 한 이슬은 자리에 앉았다.

“링거 다 됐네.”

“아, 이따가 들어오신대요.”

“그래? 좀 쉬었어?”

“네. 그냥 집에 쉬라니까, 왜 왔어요.”

이슬의 말에 태준은 소파로 자리를 했고, 자신의 옆자리를 쳤다. 이슬은 몸을 일으켜 태하의 옆으로 몸을 옮겼고 태하는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였다.

“무슨 일 있었어요?”

“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내가 고생 시키는 기분이라 미안해서.”

“꽁 돈 받는 주제에 이게 뭐라고 미안해요.”

말을 하는 이슬의 손을 끌어다 잡는 태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입을 여는 태하다.

“고마워.”

“됐어요, 몸이나 잘 챙기세요.”

“설이슬.”

“네?”

“내가 어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뭔데요?”

자신을 쳐다보는 이슬에 한참을 뜸을 들이던 태하는 목소리를 가다듬는 것 마냥 헛기침을 몇 번을 했다.

“계약 말고, 사귀는 건 어때.”

“네?”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하지.”

“이사님.”

“날 6개월 봐서 알겠지만, 난 웃음도 없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차가운 사람이야. 그런 내가 널 보며 웃고 있더라고. 처음부터 그랬나 봐.”

잡은 이슬의 손에 힘을 더 준 태하는 말을 이어 나갔다. 이슬에게 오는 길, 태하는 많은 생각들을 했다.

“그냥 우리의 처음이 특별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덜렁 거리는 네가 귀찮으면서도 신경 쓰이더라고. 네가 무시당하면 괜히 화가 나고.”

“언제요?”

“화영 그룹 이사가 널 무시했던 날. 난 그렇게 화가 많은 사람이 아닌데, 화가 났어.”

남 일이라고는 관심도 없었던 태하가 이슬을 무시하는 행동에 화가 났었다. 그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며칠을 따라 다니며 괴롭혔다. 단순히, 자신의 비서라 그런 줄 알았는데 이슬과 부딪히는 일이 늘어날수록 신경이 쓰였다.

“그게 좋아하는 마음인 것도 처음 알았고. 난 늘 어머니를 챙기느라 바빴고, 연애라고는 해본 적이 없어. 넌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싫지 않다면 옆에 있어 줘.”

태하의 진심 어린 고백에 이슬은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렇게 싫어?’라고 말하는 태하에 고개를 저었고 태하에게 안겼다. 덥석 안겨 오는 이슬에 태하는 손에 더 힘을 주었다.

“그래서 싫었나 봐.”

“뭐가요?”

“유선호랑 네가 붙어 있는 게.”

병실 문이 열림에 이슬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액을 들고 들어온 간호사는 멋쩍게 웃었다.

“수액, 갈아 드리려고요.”

말을 하며 들어오는 간호사에 태하는 헛기침을 하고는 ‘내일, 병실 옮겨 주시는 거죠?’ 묻는다.

“네, 내일 아침에 옮길 예정입니다.”

간호사의 말에 고맙다고 말은 한 태하는 닫히는 문을 뒤로하고 이슬을 쳐다보았다.

“오늘 내가 여기 있을 테니, 들어가.”

“괜찮아요. 전 출근 안 하잖아요.”

그런 태하의 구겨진 셔츠를 습관적으로 피는 이슬에 태하는 웃었다. ‘직업병?’이라고 묻는 태하에 이슬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직업병인가?”

“뭐야. 직업병이 아니면?”

“아무한테나 해주진 않아요.”

“그럼?”

“태하 씨 한정.”

자신을 태하 씨라고 부르는 이슬에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환하게 웃는 이슬의 얼굴이 시야로 들어왔다.

“미치게 하네.”

“네?”

“그렇게 웃지 말라고.”

“왜요?”

“모르겠어. 그냥, 안고 싶어서.”

그런 태하의 말에 이슬을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병원에서 못하는 말이 없는 태하다.

“뭐, 무슨 생각하는데 얼굴이 빨개?”

“네? 제가 뭘요?”

“이렇게.”

이슬의 허리에 팔을 감싸 당겨 안았다. 그리고는 이슬에 코끝에 자신의 코를 맞대며 웃는 태하는 잘생겼다. 늘, 그냥 재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생겼었나 새삼 새로운 이슬이다.

“난, 이렇게 안는다고 말한 건데.”

“저, 저도 거든요?”

