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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2)
프로마쥬는 마차에 올라타 저 멀리 가버린 에런과 오델리를 보며 옆에 함께 서 있는 필리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퍼렌도 공작에게 아무 얘기도 듣지 않은 건가?”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 이른 아침에 여길 온 것이 우연이라고 말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런 무례를 보이다니.”
“송구합니다. 하지만 우연이 맞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는 건가?”
“그럼요. 전 전혀 몰랐습니다만. 우연히 왔는데 황태자 전하가 계셨네요.”
그런 필리스를 내려다보며 프로마쥬는 생각했다.
‘오델리와 황태자 전하의 사이가 신경이 쓰이는 게 분명할 텐데.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하려는 모양이군.’
비웃는 웃음소리를 낸 것인지 순수하게 웃음이 난 것인지 모를 웃음소리를 내었다.
“혼인이 아닌 약혼이니 아직은 괜찮다. 그러니 그리 초조해할 필요는 없는데.”
“예? …티가 났습니까.”
“그럼 그렇게 티를 내는 데 그 누가 모를 것 같은가.”
“오델리는 모르는 듯합니다. 안다면 저를 멀리할지도 모르겠군요. 공작님, 오델리를 매일이 고통인 황실 사람으로 만들 생각이십니까?”
프로마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황제 폐하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다. 이미 황태자 전하의 반려로 결정된 아이야. 게다가 황제파인 우리가 반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필리스 또한 방안이 없었기에 프로마쥬의 말을 듣고는 가만히 있었다.
‘이의를 제기하면 귀족파에게는 기회가 되는 거겠지. 황제와 시에르 가의 사이가 나빠졌다는 소문이 돌 테니. 그리 된다면 오델리를 지킬 수 없다. 적이 많아지는 것은 또다시 그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뿐이야.’
“단 하나의 방법은 황태자 전하께서 먼저 이 약혼을 깨는 거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지. 약혼을 깨는 것은 혼인보다야 쉬우니. 황제 폐하의 명이라면 우린… 듣는 수밖에 없다.”
**
또각-
“황태자는 오델리를 사랑하지 않아. 그저 오델리가 뛰어난 것 때문에 약혼을 한 것이지. 이용을 하겠다 이 소리야.”
“맞습니다. 그럼 기회가 있는 것이겠지요. 하루라도 빨리 예법을 배우시는 것은 어떠하십니까?”
“단테, 아무리 배운다고 한들 내가 오델리보다 뛰어날 수는 없… 단테, 너 내가 그리도 부족해 보이는 거야?”
“전 아가씨를 위해 해결책을 낸 것뿐입니다.”
“요새 자주 대드는데. 너 적당히 하지 않으면 내칠 거야.”
단테에게 아주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 쏘아보았다.
“송구합니다. 허면 아가씨께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오델리를 실력으로 이길 수는 없지만… 망가뜨릴 수는 있지. 내 뒤에 어떤 자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대든 그것을 눌러버리겠어.”
“허면 노아르 공작도 도움이 될 겁니다.”
“응, 안 그래도 찾아가보려 했는데. 허락된 사람이 아니면 들어갈 수도 없는 것 같더라.”
“전 언제나 예시엘 님에게 도움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예시엘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는 자신의 침실에서 책장 안쪽에 자물쇠가 잠긴 곳을 열고선 하나의 작은 병을 꺼냈다.
“위트마야를 죽일 때 쓴 이 독을 사용해서 나를 독살까지 하려 한 오델리라는 소문을 내야겠어. 그런 건 내 전문이지. 시에르 가의 몰락은 오델리의 몰락. 오델리의 몰락은 시에르 가의 몰락과도 같아.”
안 그래도 예시엘 덕에 귀족들은 오델리에게 편견이 생겼다. 그러니 살짝만 건드려도 크게 날 소문들이었다. 즉 사교계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한 오델리는 예시엘의 계략에 당하고 말 것이다.
‘평판이 그리 나빠졌는데도 노아르 공작이 곁에 남아있으려나. 파혼당하고 아주 좋은 꼴 보겠네.’
**
다그닥- 끼익-
정적만이 맴돌던 마차가 황궁 앞에 도착하였다.
