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악연인 듯 악연 아닌 인연.

세상에 똥차도 이런 똥차가 없다. 얼굴 하나 믿고 설쳐대는 저 호색한이 또 바람을 피웠다. 이번에는 제 회사 후배 중에서도 하필이면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이주혜'였다.

“오해야. 그런 사이 아니라니깐?”

“지긋지긋하다. 그 말 듣는 것도. 그 정도 발정 난 거면 그것도 병이야. 병원 가보는 게 어때?”

“네가 오해할 만한 상황인 거 이해하는데, 정말이야. 난 정말 가만히 있었어. 걔가 나 좋다고 해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술 한 잔 마셨어.”

“그래? 오빠한테는 술 한 잔 옵션으로 섹스도 포함되어 있니?”

“야! 그만 좀 해라. 여자가 좋다고 달라붙는 데 무슨 수로 거절해?”

“무슨 개소리를 그렇게 정성껏 하니? 이제 더 이상 못 참아. 정말 헤어지자.”

역시 제 취향인 이 잘생긴 얼굴엔 쥐약이긴 한가 보다. 뺨이라도 시원하게 때려줘도 모자랄 판인데, 차마 그의 얼굴을 보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럴 용기가 없었다. 채하는 최대한 미련 없어 보이고 싶어 터져 나올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런 똥차는 진즉에 치워버렸어야 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마음 한편은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그냥 끝이야. 끝. 무슨 미련이야. 그간의 세월 때문에 잠깐 이러는 거야. 그래. 시간 지나면 다 잊힐 거야.

채하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합리화시켰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다. 금방이라도 그녀를 뒤따라 나올 것 같았는데, 그녀의 눈에는 애석하게도 굳게 닫힌 가게 문만 보였다. 정말 이렇게 끝인가 보다. 자신이 헤어지자 했지만, 차인 것 같이 기분이 굉장히 더러웠다. 자신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개자식.”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닦아내고서 분함에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와 중에 비까지 보슬보슬 내려 꼴사납게 되었다.

“진짜. 눈치도 더럽게 없네. 하늘 새끼.”

길거리에 죽치고 앉아있으니깐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닌 척하면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하루 지나면 잊힐 타인일 뿐이었다. 채하는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한편에 커다란 돌 추를 매달아 놓은 것 같이 온몸이 무거웠다. 누군가에는 이 비가 운치 있는 로맨스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또 누군가에는 비참하기만 이별의 뒷배경으로 딱이었다. 빗물에 눈가가 흐려졌다. 울고 있는 건지, 비가 내려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흐엉. 흑흑… 개자식, 죽여버릴 거야.”

미쳤나 보다. 이성이 터져 사망했다. 울음이 기어코 터져 버렸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눈물을 닦아도 닦이지 않아 눈앞이 뿌옇게 보였다.

빵!

마치 경고음 같은 클락슨이 귓가에 울렸지만, 온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굴었다. 지금 이 순간 사라져버렸으면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클락슨도 아무렇지 않게 들렸다.

“다. 당신 미쳤어요?”

한눈에도 값비싸 보이는 외제 차였다. 운전석 창문이 열리고 웬 도련님같이 샌님이 소심하게 소리 질렀다. 저 자식도 성질머리는 있는데 용기는 없구나. 용기가 없으니 저렇게 버벅대지. 뭔가 생판 남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이 느껴졌다.

“차라리 그냥 죽이지 그랬어요?”

“뭐… 뭐야. 진짜 미쳤어요?”

“그래! 나 미쳤다! 어쩔 거야? 어쩔 건데?!”

엄한데 뺨 맞고 화풀이했다. 빽! 하고 소리를 지르니 그 샌님이 당황한 듯한 얼굴을 하고서 어버 거렸다.

자식. 눈앞에 미친년을 두고도 제 할 말도 못 하는구나.

“미치려면 곱게 미쳐요. 왜 도로 한복판에 울고 난리인데요. 그쪽 때문에 지금 몇 사람이 피해 보고 있는 건지 알아요?”

