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하느님, 낙장불입입니다.

이성 같은 건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서로에게 맞물려 완전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뺨을 감싸 쥐고, 조금 더 깊게, 그녀의 입안 쪽에서 숨이 턱 막힐 즈음, 뜨거운 숨을 불어 넣었다.

그녀의 나른하게 잠겼다 뜬 눈동자는 흥분으로 잔뜩 흐려져 있었다. 오롯이 자신만 보고 싶은 욕심이 솟구쳐 올랐다. 아니, 그녀의 이런 표정은 그만 보아야 했다. 또다시 입술 사이에서 뜨거운 열기가 새어 나왔다, 그녀의 입술 새로 신음인지 모를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흣….⌟

그녀는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소리에 그가 더욱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짜릿하고도 뜨거운 감각이 그녀를 관통했다. 자신의 몸뿐만이 아니라 그의 몸 어디쯤도 흥분해 있다는 것을 알고 살짝 흐뭇해졌다.

서로에게 갇히고 싶은 욕구, 긴 밤 내내 서로를 구속하며 물들이고 싶은 욕망이 차올랐다. 더 이상은 한계가 왔다. 어느새 윗옷을 벗은 루카스가 그녀의 스웨터를 벗긴 뒤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입술을 내렸다.

살갗이 닿는 곳마다 흔적을 남겼다. 온몸 구석구석 온통 저로 가득 채우고 싶은 욕구와 욕심이 재가 될 정도로 불타올랐다. 그가 이렇게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온전히 제 것이길 바라는 이 마음이 무서울 지경이었다.

손끝에 밀도 높은 근육의 단단함과 자지러질 정도의 세심한 그의 애무에 그녀의 몸에 경련이 일었다. 뜨겁고, 달콤하고, 미칠 것 같은 욕망과 강렬한 쾌감이 섬광처럼 머릿속을 들쑤셔 댔다. 눈앞이 하얗게 번지며 떨림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단숨에 삼키고 싶지만, 그에 비해 너무 작은 그녀에게는 조심히 달래가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열기로 흐릿해진 그녀의 눈을 보며 흐느끼는 그녀의 미칠 듯 허스키한 신음소리에 그녀가 절정으로 치닫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도 같이 날아올랐다.

* * *

햇빛을 받으면 투명한 호박색의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가 흥분의 열기가 가득 차오를 때는 지평선 너머로 떨어지기 전의 태양처럼 어둡고 붉은빛마저 돌았다. 어느 순간 변해가는 그의 눈동자 색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황홀해지기 시작했다. 신이 빚어 놓아도 이렇게 완벽한 몸을 조각할 수는 없을 터, 그의 갈라진 배의 근육과 단단하다 못해 딱딱한 가슴 근육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 은총이라 하겠다. 작은 그녀의 손이 스칠 때마다 반응하는 그를 보는 기쁨은 아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태신앙이라 아기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성당을 열심히 다닌 덕에 신이 주신 축복일까? 아니면 전생에 나라를 구한 영웅이었을까…? 생전 로또 한번, 경품 한번 당첨되어 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지금의 이런 행운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의 선물 같았다. 아니면 그동안 나름 착하게 살았으니 ‘옜다, 가지거라’ 하는 산타의 선물이려나….

가슴 밑바닥에서 몽글몽글하게 차오르는 이 벅찬 감정은 무엇인가. 이런 것이 사랑이란 것인가. 생경한 느낌의 감정은 행복감과 함께 만족스러운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그저 설렘인지 아니면 사랑 인지는 지나 봐야 알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와 함께 같은 감정으로 오롯이 둘만의 세상 속에서 서로 행복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비록 곧 한 사람은 런던으로, 한 사람은 서울로 떨어져야 하겠지만, 그것은 또 그때 다시 생각하면 된다. 미리 고민하지 말자 생각했다.

* * *

루카스는 한 번의 힘찬 날갯짓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밤새 아니 평생 그녀를 그의 품에 가두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그만 집 나간 이성을 찾아야 했다. 낮고 허스키한 음성으로 ‘루크……, 흣’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이명처럼 맴돌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부모님과의 약속마저 지키지 못할 것이었다.

⌜…… 리유.⌟

그녀의 옅은 쌍꺼풀에 한 번, 작고 귀여운 코에 한 번, 그의 키스로 벌겋게 부풀어 오른 예쁜 입술에 쪽 소리를 내며 키스를 했다.

⌜고마… 워요, 리유. 이렇게 내게 와줘서….⌟

⌜…… 루크. 나도 고마워요. 내게 있어 당신은 산타가 지나가면서 실수로 떨어뜨리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행운의… 선물 같아요.⌟

작가라더니 멋들어진 표현에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는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제 품속에서 바르작거리는 작은 그녀가 되레 그에게 행운의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이쯤 되면 신을 잘 신뢰하지 않는 그는 그 믿음직스럽지 못한 신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올려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 땡큐. 라고…. 그것도 아주 많이.

