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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여울아.”
“예. 선생님.”
“시인의 마을엔 무엇이 있느냐?”
“…….”
여울은 퍼뜩 머리를 굴렸다. 늘 수수께끼 같고 추상화 같은 질문만 주던 정열이 오늘따라 답이 뻔히 나와 있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틀어가며 숨은 의미를 찾느라 여울의 눈동자가 위로 아래로 옆으로 눈 안에서 사뭇 진지하게 맴을 돌았다.
질문마다 동문서답이어도 개의치 않고 답이라 내질러 놓고 나름의 궤변을 이치에 끼워 맞춰 늘어놓던 여울이 요즘 들어 뜸을 들이고 있었다. 진지해지고 있는 여울을 돌아보며 정열이 씩 웃었다.
“하 이 녀석. 대답하지 않고 뭘 그리 머릴 굴려대느냐?”
“…시인이… 있습니다….”
그럴싸한 답을 찾지 못해 못내 아쉬웠는지 여울의 목소리가 풀이 죽었다.
“맞다. 시인이 있다.”
“……!”
뻔한 답이었지만 정열의 속을 알아맞혔다는 쾌감에 여울의 입가에 참을 수 없는 뿌듯함이 씩 번졌다.
“그럼 시인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느냐?”
“시가 있습니다!”
두 번 생각 않고 여울이 답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여울은 자신만만했다.
“틀렸다.”
“예?”
“시는 시인의 마음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럼 시인의 마음엔 무엇이 있습니까?”
“허, 그 녀석. 거저먹으려 드느냐? 어디 한번 맞춰 보아라.”
‘하… 그럼 그렇지….’
거저 줄 리 없는 답을 찾아 또다시 궁리하느라 여울의 반듯한 아미에 주름이 잡혔다. 다시 굴러가는 여울의 머리.
“선생님 마음속에는 있습니까?”
“있다.”
“제 맘에도 있습니까?”
“허허 참. 네 속을 왜 나한테 묻는 게냐?”
“아….”
“없다.”
“……!”
스무고개를 풀어가며 다시 진지해지던 여울은 정열의 부정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시인의 마음에 있어야 할 그것이 자신에겐 없었다.
“꼭 있어야 합니까?”
갑자기 절박해진 여울이 정열의 팔을 붙들어 걸음을 세웠다.
“없어도 된다.”
“그것 없이 태어난 시는 그럼 어찌 됩니까? 그것도 시가 됩니까?”
밤을 새워 써 내려간 시가, 애간장을 끊어내며 절절하게 탄생한 자신의 시가 알맹이 없이 세상에 나왔다는 생각에 여울은 좌절했다. 버려질 운명에 처한 시를 살려보려 여울은 간절한 눈으로 정열을 바라보았다.
“시가 된다.”
휴! 한껏 들쳐 올라간 어깨를 떨구고 다시 정열과 보폭을 맞추며 여울은 질문을 이어갔다. 답을 알아내야 했다. 그것을 찾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갖고 싶었다. 진정한 시인의 마음을.
“그것 없이 어찌 시가 될 수 있습니까?”
“혼잣말도 말이듯, 그것 없이도 시는 시다.”
‘혼잣말! 공허한 독백. 울림 없는 메아리. 소리 없는 아우성. 그것이 내 시다!’
“올해, 네 나이가 몇이더냐?”
“…….”
따라오지 않는 대답에 가던 길을 멈추고 정열은 뒤를 돌아보았다. 몇 걸음 뒤에 우뚝 멈춰선 여울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떨구었다. 정열은 걸음을 돌려 여울에게 다가갔다.
“나이가 몇이냐 묻질 않느냐?”
“…스물하나입니다….”
“곧 찾을 때가 되었구나.”
여울은 반짝 고개를 들었다. 글썽이던 눈물이 또르르 굴러떨어졌다. 여울의 눈빛이 간절했다. 그것이 무엇이건 반드시 찾아야 했다.
“그것을 찾게 되면 이곳에 샘이 생긴다. 시가 샘솟는, 시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옹달샘이.”
지팡이 머리로 여울의 심장을 톡톡 두드리며 정열이 싱긋 웃었다. 지팡이에 맞아 그것 없는 여울의 심장이 빈 깡통처럼 깡깡 울었다. 새로 차오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여울의 눈이 옹달샘이 되었다.
“못 찾으면… 그럼 전 어떡합니까…?”
