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이렇게 내가 필요하면서!

한영은 신기한 듯 제 발을 내려보았다. 경우와 나란히 걷고 있는 이 발이 신기했다.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기대하지 않았던 탓일까? 꽃을 시샘하는 매서운 밤바람이 달콤한 향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 그만 돌아가요.”

병원 건물이 눈에 띄자, 한영이 말했다. 경우가 아쉬움을 담은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마무리하고 와. 박 과장님 잠자리 좀 봐주고 다시 집으로 가야 한다며.”

“경우 씨, 그런 말 알죠?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한영의 타이르는 어투에 경우의 입이 다물렸다.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나만 간절한 것 같았다. 그래야 하는 시점이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매사에 이성적일 수 있는 한영이 경우는 서운했다.

“집으로 가면 통화도 못 하잖아. 박 과장님 폰으로도 연락 못 하고. 박 과장님 부모님은 왜 하필 오늘 올라오신대?”

서운한 마음이 엉뚱한 데로 튀었다. 부모님이 오시지 않으면 한영이 소민의 옆에 있을 수 있었을 테고, 그녀의 허락을 받은 상태이니 마음껏 통화나 문자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두 분이 겨우 시간을 내셔서 병원에 있는 딸을 만나러 오시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한영이 경우의 마음을 알면서도 웃으며 책망을 해 보았다.

“안 되겠다. 몰래 폰을 하나 더 개통해야겠네.”

둘만 연락할 수 있는 비밀폰. 경우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진 박자에 맞추어 한영의 얼굴도 밝아졌다.

“그러면 좋겠네요. 누가 엿들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안심폰.”

“그치? 지금 가서 바로 개통해야겠어. 누나나 매형 명의로 해야겠어, 눈치채지 못하게. 앗, 혜미 명의로 개통할까?”

경우가 신이 나서 말했다. 한영의 눈가에 아련함이 떠올랐다.

“다들, 잘 계시겠죠?”

그러고 보니 성현과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 없이 지낸 것은 처음이었다.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한 것이었지만, 떠올리고 보니 그리움이 사무쳤다.

“잘 지내. 매형도, 누나도, 혜미도. 혜미는 너 없어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너와 같은 기획사에서 근무할 거라면서 엉덩이가 짓무를 정도로 책상 앞에 앉아 있어.”

한영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퍼져 갔다.

“혜미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어요? 차영솔 씨 그렇게 돼서….”

“힘들어했지. 근데, 그렇게 좌절만 하고 있지 않았어. 매형이 잘 다독였거든. 그리고….”

한영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너의 사정을 알게 되더니, 더욱 이를 악무는 것 같더라고. 이제 깨달은 거겠지. 제가 누리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다행이다….”

한영이 스산한 마음을 추스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미에게 성현과 같은 아빠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없던 어느 날에, 자신의 고백을 받아 주지 않은 성현을 무수히 원망했던 순간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성현은 혜미의 아빠가 되기 위해, 진경의 남편이 되어 힘겨운 부분을 함께 감당해주기 위해, 철없는 고백을 정중히 거절했었다. 그렇게 아름답게 이룬 가정을 자신 때문에 깨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우 씨, 이제 정말로 가세요.”

갑자기 한영의 마음 한쪽으로 불안한 마음이 스며들었다. 마냥 행복을 누리며 이렇게 방심하는 사이, 누군가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갈 거야. 누가 안 간대? 지금 간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경우의 발걸음이 좀처럼 옮겨지지 않았다. 한영은 초조한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럼, 내일 아침 다시 병원으로 올 거야? 아침에 박 과장님 폰으로 전화하면 되지?”

“오늘 긴 시간 함께 있었으니까 내일은 쉬도록 해요. 오늘 방송도 하고 많이 피곤했을 텐데, 늦잠도 좀 자고요.”

한영의 말에 경우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나 오늘 휴대폰 개통할 건데, 그거 전해주기 위해서라도 만나야 해.”

경우의 얼굴에 진 그늘을 보자 한영은 마음이 아팠다. 폰이야 우편으로 얼마든지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영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불안한 마음을 잠시 접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10시쯤 올게요. 조심히 들어가요.”

“그래. 그럼 내일 10시에 전화할게. 너도 집에 조심해서 들어가.”

경우의 얼굴이 다시 환해지자, 한영의 얼굴도 덩달아 환해졌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인사를 다 나누었는데도 경우가 좀처럼 가지를 않았다. 뭐 마려운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에 한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 말이 더 있어요, 경우 씨?”

한영의 재촉하는 말에 경우가 결심한 듯 한영의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는가 싶더니, 다짜고짜 한영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갖다 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한영의 두 눈이 반짝 떠졌다. 경우의 입술은 오늘도 따스했고, 제 심장을 멋대로 날뛰게 하는 요술을 부려대고 있었다.

“사랑해.”