“그냥 쳐 버리지 그래. 나는 어차피 죽고 싶으니깐….”

그녀의 입으로 죽고 싶다는 말이 새어 나오자, 현타가 강하게 몰려왔다. 지한을 만난 지도 6년이다. 대학 끝 무렵에 만나서 결혼까지 생각하며 헤어지고 만나고 반복했던 세월이 자그마치 6년. 자신의 20대가 그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억울했다. 이렇게 자신의 찬란했던 20대가 쓰레기와 함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억울해서 콱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죽고 싶으면 딴 데 가서 죽어요. 괜히 애먼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고요. 이제 좀 비켜줄래요?”

'죽어요.'라는 말에 눈이 뒤집혔다. 그의 차 보닛을 두 손으로 쾅 하고 내려쳤다. 그 소리에 그가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억울해서 못 살겠어.”

딱히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아직 못했다. 그때 신호가 터졌는지, 그 샌님이 탄 외제 차 뒤로 클락슨이 신경질적으로 빽빽 울렸다. 그 클락슨이 도화선이 되었다. 채하는 왔던 길을 미친 듯이 뛰어갔다. 이대로 그를 보내주기에는 억울했다. 그냥 억울한 것보다는 제 20대를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어깨에 겨우 매달려 달랑거리는 가방을 고쳐 메고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렸다. 겨우 도착했을 때, 제 눈앞에는 비 올 때 쓰라고 사줬던 땡땡이 우산을 나란히 쓰고서 가게를 빠져나가는 지한과 여후배의 뒷모습이 보였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끝났다. 제 20대가. 그렇게 더러운 빗속에 사라져 갔다.

***

“자기야. 몸은 좀 괜찮아?”

온몸이 타들어 갈 듯한 열로 일주일을 병가 냈다. 진단명이 상세 불명의 열로 나왔다. 상세 불명이라는 단어가 와 닿았다. 화병이라고 하면 정확할까. 채하는 부장에게 병가로 낼 진단서를 제출했다.

“네. 열이 내리니깐 살 만하네요.”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고 하니깐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직원들 병가 처리하는 것이 그녀의 업무이지만, 귀찮은 듯 보였다. 아무래도 좋았다. 차라리 이 이별의 불쾌한 감정이 다른 곳으로 향한다면 오히려 반가웠다. 하루빨리 이 더러운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아 참, 자기 없을 때 우리 회사 회장님 막내 아드님 입사했지 뭐야.”

그 소문 무성한 막내아들이었다. 딸만 넷인 회장님 내외에서 어렵사리 얻은 늦둥이 아들이라고 했다. 차기 후계자가 될 사람이라고 입에 오르락내리락했고, 무엇보다 능력까지 갖춘 다이아몬드 수저였다. 어차피 자신과는 별세계의 사람이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얼른 병가처리만 빨리해줬으면 했다.

“들어오자마자 전무라고 하니 말 다 했지.”

그녀는 질투가 나는지 입을 비죽거리며 느려터진 동작으로 병가를 결재 처리하고 있었다. 서 있으니 다리도 아프고, 일주일 쉬는 바람에 할 일도 태산인 채하의 마음이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어휴, 나는 전무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야?”

“…결재 다 되셨으면, 저는 이만.”

“아. 여태 이것 때문에 있었어? 그만 가봐. 일 많이 미뤘지? 그래도 그건 작은 거야. 서현씨가 얼마나 당겨서 처리했는데.”

자신이 지금 얼마나 꼰대 짓 하고 있는지 모르는 부장의 생색에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채하는 더 대답 들을 것도 없다 생각해 묵례하고서 부장실을 빠져나왔다. 커피나 한잔 타먹자 싶어 탕비실로 들어서는 순간, 꽉 닫힌 탕비실에서 낯익은 이름과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대단하다. 그래서 그 오빠가 어떻게 했는데?]

[날 선택한 거지. 당연한 거 아냐? 그 꼰대보다 내가 훨씬 외모적으로나 귀염성으로나 낫지 않아?]

