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용건은?'“요, 용건이 있어야 연락하는 거예요?”'―할 말도 없이 연락 준 거?'화들짝 놀라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당황이 드러났기에 정말 용건이 있어서 보낸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 수 있었다. 혼자만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제 마음에 대한 보답을 받은 느낌에 눈을 감고 입가를 끌어올렸다.'―아침부터 선물 받은 기분이네.'진심이 가득 담긴 말이 그녀의 가슴에 쿡 와 닿았다. 그는 어쩌면 말도 저렇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만 골라 하는지 모르겠다. 잔뜩 날이 서 있는 그녀의 가시를 그는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다루곤 했다.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아 그녀가 말도 잇지 못할 무렵 그가 밝게 물었다.'―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네, 뭔데요?”'―어려울지도 모르니까 객관식으로 낼게요.'갑자기 퀴즈 쇼? 그가 잠시 뜸을 들이자 그녀는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여기서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창피를 당하는 건가 싶어서 마른침이 슬쩍 넘어갔다. 휴대폰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갈 때 그가 말을 이었다.'―용건이 뭐예요?'이미 끝난 이야기 아니었나? 없는 용건을 만들어낼 수도 없고 참 곤란한 질문이었다. 아니, 사실은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온기를 나눠 받고 싶다는 용건. 하지만 그걸 입으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수줍음과 닮은 이름 모를 감정. 차마 입으로 그에게 기대고 싶었단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1번, 보고 싶어서.'“저, 저기…….”'―2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듣기만 해도 부끄러워지는 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시하는 그에게 당황 섞인 말을 보냈지만 그는 그녀의 저지를 들은 척도 않고 바로 다음 보기를 제시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이 다물어졌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 버렸다. 그의 보기는 전부 옳았다. 문제는 그걸 인정할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3번, 둘 다.'그가 마침내 마지막 보기를 던졌다. 3번. 숨이 턱 막히는 답이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속내를 전부 읽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들고 말았다.'―모르겠어요?'그가 바라는 대답이 뭔지도 충분히 안다. 그래도 입이 안 떨어진다. '―어려운가?'그녀의 반응이 눈에 선하다는 듯이 그가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