“라베플레르의 작은 태양을 뵙습니다!”
다 같이 그렇게 외치며 마차에서 내린 에런에게 고개를 숙였다.
또각-
그 뒤로 내린 오델리는 앞에 펼쳐진 길에 또다시 소름이 돋았다.
‘회귀 전에 이 길을 죄인의 몸으로 걸었었는데. 그때가… 추방을 당하던 때였던가. 맨발로 걷던 것과는 다르지만 그 짓을 당하게 한 황태자와 함께 이 길을 걷게 되니 기분 참 거지같군.’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갑작스럽게 싸늘해진 오델리에 에런이 물었지만 필요 없는 배려였다.
**
라베플레르 황궁 알현실.
함께 알현실 앞에 서게 되자 들어가기 전 에런이 한마디 했다.
“오델리 영애, 사랑을 믿는가?”
“…지금 이곳에서 하실 말씀은 아닌 듯합니다.”
“마치 얼음장처럼 냉정한 그대에게 사랑이 있을 리도 없고. 그대는 황후 자리에 앉고 더 좋은 권력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받아들이도록.”
끼익-
답을 하지 않는 오델리에 에런은 고개를 저으며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가 깨기라도 할까 불안한가 보군. 대꾸할 필요도 없는 말이야.’
황제파 귀족들과 퍼렌도 그리고 헤레이스와 사놀리아까지 프로마쥬를 제외한 모두가 이곳에 모여 있었다.
“라베플레르의 태양과 달을 뵙습니다.”
“오델리 영애, 어서 와요~.”
사근사근한 황후인 사놀리아와 달리 헤레이스는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 환영해주시니 긴장이 풀리는 군요.”
“영애, 긴장을 했어요? 왤까. 뭔가 찔리는 게 있나요?”
헤레이스는 오델리의 반응을 살피었고, 귀족들 모두가 조용해졌다.
‘평판을 말하는 건가. 노아르 공작님과 친한 황후 폐하라면 나를 좋게 보실 줄 알았는데. 혹 오늘 만나게 된 이유도 황후 폐하의 뜻인가.’
이제야 깨달은 듯 작게 숨을 내쉬었다.
“찔리는 게 있느냐 물었어요.”
사놀리아가 웃으며 아무 말이 없는 오델리에게 다시 말하자 살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어릴 때 이후로 처음 뵙는 두 분이시고, 아버지 없이 저 홀로 이런 곳에 서 있으니 긴장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고작 그 이유 때문에 긴장한 게 아닐 텐데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금 이 대화를 어떻게든지 끝내고 싶은 오델리였다.
“제가 어떤 연유로 긴장한 것인지는 저만이 알 것이라 물으신 거 아닌지요. 마치 취조를 받는 것 같군요.”
평판에 대한 답을 듣고 싶었던 것인지 계속하여 밀어붙이는 바람에 오델리는 취조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했다. 그것은 손님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음을 알림으로 황후인 사놀리아는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취조라니…! 공녀님은 그런 거짓된 말을 합니까!”
귀족들은 사놀리아 편에 서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오델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혹여나 평판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제가 좀 속이 상할 것 같은데요.”
“왜죠?”
“평판이 전부 진실 된 것은 아니라는 걸 다 아시는 분께서 어찌 제게 그리 물으시는지요. 아직 사교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미처 해결하지 못하였으나 소문은 마치 바람 같으니 없어질 겁니다. 허나….”
그리곤 귀족들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만약 그것이 시에르 가에게 도전한다는 것을 모르고 한 짓이라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소문의 근원지와 상관없는 귀족들이겠지만 한 번이라도 저에 대해 입을 열었다면 가담한 것과 같다고 생각한 오델리이기에 꿇릴 것이 없어 당당히 말하였다.
‘애초에 소문의 내용은 말도 안 될 정도로 형편이 없었어. 그것을 믿지 않을 게 분명한데.’
술렁거리는 알현실에 사놀리아가 입을 열었다.
“다들 조용히 하세요. 영애의 말대로 그들의 잘못이 있는 게 맞을 겁니다. 나또한 영애를 만나기전 티파티에서 오고가던 영애에 대한 얘기에 절로 웃음이 나오더군요.”