[너도 참. 회사 상사 남친 뺏는 배짱은 정말 인정!]

[내가 뺏은 거 아냐! 그 오빠가 나 예쁘다. 예쁘다 꼬셨다니깐!]

도대체 무슨 얘기를 들은 걸까.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채하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탕비실 문을 벌컥 열어젖히자 그녀를 보고서 깜짝 놀란 주혜의 동기들이 허둥대었다. 단지 당사자인 주혜만이 모른 척하면서 제 손톱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사 안 하니?”

“…네?”

“선배를 봤는데 모른 척하는 거. 그거. 남의 것 가로채는 도둑년들이나 하는 거야.”

“뭐라고요?”

그녀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렇게 싸늘하게 얼굴이 굳을 수 있을까 싶었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주혜에게 말을 덧붙였다.

“왠 줄 알아? 염치가 없거든.”

“지금 말이면 다예요?”

“아니. 더 할 말 많은데, 그냥 참고 있는 거야.”

주혜의 입술이 바르르 떨고 있는 게 보였다. 아마도 동기들 앞에서 ‘도둑년’ 취급받은 것이 분한 모양이었다. 기가 찼다. 남자 친구를 빼앗은 주제에 당당한 꼴이라니.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다 뽑아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니깐 남친이나 뺏기지.”

그녀를 지나쳐 커피포트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꺅!”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사원증을 낚아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얼굴은 겁에 질린 듯했다.

“아 미안. 난 우리 집 개인 줄 알고. 멍멍 짖길래.”

“뭐, 뭐라고요?”

“들었잖아. 왜 못들은 척 해? 다시 한번 말해줘? 개.인.줄.알.았.다.고.”

어안이 벙벙해 있는 주혜의 얼굴을 보니깐 속이 조금 후련하긴 했다. 그녀들 무리를 지나 나와 탕비실 문에 살짝 기대었다. 문 사이로 주혜의 악에 받쳐있는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다. 이제야 겨우 그 생각을 안 하게 되었는데. 하기야 그가 환승한 당사자가 그녀의 직속 후배이니, 안 부딪힐 수 없었다. 그렇게 채하를 괴롭혀댔던 거북한 감정들이 거대한 돌덩어리가 되어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숨 막히는 기운에 채하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입술을 꾹 다물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채하는 얼른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잰걸음으로 건물에 위치한 정원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밝은 햇살이 그녀의 눈을 부시게 했다.

“……!”

눈이 부셔 발을 헛딛고 말았다. 둔탁한 아픔이 느껴질 거라고 생각해서 눈을 질끈 감았지만, 웬걸? 단단한 가슴팍과 함께 기분 좋은 남자의 향수 냄새가 났다. 웬 남자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어 채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고, 고맙습니다.”

“조금 비켜… 엇?”

“……?”

“이번에는 헤딩이에요?”

“……!”

햇살을 등지니 그의 얼굴이 서서히 육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선가 많이 봤다 싶었는데. 그때 그 외제 차 샌님이었다.

“여기?”

너무 놀라워 입을 틀어막고서 이 회사 다닌 거냐고 손짓했다. 그러자 그 샌님이 픽 웃더니 왠지 모르겠지만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뭐, 그런 셈이죠.”

“그러면 그런 건지 그런 셈은 또 뭐야?”

“예?”

하필이면 흑역사였던 그때의 그 사람을 여기서 만나다니 조금 떨떠름했다. 세상이 참 좁다고 생각했다.

“아. 됐고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거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그의 손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가 허세 가득한 웃음으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나 아니면 넘어졌을 건데요?”

“그래서요? 누가 잡아 달라고 했나요?”

“잡아 달라곤 안 했지만, 넘어질 걸 아는데 어떻게 모르는 척을 해요.”

“그건 그쪽 선택이었잖아요. 혹시 지금 나한테 수작 거는 거예요?”

“수작? 와. 지금 나한테 수작이라고 했어요? 수작이 무슨 뜻인 줄은 알고 하는 말이에요?”