땡 땡 땡 땡
대답을 들은 겨를도 없이 요란하게 종을 치며 전차가 들어왔다. 지팡이에 의지해 전차에 몸을 싣고, 정열이 여울을 돌아보았다. 서서히 출발하는 전차 손잡이에 매달려 정열이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없어도 시인은 시인이다.”
땡 땡 땡 땡
차창 밖으로 외치는 정열의 마지막 말이 종소리에 맞아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여울의 가슴도 산산이 부서졌다.
“아… 저기… 도련님! 안 가고 뭐 하십니까요?”
뒤를 따르던 박 서방이 종종 다가와 전찻길 앞에 맥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여울을 힐끗 넘겨다보았다.
“아 어여 가시자니까요! 책방 들렀다 가려면 지금부터 부리나케 뛰어도 될까 말깐데….”
전찻길 좌우를 홱홱 살피며 박 서방이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선 여울의 등을 토닥여 발길을 재촉했다.
마지못해 걸음을 내디디며 여울은 울음을 삼켰다. 책방으로 향하는 발길이 갑자기 무의미해졌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들르곤 했던 헌책방이었다. 들쑥날쑥 크기도 제각각인 책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좁은 책방 안에 틀어박혀 다른 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헤매다 길을 잃곤 했다. 길을 잃어도 두려울 것 하나 없이 낯선 모퉁이를 돌고 돌았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그이의 발자취를 따라 또다시 헤매곤 하던 길, 그 길 어딘가에서 늘 마주하게 되는 경이로움, 환희, 애상, 분노, 슬픔을 가슴에 채우고 열에 들떠 써 내려간 시가 죄다 속 빈 허깨비였다. 소리 없는 외침이었다. 누구의 귀에도 가 닿지 못할, 누구의 마음도 울리지 못할 허튼소리일 뿐이었다. 무기력해지는 마음을 따라 여울의 발걸음이 터덜터덜 늘어졌다.
“아 참나, 오늘따라 왜 저러신대? 저녁에 중요한 손님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니까. 하 참….”
저만치 앞서가서 돌아보고 재촉하기를 반복하며, 박 서방은 자신에게 날아올 불호령 생각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야! 저 저, 잡아!!! 거기 안 서!!!”
“잡아! 잡아! 거기 잡으라고!”
책방 골목으로 서둘러 들어서던 박 서방이 피할 새도 없이 골목에서 바람처럼 달려 나온 남자와 부딪혀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고, 넘어진 박 서방을 야생마처럼 훌쩍 뛰어넘은 남자가 뒤따르는 여울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쏜살같이 날아갔다.
“야! 거기 서!! 어어, 억!!!”
“아이고 사람 죽네~~!!!”
“야 씨! 넌 뭐야!!!”
뒤로 나가떨어진 충격에 골목 입구를 기며 겨우 몸을 일으키던 박 서방이 뒤를 쫓던 두 장정을 끌어안고 춤추듯 팽그르르 맴을 돌다 다시 나가떨어졌다. 마구 내달리던 다리를 세우지 못해 길을 막아선 박 서방과 서로 뒤엉켜 넘어진 두 장정이 일어나겠다고 엉겨 붙는 박 서방을 손으로 떼어내고 발로 밀쳐냈다.
“저리 안 비켜!!!”
“아구구 사람 잡네~~~ 이놈들아!!!”
“야이 씨! 비켜!!”
아비규환을 뒤로하고 여울은 정체불명의 남자의 손에 붙들려 영문도 모르고 뛰었다.
땡 땡 땡 땡
전차가 들어오는데도 멈추지 않고 전찻길로 뛰어드는 남자의 무모함에 비명을 내지르며, 전차를 아슬아슬 피하느라 여울도 죽어라 뛰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는 남자의 중절모 뒤 꼭지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다시 책방 골목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여전히 끈질기게 뒤를 쫓는, 악에 받친 두 장정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우당탕!
헌책방 미닫이 유리문을 밀어젖히고 요란하게 달려 들어온 두 남자를 보고 기겁을 한 책방 주인이 책더미 속에서 벌떡 솟구쳤다.
“아니! 넌 여울이 아니야!”