“소문의 내용이 참 형편이 없지요?”
“내용을 전부 알고 있음에도 그리 가만히 있었다니….”
“묵인한 것이 아닙니다. 굳이 제가 나서서 해명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뿐이니 그것을 인정하였다고 생각하진 말아주시지요.”
에런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 입을 열었다.
“폐하, 오늘은 오델리 영애와 저의 약혼에 대한 말씀을 하시려던 것이 아닙니까. 그만 고정해주십시오.”
“약혼녀를 그만 괴롭혀 달라 청하는 것이죠 지금? 폐하, 이제 말씀하시지요.”
에런의 그런 발언에 사놀리아는 그를 짓궂게 놀리며 헤레이스에게 말을 넘겼다.
“평판에 대해 애초부터 믿지 않았던 사람이 황후였으니 굳이 묻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영애의 답변이 궁금했나보오. 영애, 황후의 말에도 기죽지 않고 그리 말하니 얼마나 큰 그릇인가. 그대들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게. 다 알고 있으면 어찌할라고.”
귀족들을 보며 그리 말하자 그 아무도 어떤 말을 하지 못하였다.
“과찬이십니다.”
고개를 숙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이제야 본론이 시작되었다.
“오델리 영애, 오늘 짐이 이곳에 영애를 부른 이유는 우리 황태자의 약혼녀로서 건국제에 참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라네.”
헤레이스의 말에 오델리가 답을 하기도 전에 한 귀족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폐하! 감히 한 말씀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해보게.”
“아무리 오델리 공녀님이 황태자비의 자질이 있는 여인이시라지만 저의 의견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 모두가 인정하는 영애를 말이지.”
트래비스 지 아벨린. 그는 아벨린 백작가의 백작이다.
“예시엘 공녀님을 황태자 전하의 반려로 임명해주십시오! 아직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기회가 있습니다.”
반려는 언제든지 황제의 명만 있다면 바뀔 수 있다. 혼인이 아닌 약혼일 때에야 가능한 얘기지만 말이다. 하지만 설마 예시엘이 황제파의 귀족인 트래비스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기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오호… 프로마쥬 공작의 둘째 여식을 말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예시엘 공녀님은 오델리 공녀님 못지않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셨고, 자질 또한 엄청나십니다.”
‘자질이라… 어떤 자질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네. 저 귀족은 이 제국을 망하게 할 셈인가? 내가 아니라도 예시엘은 절대 안 될 것을 알 터인데.’
오델리는 고개를 저었다.
“예시엘 영애의 자질이 그리 대단한가?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나 백작.”
“제가 보고 대화를 해본 예시엘 공녀님께선 그리하였습니다.”
‘대화라고? 언제 예시엘과 만남을 가진 것이지? 아버지께 여쭈어봐야겠군.’
프로마쥬도 소개하지 않은 예시엘에 대해 말하는 트래비스에 헤레이스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황제, 황후와의 만남은 끝나게 되었다.
끼익- 탁-
알현실에서 나오고 에런은 오델리에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오늘 수고했다. 어마마마께 그리 말한 자는 영애가 처음일 거야.”
“건방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저 해야 될 말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황후 폐하께선 제가 황가의 일원이 되었을 때. 누군가 평판에 대해 말한다면 어찌할지 그것을 보고 싶으셨을 겁니다. 황가의 일원은 자부심이 대단해야하니까요.”
“그… 렇군.”
“중간에 말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럼.”
에런은 인사 후 멀어져 가는 오델리를 바라보았다.
“…참, 이상한 여인이야.”
**
“필리스 영식, 안 돌아가나?”
“오델리가 올 때까지만 봐주십시오.”
“오델리가 언제 올지 알고 주야장천 기다린다는 것인가.”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 안에는 올 터이니….”
끼익-
응접실에 앉아있던 필리스는 멀리서 들리는 마차가 멈추는 소리에 달려 나갔다.
“오델리!”
프로마쥬는 천천히 걸어 나오며 뛰어가는 필리스에 웃음이 터졌다.
“저렇게도 내 딸이 좋은 건가.”