* * *

루카스의 구단에서 보내 준 전세기가 출발하기까지 한 시간여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했다.

그들은 저번에 그녀가 먹은 카탈루냐 광장 근처에 있는 수제버거 가게에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대신하고 나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루카스는 공항으로 그녀는 호텔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서는 서로가 연락할 방법이 핸드폰밖에 없으므로 당분간은 거기에 의지해야만 했다.

지금은 그가 시즌 중이었고, 곧 유로 챔피언스 리그도 앞두고 있었다. 더군다나 여름부터는 월드컵 예선전까지 있어서 너무나 빠듯한 일정이었다. 여태껏 이런 빡빡한 일정이 좋았고, 오로지 축구만을 위한 훈련과 경기들이 그에게 있어 별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었다.

그랬던 그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태클처럼 훅 들어온 리유로 인해 그의 스케줄을 다시 재조정 해야 했다. 분명 스케줄 조정에 머리 아파할 대니에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를 어떻게든 만나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그는 리유를 제 곁으로 데려와야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지만, 이제 막 시작을 한 만큼 그녀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행여 너무 직진하는 그에게 잔뜩 겁을 먹고 도망이라도 가는 날에는 그야말로 낭패였다. 그러니 천천히 조심해서 다가가야 한다.

흠……. 대책을 간구해야 했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그녀가 넘어오게끔 말이다. 빼도 박도 못할 계획.

* * *

루카스와 헤어져 호텔로 돌아온 그녀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뻐근한 몸의 통증과 아직까지 방안에 남아 있는 열기로 인해서 꿈은 아니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한정되어있는 남자들로 인해 어릴 적 잠시 은호를 좋아했던 적은 있었다. 그것 말고는 제대로 누군가를 사귀어 본 적도 없었고, 이렇다 할 소개팅이나 만남을 가져 본 적도 없었다. 그러니 지은의 입에서 천연기념물이라고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 서른이 다 되도록 남자 경험은 만무하고, 첫 키스도 해보지 못한 터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 그녀에게 루카스는 신이 그만 손을 삐끗해서 실수로 떨어진 벼락같은 행운이었다. 그녀의 잘못이라고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가로챘다는 것이고, 이내 속으로 하느님과 담판을 지었다.

낙장불입. 큭큭큭. 후회해도 소용없으십니다. 이미 제 손에 들어왔는걸요. 다시 무르기 없기예요…? 음하하하!

왠지 저 위에서 구름을 치며 후회하시는 신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후후. 그러나 어찌하랴. 기회는 왔을 때 잡으라고. 다시 없을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그에게 첫 키스와 지금까지 고이고이 간직한 그녀의 첫 경험을 미련 없이 바치기로 작정한 것은. 설사 신이 하신 실수에 대한 대가로 평생을 혼자 살지언정 후회는 없었다. 아니, 후회할 수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그도 처음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빌어먹게도 매우, 아주, 대단히, 훌륭한 테크니션이었다. 암, 그녀를 거의 실신 직전까지 몰아댔으니까. 여기가 천국일까 싶을 만큼 황홀할 정도의 쾌감을 선사해준 그가 너무 고마웠다.

우연이니 운명이니 하는 필연성을 그다지 추구하며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사태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이 세 번 겹치면 운명이라는 세속적인 말들이 사실이었음을 실감하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신부님께 그동안 냉담했던 것에 대한 고해성사를 한 뒤 성당에 열심히 다녀야겠다 다짐했다.

대충 짐 들을 정리하고 그날 있었던 일을 노트에 기록하였다. 잠자리 들기 전 매 순간마다 느꼈던 감정의 편린 들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습관은 사춘기 시절부터 가져온 일종의 의식 같은 거였다. 이런 습관들은 그녀가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충만한 행복감으로 마무리되고 시간을 보니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밤이 되겠지만, 천근만근인 몸은 침대에 눕기를 청하고 있었다. 막 눈을 붙이려 하던 차에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늦게 미안합니다. 이제 막 콘월에 도착했습니다.

루카스였다. 공항인지 웅성웅성하는 소리도 들리고, 움직이는 중에 전화한 건지 숨소리도 조금 거칠었다.

⌜아니에요, 잘 도착해서 다행이에요. 많이 피곤하죠?⌟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대가 걱정이군요.

⌜… 히힛, 조금 피곤하긴 한데……. 이제 자려고요.⌟

⎯그래요, 잘 자고. 내일 체크아웃은 몇 시쯤 할 계획입니까?

⌜정오 전에 체크아웃하고,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근처에서 시간 보내려고요.⌟

⎯그럼…, 내일 아침 일어나면 전화 주시겠습니까?

⌜그럴게요. 아침에 전화할게요. 루크도 잘 자요. 좋은 밤 되고요.⌟

⎯네, 잘 자요, 리유.

전화를 끊고 흐뭇한 미소를 입에 건 채 무거운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 * *

콘월의 공항에서 가문 대대로 소유하고 있는 팔머스에 있는 영지까지 자동차로 30분 내에 있었지만,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런던보다 남쪽에 위치한 덕분에 따뜻한 대서양의 바람이 불어오기도 한다. 봄이 되면 잔디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이 흔들려 향기를 내뿜기도 하지만, 아직 꽃이 피려면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했다.

