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런, 이 미친놈. 시방 니가 지정신이가? 결혼한 여자를 데리고 와 뭐라? 혼인무효판결을 받아내? 이런, 이, 이놈이…… 미칬구나, 미칬어. 혼인무효판결? 택도 없다. 그보다 더한 것을 받아도 이 결혼 안 된다. 처자 돌아가소. 다시는 우리 성이 그림자도 밟지 마소. 시상에 하늘도 무섭지 않나? 결혼한 여자가, 헌 계집이 넘볼 것을 넘봐야지. 백옥 같은 우리 손자를 넘보다니 하늘 무섭지 않나? 참말로 기막히데이…… 어디라고 예가 어디라고…….” '“할아버지 말씀 가려주십시오. 이 사람 그런 식으로 모욕하지 마세요. 다시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제가 백옥 같지도 않을뿐더러 이 사람에게 헌 계집이라는 말씀은 더욱 틀린 말씀입니다. 그런 말씀 다시 하지 마십시오. 조금 전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듯이 내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법입니다. 이 사람을 자식으로 받아드리지 않으실 거면 남의 귀한 자식이니 말씀도 가려주십시오. 또한 이 사람 받아드리지 않으실 거면 다시는 제 일에 상관하지도 마십시오.” '“이놈아가 시방 머라카노? 상관을 하지 말라캤노?” '“지성이, 네 이놈. 입 닥치지 못해!”'“제가 말씀드렸지요? 제가 데리고 살 사람입니다. 어른들 승낙해주시면 ‘네, 고맙습니다. 평생 그 고마움 잊지 않고 효도하며 살겠습니다.’ 하지만 승낙 안 해주신다 해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전 하늘이 무너져도 이 사람과 결혼합니다. 판결문 손에 쥐는 대로요. 그런 줄 알고 계십시오.” '“절대 안 된다.” '남 회장이 소리쳤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이런 일을 일으킬 거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디 여자가 없어 이런 유부녀에게 빠졌을까? 빠져도 거의 미친 것처럼 빠진 것이 분명했다. '“네 놈이 미쳤구나. 아주 단단히 미쳤어. 우리 집안을 어찌 보고 그딴 소리를 해. 이런 여자 때문에 유서 깊은 우리 가문에 먹칠을 하려고 한단 말이야?” '남 총재도 노해서 소리쳤다. 지성의 일은 얼마든지 크게 번질 수 있는 악수였다. 이혼녀와 이혼 전부터 사랑에 빠진 그의 조카. 그 타이틀만으로도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건덕지는 충분했다. 언론이란 건수만 있다면 조그만 소재도 얼마든지 부풀리고 비틀어 댔다. '“네가 내 정치생명을 망가뜨릴 생각이구나.” '“더 말할 것 읎다. 처자 그만 가보소. 인연이 아니다카고 다시는 울 성이와 만나지 마소.” '“그렇겐 못합니다. 할아버지. 제가 이 사람 못 보냅니다.” '“이 놈아가 진짜로 미쳤삣나. 안 된다캤다. 절대 안 되는고로.” '“제가 말씀드렸지요. 집안에서 승낙 안 해도 이 사람과 결혼 한다고요.” '“뭐라? 절대 안 된다했는데 뭔 소리가?” '“제 결혼입니다. 집안의 반대나 체면 때문에 포기 못 합니다. 정 반대하시려거든 저를 호적에서 빼 주십시오, 제가 나가겠습니다.” '“이, 이놈이…….” '분노로 눈이 멀 지경이 된 남두익 옹이 단장으로 사정없이 지성을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9명이나 되는 손자들 중에서 가장 잘났다고 손꼽았었기에 더욱 화가 났다. '퍽, 퍽. 퍽. '머리로, 어깨로, 얼굴로, 허리, 다리로 단장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들었다. 얼마나 사정없이 휘둘렀는지 오른쪽 관자놀이께가 찢어져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뚝뚝뚝 흘러내린 피가 지성이 입고 있는 하얀 드레스 셔츠 깃을 빨갛게 물들여 갔다. '“이, 미친놈. 이 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