타닥-
마차에서 내리며 앞을 보자, 밝은 미소로 달려오는 필리스가 보여 당황해 물었다.
“아직도 안 간…. 시간이 꽤 지났는데.”
“널 기다렸어. 나와 얘기를 나눠줄 수 있겠어?”
“어렵지 않지.”
프로마쥬에게도 인사를 한 오델리는 잠시 필리스와 얘기를 나누러 제 침실로 향했다.
“쥬아나, 별 일은 없었느냐. 넌 원래 황실 사람이었으니 잘 알 것이 아니냐.”
“…보고하겠습니다. 트래비스 백작이 예시엘 아가씨를 반려로 임명해달라고 하더군요.”
“예시엘을?”
황제파 귀족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닌 줄 알았던 것인지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예, 예시엘 아가씨께서 언제 트래비스 백작을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아는 사이 같았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알겠다. 올라가봐라.”
“예, 저하.”
쥬아나의 뒷모습을 보며 트래비스에 대해 생각했다.
‘예시엘은 황후가 되기에 적합한 아이가 아닌데. 어찌 트래비스 백작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단 건가. 둘이 만나기라도 한 것인가? 예시엘이….’
**
오델리와 필리스는 함께 침실로 들어섰다.
탁-
“뭐가 그리 급하길래 지금까지 기다린 것인지 모르겠네.”
“줄 것이 있어.”
“?”
주섬주섬 자신의 옷 안쪽에서 작은 상자 한 개를 꺼냈다.
“네가 꼭 달아줬으면 해.”
그 상자 속에는 물망초라는 꽃의 모양을 본뜬 브로치였다.
“너 이거….”
브로치를 선물한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물망초는 라베플레르에서 연인들이나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주는 꽃이다.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주는 꽃이란 것이다.
그런 것을 받았으니 당황할 수밖에.
“너 지금 이걸 왜 내게… 이게 무슨 뜻인 줄은 아는 거야?”
“응, 알지.”
“…무슨 의미인데?”
“네가 받은 그 브로치의 의미 그대로야. 네가 생각한 거 그대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지금?”
브로치를 뚫어져라 보았다.
‘지금… 오늘이 약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게 황제에게 알려지면 필리스는 위험하다.’
“급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난 네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 내가 아무리 다가가도 넌 몰랐잖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응. 몰랐어. 그리고 앞으로도 모를 거야.”
“뭐…?”
들고 있던 상자를 다시 필리스에게 건넸다.
“돌아가.”
“오델리… 왜….”
“오늘 내가 황궁에 다녀온 것을 눈앞에서 봤으니 알 것이고. 황태자와 약혼한 것도 아는 너잖아. 헌데 이런 것을 내게 건네면 네가 어떻게 될 줄은 아는 거야?”
“알지. 왜 모르겠어.”
“필리스, 그래. 너의 마음 잘 알았어. 하지만 받을 수 없어. 난 황태자와 약혼한 상태니까.”
필리스는 절망했다. 말 그대로 그 상자를 손에 쥐고 미세하게 떨었다.
“내가 네게 다가가는 것이 싫어?”
“….”
“오델리, 대답해줘.”
마지막 희망을 잡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필리스에게 마음이 있는 오델리라면 이 상황에서 필리스가 불안해할 필요는 없으니.
“한 가지 말하도록 할게. 황태자를 사랑하지도 앞으로 사랑할 일도 없어.”
“그 대답은….”
‘필리스의 마음을 받아줄 수는 없어. 하지만 안심을 시켜줄 수는 있지.’
받아줄 수는 없는 지금 필리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안심이 되는 말 한 마디였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야. 그건 가지고 돌아가는 게 좋겠어.”
“…아니.”
필리스는 떨리는 손을 다시 뻗어 오델리에게 상자를 건넸다.
“내 말이 무스….”
“나를 아예 거절하지 않는 것을 보면 너도 없는 건 아니거든. 너의 성격은 아주 잘 아니까.”
안심시켜주는 말이 아닌 여지를 준 것과 같은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거절을 하지 않았… 혹시 필리스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닌데.’
잠시 헷갈렸다는 마음이 생기지도 않을 정도로 필리스에게는 친구 사이의 감정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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