말까지 더듬으며 말을 하던 이슬은 태하의 어깨를 밀어냈다. 밀릴만한 힘은 아니지만, 못 이기는 척 밀려준다.

“어서 가요. 가서 쉬어야 내일 출근하죠.”

“내일은 바쁘지 않아서 괜찮은데. 하루 쉴까?”

“씁. 회사가 학교랑 같아요?”

“아, 왜.”

“돈도 많이 받으면서 농땡이 부리면 직원들이 욕해요.”

이슬은 그렇게 말하며 태하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알겠다고 말을 하며 문까지 밀려난 태하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뒷걸음질 치다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아, 50대쯤? 된 여자가 찾아오면, 무조건 호출 눌러.”

“네?”

눈을 굴리던 이슬을 아까 있던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멈칫했다. 사실, 무서웠다. 굳은 표정의 이슬을 본 태하는 성큼 앞까지 왔다.

“너.”

이슬의 어깨를 잡은 태하다. 그리고, 이슬은 태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왔었구나.”

“아까, 어떤 여자분이.”

“안 되겠다. 같이 있자, 오늘은.”

그런 이슬의 어깨를 감싸 병실로 들어온 태하다. 이슬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달싹 거렸다.

“태하 씨.”

“응.”

“아까, 어떤 여자가 와서는-.”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넌 다친 곳 없지?”

“네. 그냥 호출 버튼 눌렀어요. 막, 어.”

“어?”

“어머님 호흡기를 금방이라도 떼버릴 것처럼.”

이슬의 말에 태하는 저번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어머니를 VIP 병동으로 옮기려고 했던 것도 있었다. 이슬에게 계속 곁은 지키라고 할 수도 없고, 일반 병실은 다소 위험 할 것 같아서 경호원들도 함께 뽑았다.

“괜찮아. 괜찮아, 다.”

이슬의 등을 토닥이면서, 자신의 마음도 함께 달래는 태하다. 나도 괜찮고, 너도 괜찮다. 라고 생각을 하듯.

“간이침대가 더 불편해, 소파 붙이고 자.”

“괜찮아요. 제가 간이침대에서 잘게요.”

“말 안 들을 거야?”

태하의 말에 이슬을 알겠다고 말을 했고, 태하는 병실의 아주 작은 등만 켜놓고선 이슬이 잘 수 있게 소파를 붙였다. 그리고, 담요를 이슬의 몸 위로 덮어 주었고, 몸을 돌렸다.

“잠깐.”

태하의 손목을 잡았던 이슬은, 몸을 일으켜 태하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떼고는 환하게 웃으며 ‘잘 자요.’라고 속삭였다. 태하는 그런 이슬에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고,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너, 자꾸 이러면.”

“뽀뽀잖아요.”

그런 이슬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고는 누운 것을 확인한 태하는 어머니의 옆으로 갔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가 놓았다. ‘얼른 일어나.’ 속으로 생각했다. 간이침대에 몸을 누운 태하는 눈을 감았고, 잠이 들었다.

태하는 몸을 흔드는 손길에 눈을 떴고, 그 앞에는 이슬이 있었다. ‘몇 시야?’ 물은 태하는 몸을 일으켰고, 좁은 침대에서 잔 탓인지 허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아.”

“어디 아파요?”

“좁아서, 허리가 아프네.”

“그러니까 집 가서 자라니까요.”

“됐어, 널, 어떻게 혼자 둬.”

몸을 일으킨 태하는 어머니를 한 번 살피고는 이슬을 당겨 안았다.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운 태하의 행동에 이슬 역시 자연스러워졌고 태하와 몸을 맞대는 것이 좋았다. 태하의 허리에 손을 둔 이슬은 꼬옥 당겨 안았다.

“너무, 가깝네.”

자신에게 몸을 밀착한 이슬에 당황한 태하다. 헛기침을 한번 한 태하는 시계를 확인했다. 7시, 8시 반에 어머니의 병실을 옮긴다고 했으니 보고 출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전화를 꺼내 재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지 않았고, 목소리가 들렸다.

-네, 이사님.

“오늘 어머니가 병실을 옮기는 날이라, 보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회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일정도 없으니, 점심 먹고 회사에서 바로 뵙죠.”

-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끊은 후 수건으로 자신의 어머니의 손과 얼굴을 닦는 이슬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슬은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괜찮고 좋은 사람인 것이 확실했다. 반면, 자신은 그렇지 못함에 태하는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