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홀에는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화려한 조명 불빛 아래 진한 화장으로 본 모습을 감춘 여자들은 진한 페로몬을 풍기며 낮선 남자의 시선에 뜨거워진 여체를 보기 민망할 정도로 들러붙고 있었다. 테이블에서는 너무나 낯 뜨거운 애정 행각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소혜는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너무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귀까지 먹먹하다.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나는 왜 여기에 서 있는 걸까? 여긴 대체 어디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야만 하는 다급한 마음과는 반하게 소혜의 다리는 바닥에 강력 접착제를 붙여 놨는지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왔으면 들어올 것이지 여기서 뭐해?”'“아…….”'세월의 무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제법 살이 찐 엉덩이를 흔들며 우악스럽게 소혜의 손목을 붙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김 마담은 홀 뒤에 마련되어 있는 직원 전용 휴게실로 그녀를 데려갔다.'“정화야. 오늘 룸에 들여보낼 거니까 신경 좀 써.”'말을 마친 김 마담은 오늘 vip고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함을 이기지 못해 짜증이 배인 말투 그대로 쏟아 내듯 소혜를 덩그러니 던져 놓고 들어왔던 순간처럼 급히 휴게실을 빠져 나갔다.'“너 신참이냐?”'휴게실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고 있던 정화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소혜에게 말을 건넨다.'“네.”'“이름이 뭐야? 난 정화야. 정정화! 너보단 나이가 있는 것 같으니 앞으로는 언니라고 불러.”'“네. 저는 이소혜입니다.”'정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흔하기도 한 이름이지만 이복 오빠인 영철에게 쌔끈하게 잘 빠진 여자 하나를 건졌다며 좋아라. 하던 영철의 얼굴이 떠오른다. 소혜의 이복 오빠인 영철은 정화를 한번 꼬여 볼 생각에 반지며, 모피며 해다 바친 돈이 자그마치 1천만 원이나 되었다. 할 일 없이 도박판이나 기웃거리던 백수나 다름없던 영철이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서 그리 쓰고 다녔는지 물어볼 엄두도 못 내던 소혜였다. 이제 보니 정화라는 여자에게 몽땅 다 들어간 모양이다. '하물며 동생인 자신에게는 단돈 천원 쓰는 것도 아까워하던 그였다.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어깨에 힘이 빠져 버린다. 허탈했다. 그리 돈을 쏟아 부었어도 호텔은커녕 여관 근처도 못 가봤다며 툴툴거리던 영철을 따라 들어간 곳이 바로 이 마이더스라는 클럽이었다. 외상은 더 이상 안 된다며 클럽 출입금지를 시키는 마담에게 떠넘기다시피 해서 던져 주던 영철이 생각나 온몸이 석고상처럼 굳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영철은 더 이상 정화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주머니의 돈이 떨어진 것을 알아 챈 정화는 그를 상대도 안 하게 되었고, 닭 좆던 개 지붕 쳐다본 격이 되어 버린 그였지만, 지치지도 않고 이번에는 다방 레지 미스 리에게 요즘은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새치름한 얼굴로 소혜를 아래위로 훑어보던 정화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담의 지시대로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고 화장을 해주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차기혁은 마이더스 클럽의 vip룸에 앉아 있다. 대진그룹의 사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번엔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하는지 짐작이 간다는 얼굴로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사이 기름기 잘잘 흐르는 대머리를 쓸어 올리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