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문희는 한숨을 내쉬며 달리는 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건물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망설이다가 마음을 다잡고 타고 온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또 다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서둘러 기다리고 있는 택시기사에게 요금을 치루고 문을 열고 인도로 내려섰다. ''고개를 들고 동창회가 열리는 한성가든의 문을 바라보고 있자니 시내에서 맛있기로 이름 있는 식당이라 오고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였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혜란이를 만나겠지.’''문희는 아직까지 고통 없이 혜란이를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 그만 이런 자신의 감정을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움직여 여기까지 왔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자 얌전했던 심장이 요동을 쳤다.''‘오늘 혜란이를 만나면 나의 이 감정을 정리할 수도 있을 거야. 이제 그만하고 싶어.’''자신의 희망을 다시금 대뇌이며 마음을 다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마, 문희 아니야. 기집애, 네가 무슨 주인공이라고 이렇게 뜸들이다 오는 거야. 자 빨리 여기와 앉아. 아줌마 여기 1인분 더 주세요. 잔도 하나 더 주시고요.”''고등학교 동창회 모임을 주선한 경애가 호들갑을 떨자 모두들 문희를 쳐다보았다. 문희는 고개를 든 혜란이와 눈이 마주치자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안해. 유치원에 행사가 있어서 조금 늦게 출발했어.”''“빨리 앉아. 이건 벌주야. 한번에 다 마셔야 돼. 이제 다 왔지. 그럼 회비 밀린 사람들 지금 내세요. 자꾸 밀려 목돈 만들지 말고. 그래, 고마워. 재경아, 금주야.”''회비를 걷느라 경애가 일어나 테이블을 누비며 다녔다. ''문희는 벌주로 받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살짝 고개를 들어 혜란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미용실에서 곱게 올린 머리가 달걀형 얼굴을 잘 살려 주고 있었으며, 목이며 귀에 너무 크다 싶을 정도의 보석이 박힌 장신구가 조금은 천박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그것이 천연의 진짜 보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누구라도 부러워할 것이다.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혜란이 시선을 느꼈는지 눈을 들자 문희와 시선이 엉켰다. 순간 주변의 웅성거리던 소음이 딱 그쳤다. 혜란이 슬쩍 입가에 비웃음을 짓는 것을 보며 문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절로 감겨졌다. 서서히 주변의 웅성거림이 다시 들려 왔다. ''문희는 서둘러 앞에 놓인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바로 전 마신 벌주로 이미 속이 울렁거렸지만 혜란의 비웃음에 놀라 그런 것까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저녁은 그런대로 다 먹었지. 그만 아까 예약한 나이트로 가자. 빠지는 사람 없기다.”''자신을 향해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며 혜란이 말을 하자 문희는 뜨끔했다. '“그래. 뭐, 대 그룹회장 사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애들아 가자.”''모두 거나하게 마신 술들로 인해 문희가 제대로 저녁을 먹지 못했다는 것에는 관심도 없이 하나 둘 일어나 대기 중인 차에 올라 타 아직 미적거리는 친구들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문희도 차에 올라탔다. ''나이트클럽의 번쩍거리는 조명아래 모두들 즐기는 동안 문희는 혜란의 차가운 시선에 괜히 나왔다고 후회를 하며 빠져나갈 기회를 엿보았다. 아직 자신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혜란의 경멸어린 시선을 견딜 수 없어 그만 일어서 나오려 해도 둘러댈 별다른 핑계거리조차 생각이 나지 않아 할 수 없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