무슨 발작 버튼이라도 눌러졌는지, 정색하면서 쏘아붙인다. 뭐 이런 찌질이가 다 있나 싶었다. 채하 역시 지지 않았다.

“내가 구해달라고 했어요? 그쪽이 멋대로 구한 거잖아요. 제 동의도 없이.”

“아니, 사람이 앞으로 쏟아지는 데 어느 누가 나 몰라라 해요?”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어요.”

“무슨 미친놈도 아니고.”

“그런 미친놈도 생각보다 많아요.”

“예. 그래서 그쪽은 그때 미친년처럼 제 차 앞을 가로막았어요?”

따박따박 말꼬리 잡는 채하에게 약이 올랐는지, 그때의 일을 거들먹거렸다. 미, 미친년? 아 그리고 보니 이 샌님한테 욕을 먹긴 했지. 그때의 기억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왜 그때 내 차를 가로막았냐고요? 그때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알아요? 뒤에선 완전 빵빵거리지, 그쪽은 그냥 쌩하고 가버리고. 완전 나만 이상한 사람 됐다고요.”

“아니. 그 앞에 뭐라고 했냐고요.”

채하가 마치 테이프 돌리듯이 손짓하며 그의 말을 재촉했다. 그는 그녀가 시킨 대로 곧이곧대로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 '미친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당혹감에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뭐라고 했냐고요. 귀먹었어요?”

“…그, 그게 생각이 잘 안 나네요.”

그는 이럴 때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모른척하며 시치미를 뚝 떼자, 채하의 얼굴이 차갑게 식어 갔다.

“미.친.년.”

“……!”

“미.친.년”

한 글자, 한 글자씩 감정 실어 되풀이하는 채하를 보고서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뒷걸음질 쳤다.

“이제 기억나죠?”

“그… 그니깐. 그쪽이 미친놈이 많다고 해서.”

“왜 내 핑계를 대지? 나는 미친놈이라고 그쪽을 지칭한 적 없는데?”

“아니. 그니깐 그쪽이 미친년이라고. 아니, 그게 아니고. 그니깐 그게.”

말을 내뱉으면 내뱉을수록 말이 되지 않았다. 채하의 얼굴은 더욱더 험상궂게 변했고, 벽이 등 뒤로 닿자 이제 도망칠 곳도 없었다. 싸한 느낌이 들어오는 것은 채하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였다.

“죽고 싶어요? 여기서?”

“아뇨.”

“근데 왜 미친년이라고 했어요? 우리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이러지 말죠? 여기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협박과 폭행당할 몸이 아니라서.”

“폭언, 폭행당할 몸인지 아닌지는 이 미친년한테 맞아보면 알지 않을까요?”

정말 미친 건가?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일렁이고 있어 괜히 두려웠다.

“자, 잠깐! 내가 누군지 알면 굉장히 곤란할 텐데?”

“그전에 내가 얼마나 미친년인 줄 알면 더 곤란할 텐데? 내가 지금 굉장히 기분이 더럽거든요. 그 더러운 기분 살균 소독하고자 여기 왔다고요. 알겠어요?”

그녀의 진심이 확 와 닿아 샌님은 자신도 모르게 수십 번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한 미소는 옵션으로.

“여기 회사 언제부터 다녔어요?”

“한 일주일 전쯤?”

“하아, 그러면 생 신입?”

“시, 신입이라니.”

“그러면 인턴? 인턴 주제에 어디 감히 대리한테 미친년?! 너 몇 살이야? 몇 살이길래 사회생활을 이따위로 시작해?”

“통성명하려면 그쪽부터… 27살입니다.”

차마 분노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에 대고 반박할 수 없었던 입이 절로 정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동갑?! 세상에 어떻게 살아왔으면 이렇게도 모지리처럼 굴까. 생긴 거는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채하는 측은지심이 들어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서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고자 했다. 그걸 오인한 그가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에 움츠러들었다.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채하는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는 대신에 그의 머리를 꾹, 꾹, 누르며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