겨우 떨어진 입술이 그것을 아쉬워하며 달콤한 고백을 읊었다. 그 달콤함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한영은 웃었지만 같은 고백을 선뜻 할 수가 없었다. 너무 귀해서 아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걸어가면서 서너 번을 더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경우. 들리지 않을 만큼 멀어진 뒤, 한영이 뒤늦게 고백을 했다.

“사랑해요, 경우 씨.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

태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묶은 머리카락. 그러나 안 비서 대신 운전대를 잡은 서 비서의 보좌가 태호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안 비서에게 전화 연결해.”

“네. 안 비서님 말씀이시죠?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표님.”

대답은 했지만 운전을 하는 도중에 무언가를 하는 일에 익숙지 않은 서 비서는 좀처럼 전화 연결을 하지 못했다. 서 비서가 길가에 차를 세울 기회를 엿보는 동안, 태호의 세찬 한숨이 터져 나왔다.

“됐어. 내가 할 테니까 자넨 운전이나 해.”

“아, 네. 알겠습니다.”

서 비서는 깍듯이 답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요란한 불만의 소리가 마구 솟구치고 있었다.

‘그러게 진작 자기가 전화를 걸 것이지 운전하는 사람한테 전화를 걸게 하는 건 무슨 똥매너야?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아니면서. 대표면 다야!’

신호음을 듣고 있는 태호의 모습을 백미러로 힐끔 보며 서 비서는 입술을 삐쭉였다.

“안 비서 오늘로써 며칠째 결근이지?”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것에 짜증이 난 태호가 서 비서에게 물었다.

“이제 겨우 이틀째입니다, 대표님.”

서 비서는 터져 나오려는 헛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단정히 답했다. 겨우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불편을 호소하는 대표. 그동안 안 비서를 얼마나 수족처럼 부렸으면 저러는 건지 서 비서의 못마땅한 마음은 바람 넣는 풍선처럼 커지고 있었다.

“몸이 많이 안 좋대? 왜 아직도 출근을 못 하고 있는 거야?”

“10년 동안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몸을 혹사시킨 후유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 실장님도 인간이시니까요.”

서 비서의 뼈있는 말에 태호의 얼굴에 근심이 떠올랐다.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차영솔의 건방짐, 백성현의 배신, 딸의 도망… 그 일들을 겪으면서 느꼈던 그 감정이 어째서 지금 느껴지고 있는 건지 태호는 불편했다.

‘이 자식이 설마….’

재영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말없이 퇴근해 버린 그 순간부터 태호의 마음 한구석에 조금씩 의심이 싹트고 있었다.

‘너도 내 뒤통수를…’

그때였다. 연결이 되지 않았던 안 비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태호는 즉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몸은 좀 어떠니, 우준아?”

태호는 정말로 오랜만에 안 비서를 이름으로 불렀다. 어색했다. 듣고 있는 이도 다르지 않았는지 선뜻 답을 하지 못하고서 텀을 두고 있었다.

<“몸은 잘 회복되었습니다. 내일은 출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 10년 만의 휴식인데 좀 더 쉬지 그래?”

다정을 가장한 목소리에 서 비서의 코에서 어이없다는 듯한 숨이 빠져나왔다.

<“아닙니다. 충분히 쉬었습니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 죄송합니다.”>

안 비서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어투에 태호의 가슴에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래, 그럴 녀석이 아니지. 내가 저한테 투자한 게 얼만데? 은혜를 원수로 갚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얼마나 무수히 해 왔는데? 백성현 같은 인간이 또 나타나면 안 되지. 그럼, 말도 안 되지.

“죄송은 무슨. 서 비서가 너에게 잘 배워서 일을 아주 잘 하고 있어. 그러니 염려 말고 너도 앞으로는 좀 쉬엄쉬엄 일하도록 해. 너 말고도 비서실 직원들 있으니까. 알았지, 우준아?”

<“네, 감사합니다.”>

태호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충성스러운 안 비서를 의심한 순간이 미안할 정도였다.

<“대표님, 이 실장님은 거의 매일 박소민 과장과 함께 있습니다. 고경우는 스케줄을 무난히 잘 소화하고 있고요. 두 사람이 따로 연락하거나 만나는 일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 실장님이 몸을 많이 사리는 것 같습니다.”>

안 비서의 이야기에 태호의 이맛살이 들렸다. 몸을 많이 사린다라… 다시는 벌을 받고 싶지 않다는 뜻일 테지.

“아픈 와중에 그런 것들을 어떻게 체크했지?”

<“몸이 아파도 제 역할은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백성현이 찾아왔었습니다.”>

태호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그래? 그래서 그 녀석이 찾아와서 한 말은?”

<“고경우도 어느 정도 마음을 잡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방송에서 보인 모습도 굉장히 안정적으로 보였기에 그 말은 믿을 만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떤 다른 사심 없이 이 실장님의 안전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새끼가. 제 가족의 안전이나 신경 쓸 것이지 누구를 걱정하고 있어? 건방진 자식.”

