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지독한 열망

[프롤로그]''''태민은 그다지 편하지도 않은 의자에 앉아 한 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뜨거운 조명을 받고 서서 사랑의 열망을 처절하게 토해내는 여배우 현여진에게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에게 비참하게 버림받고, 배신의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심장을 부여안은 채 찾아간 절간에서 처참히 찢겨 시뻘건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심장에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여자. 비구니의 삶 한가운데에서도 끊임없이 절구질을 해대는 본능과 치열한 싸움을 하며 몸부림치는 여배우가 무대 위에 있었다.'여배우의 혼신을 다한 연기에서는 물론이고, 연극이 진행되고 있는 매순간마다 그의 마음은 전쟁터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자도, 사랑이란 단어도 그의 인생에서 몰아낸 지 오래였다. 그런데 왜 저 여배우에게 꽂힌 시선을 돌릴 수도 없고, 죽어 늘어졌던 감각들이 이제 와서 되살아나려고 하는 것일까?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국 진이 다 빠져버리고 만 그는 결국 연극 보기를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극장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한참동안 금단현상에 시달렸던 사람처럼 서둘러 담배를 꺼내 입술 사이에 끼워 넣었다. '“흐읍…….”'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담배 끝이 빨갛게 타들어갔다.'“후우…….”'길게 숨을 내쉬니 그의 입에서 빠져나온 뿌연 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몸속으로 들어간 니코틴이 위력을 발휘했는지 초조하던 마음이 다행스럽게도 점점 진정되어 갔다.'그는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고 나서야 불시에 습격당한 듯한 카오스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맞는 말이군.”'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극장을 나오기 직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여배우의 대사를 되뇌며 냉정한 눈빛으로 손에 쥐고 있던 팸플릿을 펼쳤다.'“진다혜 역을 맡은 현여진이라……. 아주 잠깐이었긴 하지만, 기어이 당신이 날 흔들었군. 그 기념으로 선물을 줄 테니까,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가까운 곳에 그가 찾고 있던 곳이 눈에 뜨였다.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어서 오세요.”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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