런던 태생인 그는 이곳에 오면 고향에 온 듯한 느낌에 안식을 얻고는 했다. 조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런던보다도 이곳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애착이 가는 곳이었다. 오히려 런던에 있는 부모님 저택보다도 더 자주 발걸음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차가운 밤바람에 섞여 오는 바다의 내음은 그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달빛이 언뜻 보이는 능선이나, 여름이면 그늘진 오솔길을 만들어줄 오랜 고목들이 어둠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였다.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자신에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만 생각하면 심장 언저리가 간질간질해지면서 따스한 기분 좋음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이런 감정들을 ‘사랑’이라 정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호수에 돌을 던지면 퍼져나가는 잔물결처럼 행복한 충만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고 있던 경기에서 경기 종료 1~2분을 남기고 동점 골을 넣었을 때보다도 더 짜릿했다. 마치 2천 볼트의 전류에 감전된 듯한 아찔함이랄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와 통화한 후 팔머스에 오는 차 안에서 내내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하던 그였다. 그러던 그가 한 번씩 피식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을 때에는 대니도 슬슬 그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생전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루카스가 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차라리 전처럼 속을 알 수 없을 정도의 차가운 무표정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이것이 시작이었다는 것을 대니는 알지 못했다.

* * *

너무 늦은 시각이었기에 주무시는 부모님이 행여라도 깨실까 봐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던 차였다. 막 계단에 한발을 올리려던 순간에 1층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루카스가 식겁해서 돌아보니 부모님인 라이언과 올리비아가 가운 차림으로 그를 맞이하였다.

⌜…… 아, 아직 안 주무셨습니까?⌟

올리비아는 루카스의 손을 덥석 잡고는 예의 그 이제 막 돋아난 새순처럼 연하고 투명한 그린 빛의 신비로운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어머, 루크. 네가 온다는데 기다려야지. 어떻게 잠을 자겠니?⌟

아……. 어머니 올리비아의 익히 아는 이런 눈빛. 이것은 무언가 어머니의 호기심을 건드렸다는 위험한 신호였다. 제길…, 조용히 잠들긴 틀렸군.

⌜루크, 오늘 경기 내용 좋더구나. 아주 발이 안 보일 정도로 날아다니던데…….⌟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래, 루크. 세상에…. 내 아기가 골 세리머니를 그토록 멋지게 할 수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호호호!⌟

그렇지. 이거였다. 골을 넣어도 그저 동료들과 얼싸안거나 어깨를 두드렸지 골 세리머니 한 번 해보지 않던 그였다. 다른 선수들보다 재능이 뒤처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만족하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훈련한 결과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생각해 골 세리머니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있었던 경기에서는 몸이 너무 가볍다 못해 날개가 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녔다. 경기가 잘 풀리는 날도 이렇듯 몸이 가벼웠던 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골 세리머니가 나온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영향이 더 컸으리라. 분명 그 점을 매의 눈처럼 놓치지 않았을 부모님을 간과하고 만 자신을 속으로 질책하였다.

그녀와 만나보기로 약속은 했지만, 아직 어느 하나 결정된 것이 없었기에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는 시기상조라 생각되었다. 그런 와중에 만약 부모님이 알게 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 아하하. 오늘 골이 너무 순조롭게 들어가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그만 흥분해서…, 그리 되었습니다.⌟

어라? 우리 아들 루카스가 변명을 다 하네? 올리비아와 라이언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크흠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올리비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선 루카스를 탐색하듯이 바라보았다.

⌜오호라…, 그랬구나. 오늘은 여러 가지로 피곤할 테니 그만 올라가 보렴, 아들아.⌟

올리비아는 아들을 상대할 때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보다 때로는 한발 물러나 주는 게 낫다는 것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방법이었다. 그러므로 지금은 한발 뒤로 물러나 줄 때인 것이다. 일단 지금은 참고 내일 궁금함을 분명 풀 수 있다는 확신 하에 순순하게 루카스를 방으로 보내주었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그래. 푹 자고 아침에 보자꾸나, 루크.⌟

⌜어서 쉬어라.⌟

라이언은 선뜻 선선히 물러나 주는 그의 아내가 못내 사랑스러웠다. 제 호기심 채우자고 피곤한 아들 붙잡고 늘어질까 은근 걱정스러웠다.

의외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를 놓아주는 어머니의 태도에 불안감을 느꼈지만, 오늘 밤은 조용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휴우’하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분명 대니에게 전화로 닦달을 하셨겠지만, 그의 성격을 잘 아는 대니는 역시 말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하긴 그런 사람이니 10년을 그의 곁에 두었겠지만 말이다. 다음 날 아침에 어머니에게 고문 아닌 고문을 받더라도 어쨌든 당장은 시간을 벌었으니 잠이라도 푹 자둬야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