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과자와 설탕을 싣고서, 엄마 품에 앉아…….”'파파팟 골목대장이 달려왔다.'“이얍!”'핑!'“꺄악!”'골목대장이 단숨에 끊어 버린 고무줄이 소녀의 손등을 때리고 목과 얼굴 사이로 선명한 붉은 실선을 만들고 말았다. '“아…… 아파…….”'“엄마야, 어떡해! 빨개졌어.”'“흉 지겠다! 난 이렇게 다치면 엄마한테 혼나는데…….”'소녀를 둘러싼 친구들이 재잘거렸다. 소녀는 순간 고개를 푹 숙였다. 튕긴 고무줄에 맞은 곳도 아팠지만 친구의 말이 더욱 아팠다. 소녀에겐 상처를 보고 소녀보다 더 속상해할 부모가 없었다. '눈을 내리깔고 땅바닥만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녀의 시야에 대낮의 해를 가리고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헉헉…….”'소녀가 고개를 들자, 씩씩한 소년이 골목대장의 뒷덜미를 잡고 코앞에 서 있었다.'“사과해.”'“에이 씨, 진짜!”'골목대장이 버둥거리며 버텼다.'“빨리 사과 안 해! 너 때문에 다쳤잖아!”'소녀의 뺨에 길게 붉어진 상처를 본 골목대장이 얼굴을 붉히며 간신히 말했다. '“……미, 미안해…….”'그러자 소년이 골목대장을 놓아주었다. 골목대장은 겸연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지막했지만 조금은 상기된 목소리로 소년이 물었다.'“괜찮니?”'소녀는 소년을 올려다보았다.'“응.”'소년이 손을 들어 소녀의 상처를 쓰윽 만졌다. 순간 감전된 것처럼 어떤 전류가 소녀의 온몸을 관통하며 닭살을 일으켰다.'“약 발라. 흉 지지 않게. 알았지?”'어떤 약을 바를까? 원감선생님께 물어봐야지.'“……응.”'편도선염에 걸린 것처럼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갈라져 나왔다. 소년이 씨익 웃었다. 소녀는 창피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것을 이제 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소년은 어딘가로 뛰어가 버렸다. 소녀의 까만 눈동자에 소년의 미소를 아로새겨 놓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