태호의 입안으로 욕설이 맴돌았다.

<“당신이 신경쓸 일이 아니다. 한 번만 더 이런 일로 나를 귀찮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

안 비서에게서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음성이 새어 나왔다. 태호가 저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을 주었을 때, 안 비서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게 경고를 해 두었습니다. 아마도 제 말뜻을 충분히 이해했을 겁니다.”>

태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 비서가 방금과 비슷한 어투로 그 말을 했다면 정말로 성현은 함부로 지은의 일을 캐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차갑고 위협적인 어투였다.

“수고했다. 그럼 오늘 밤 푹 쉬고 내일 회사에서 만나도록 하자.”

태호는 다시금 다정함을 머금은 어투로 안 비서에게 말했다.

<“네, 염려해 주시고 먼저 전화까지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편안한 밤 되십시오.”>

안 비서의 깍듯한 인사를 끝으로 태호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피식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몸이 아프면서도 제 임무를 다하는 녀석의 충성심을 의심하려 했다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당연하다는 생각이 더 컸다.

‘모든 것이 순조롭구나. 지은이와 경우의 사이도 정리가 되어 가는 것 같고. 첫 방송 이 후로 살별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진 것 같고.’

태호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뒷머리를 좌석에 기댔다.

“도착하면 깨워. 한숨 자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순조롭다고 인식하자마자 피곤이 몰려왔다. 긴장감이 풀린 태호는 짧은 시간 안에 드르렁하고 코를 골았다.

***

안 비서는 테이블에 널브러진 사진들을 주섬주섬 모았다. 극장에 함께 들어가고 나오는 한영과 경우의 모습. 두 사람이 병원 앞에서 마주 선 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한영에게 붙인 직원 하나가 현상해 온 사진이 여러 장 배달되어왔다.

-“여기 이 사람, 정혜연 선생님 딸 아니야? 맞지, 지은이?”-

함께 희망의 집에서 자랐던 그는 현재 흥신소를 운영하는 이였다. 한 번도 가깝게 지낸 적 없는 그였지만, 태호 몰래 이 일을 맡기기에 적합한 인물이어서 연락을 취했었다. 그가 찍힌 이의 얼굴을 알아보고 물어왔지만, 안 비서는 시치미를 뚝 뗐다.

-“고경우와 가깝게 지내는 여자인데, 회사에서 살피고 있는 여자야. 이거 기자나 언론에 흘리면 우리 개싸움 나는 거 알고 있지? 우리가 개싸움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금 희망의 집에 속해 있는 아이들에게로 가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희망의 집 아이들이 언제나 잘 되기를 바라고, 그곳이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그에게 가장 확실한 입막음용 멘트였다. 희망의 집 출신의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는 모습만 알려져도 진실 공방은 둘째 치고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며 혀를 끌끌 찰 일이다.

“후우우!”

긴 숨을 뱉어내며 안 비서는 주방용 라이터를 가지고 왔다. 쇠로 된 휴지통의 뚜껑을 열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사진들을 차례로 그 안에 집어넣었다. 모든 사진을 소각한 안 비서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쪽지를 들여다보았다.

“유기견 센터….”

주말에 박성애 사모가 가기로 한 봉사활동 장소를 알아냈다.

“직접 묻는 것만큼 확실한 건 없겠지.”

‘반(가운) 죽’의 주인과 안면이 있는 게 박성애가 맞는 건지, 안 비서는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만약 정말로 죽 가게에 왔다는 귀부인이 그녀라면… 또다시 안 비서는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녀 혼자서 단독으로 한 일인지, 아니면 이 대표와 함께 작당을 한 것인지….

***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리며 한영은 소파에 걸터앉았다. 샤워하는 내내 틀어 놓았던 경우의 노래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연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노래를 따라서 흥얼거리는 동안 한영의 마음은 정말로 오랜만에 푸근해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했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서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힘들어한다. 얼마나 함께 있고 싶었으면 ‘결혼하자.’는 말보다 ‘아기를 가지자.’는 말을 먼저 했을까? 그 생각을 하면 자꾸만 웃음이 난다.

-“사랑만큼 대단한 건 세상에 없어. 사랑은 한 사람을 지옥으로 끌어내리기도 하고, 천국으로 끌어올리기도 하거든.”-

천천히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이야기하던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지은이는 정말로 좋은 사람 만나서 천국을 맛보면 좋겠다. 너만을 위하고 사랑하며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만나, 지은아. 그리고 천국에 있는 것처럼 행복해야 해. 알았지?”-

성현에게 어설픈 고백을 하고, 퇴짜 맞은 걸 엄마는 알았나 보다. 그래서 그날 등지고 앉은 딸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나 보다. 그때는 일방통행으로 인한 가슴의 상처로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 경우의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 한영은 엄마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사실. 그것은 그야말로 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알게 해준 경우가 더욱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행복하게 미소를 짓던 한영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피아노 앞에 앉은 엄마의 얼굴에 떠오른 그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