난동꾼이 다름 아닌 단골 여울인 것을 확인하자, 책방 주인이 부리나케 유리문을 닫고 책꽂이 뒤에 숨어든 여울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뒤이어 저만치 골목을 미친 듯 돌아드는 두 장정을 확인하고 후다닥 책더미 속에 몸을 낮추고 바삐 일손을 놀리는 척을 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울은 가슴 앞에 딱 붙어선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뛸 때는 미처 몰랐던 남자의 체구가 너무도 왜소해 여울은 다시 한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책꽂이 너머로 유리문 밖을 살피는 남자의 중절모가 여울의 코 아래 부딪혀 남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누구십니까! 누군데….”
“쉿!!!”
“이쪽으로 온 게 확실해?”
“맞다니까! 이 잡듯 뒤져!!”
책방 앞으로 다가오는 두 장정의 고함에 남자가 여울의 말을 막아서더니, 중절모를 훌렁 벗었다.
“……!”
순간 화라락 쏟아져 내리는 긴 머리카락! 소스라치며 뒤로 바짝 물러서는 여울의 머리에 중절모를 덮어씌우고 남자, 아니 여자가 숨죽여 외쳤다.
“꽉 잡아!”
“허? 뭐, 뭘?”
책방 유리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놀라 벌어진 여울의 입술로 여자의 입술이 왈칵 밀고 올라왔다.
“흡!!!”
목을 휘감아 끌어당기는 여자의 손아귀에 속수무책으로 딸려간 여울이 두 팔로 여자의 가녀린 허리에 와락 매달렸다.
꽉.
책방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구둣발 소리와 악다문 여울의 입술을 가르려는 여자의 당돌함에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에, 두려워 바짝 오그라든 여울의 두 눈을 올려다보며 여자가 애원했다.
“제발!!!”
여자가 입술 사이로 애원을 토해냈다.
“거기 너!!”
“야!!!”
두 남자가 다가서기 직전, 여자를 책꽂이로 와락 돌려세우고, 여울은 여자의 허리를 와락 부둥켜안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놀라 활짝 열린 입으로 기다렸다는 듯 밀고 들어온 여자의 절박한 혀를 있는 힘껏 빨아들였다. 혀를 밀어 넣을 때는 언제고, 여자가 화들짝 뒤로 물러나려 했다. 여울은 여자를 책장 사이로 몰아넣고, 입술을 가르며 제 혀를 밀어 넣고 있었다. 일렁이는 책꽂이에서 책이 중절모 위로 후두두둑 떨어졌다.
달려들 기세로 들이닥친 두 장정이 책장 너머에서 두 남녀가 벌이는 격정적인 몸부림에 놀라 흠칫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발길을 돌려 골목으로 뛰어나갔다.
멀어져 가는 구둣발 소리에도 서로를 놓아주지 않고 마구 뒤엉키던 입술이 서서히 떨어지고, 전차를 피해 내달릴 때보다 더 숨이 차오른 두 사람이 거친 호흡을 씩씩대며 서로의 눈을 뚫어지게 마주 보았다.
“고마워! 모자는 담에 받을게!”
“뭐?”
제멋대로 다음을 기약하고는 여자가 여울을 밀쳐내고 책방을 벗어나 두 장정이 뛰어간 반대 방향으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책꽂이 사이에 넋이 나간 채로 서서, 여울은 중절모를 벗어 손에 들고 빤히 내려다보았다.
“하이고! 도련님! 아이고 여기 계셨네요!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난 또 뭔 일 난 줄 알고! 하이고, 내 심장이야!”
시내를 이 잡듯 뒤지고 돌아온 박 서방이 책꽂이 사이에 멍청히 서 있는 여울을 발견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책방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괜찮으신 거 맞지요? 도련님?”
눈앞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지, 중절모만 흘린 듯 내려다보고 있는 여울의 상태를 살피느라 박 서방의 두 눈에 걱정이 들어찼다.
“어. 가자. 집으로….”
“아, 예 예! 어여 가셔요! 하고~ 이게 뭔 날벼락이래요~ 가요! 얼렁 가셔요! 늦었네! 늦었어!”
앞서는 박 서방을 따라 책방을 나서며 여울은 뒤를 돌아보았다. 책꽂이 사이에서 부둥켜안고 있는 두 사람의 환영이 유령처럼 하얗게 날아가 빛바랜 책 사이사이로 연기처럼 스며들었다.
***
“여울….”
수연은 위에 껴입은 남자 코트를 벗어 지나던 골목 안에 아무렇게나 홱 던져버리고 감색 교복 주름치마를 탁탁 털어 반듯하게 펴며 여울을 되뇌었다.
“여울….”
부를수록 혀끝에 아련히 감기는 이름 끝이, 여전히 입안에 감도는 달큰한 혀끝의 감촉이 계속해서 수연의 마음을 책꽂이 사이로 끌고 가 여울의 눈 아래 세웠다. 수연의 얼굴이 다시 화끈 달아올랐다.
“여울….”
깊은 울림이 수연의 가슴 안에 끝없는 파문을 일으키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머릿속에 너울대는 여울에 온 맘을 뺏겨버린 채로 수연은 뻔히 아는 길을 돌고 또 돌며 길을 잃고 헤매느라 진땀을 뺐다.
“저깄다! 야! 너!”
“헉!”
모퉁이 도깨비한테 홀린 듯, 왔던 길을 반복해서 돌고 돌던 수연이 허탕 치고 쓴 입맛을 다시며 길을 내려오던 장정과 맞닥뜨렸다. 빠져나갈 길 입구를 막아선 장정을 피해 수연은 되돌아 다시 냅다 뛰어야 했다.
“어어! 야! 거기 안 서! 아아 씨!!”
종일 뛰어도 지칠 줄 모르던 수연의 기력이 여울의 입술 사이로 다 빨려 들어가 버리고, 날다람쥐처럼 날쌘 수연의 두 다리가 삐끗삐끗 헛다리를 짚으며 맘과 다르게 뒤처졌다.
당장이라도 머리채를 휘어잡을 것처럼 손을 뻗치고 바짝 따라붙는 장정을 화들짝 돌아본 순간, 달려 나가던 길 입구로 또 다른 장정이 왈칵 들어섰다. 안 그래도 휘청대던 다리가 내달리던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수연의 몸에 속수무책으로 딸려가느라 두 발이 흙바닥을 직직 밀어댔다.
“너! 딱 걸렸어! 독 안에 든 쥐다 요년! 으흐흐 흥.”
앞을 막아선 장정이 길 사이에 꼼짝없이 포위된 수연을 보자, 다잡은 먹잇감 희롱하듯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며 능글능글 웃어젖혔다.
“아, 이 쥐방울만 한 년이 아침부터 사람 진을 다 빼게 만드네! 얼마나 대단한 년이길래 영감 혼을 쏙 빼가서는 매번 이리 잡으러 다니게 만들지?”
뒤에서 헐레벌떡 쫓아오던 장정이 그제야 기진맥진 달리던 다리를 멈추고 셔츠를 열어젖혀 땀으로 번들대는 가슴을 와락 내밀며 화를 식혔다.
“내 말이 그 말이여! 어디 확인 한번 해 볼까? 얼굴만 반반한 건지 아니면 어디 뭐가 더 달렸는지? 으흐흐.”
수연의 치마 아래 드러난 맨다리를 음흉하게 쳐다보며 앞에 장정이 입맛을 다셨다.
“꼬리가 더 달린 게지~? 불여시처럼! 안 그러고야 영감이 그리 홀딱 반할 리가 있나!”
수연의 뒤태를 훑어보며 뒤에 장정이 뜨거운 숨을 훅훅 내쉬었다.
“저리 가! 가까이 오지 말라고! 내 몸에 털끝 하나 건드리기만 해봐! 영감한테 다 일러바칠 테니!”
점점 좁혀오는 포위망 사이에서 화들짝 화들짝 양쪽을 번갈아 돌아보며 수연이 악을 썼다.
“뭐? 이번에 끌려가면 넌 어차피 죽은 목숨이다. 이것아! 먼저 맛보고 갖다 바친들 뭐가 대수겠냐!”
수연은 이를 악물었다. 덫을 빠져나오니 또 다른 올가미가 수연의 숨통을 노리는 상황이었다.
‘정신 차려! 이수연! 생각해! 머릴 굴려 얼른!’
수연은 정신 줄을 바짝 움켜쥐고, 두 장정을 견제하는 사이사이 빠르게 눈을 돌려 빠져나갈 구명을 찾았다. 그러나 구멍이 없었다. 아무리 휘휘 눈을 굴려 봐도 개구멍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수연의 눈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참았던 울음이 악다문 입술을 비집고 터져 나왔다. 와락 달려들면 단숨에 붙들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온 두 장정 사이에서 수연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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