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과의 섹스는 언제나 자연스럽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처럼. 그리고 글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피우는 담배와 보드카처럼. '“하아.”'단단히 솟은 유두를 엄지로 슬쩍 건드릴 때마다 내뱉는 하경의 신음 소리. 늘 그랬듯 난 참을 수 없는 충동에 하경의 가슴을 물고 힘껏 빨아들였다. '곧 하경은 들뜬 목소리로 ‘하지 마.’라고 나직하게 속삭이겠지. 그럼 늘 그렇듯 난 하경의 당혹스런 얼굴이 보고 싶은 기묘한 심술에 휩싸여 하얀 가슴을 더욱 힘차게 빨 것이다.'뜨거운 여름이라 파인 옷을 입을 때 붉은 흔적이 드러나면 어떤가? 성인 남녀끼리 나눈 섹스는 창피한 일이 아니다. 키스 마크는 몇 시간 동안 쓴 소설을 컴퓨터에 저장한 파일명처럼 정하경과 현강우가 섹스를 했다는, 일종의 증명일 뿐이다.'내 버릇을 고치려는 듯 하경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위로 끌어 올렸다. '처음 있는 일. '촉촉이 젖은 중심으로 손을 집어넣으려던 난 눈을 들어 하경을 응시했다. 모노톤의 영화처럼, 창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덧문 틈으로 스며든 7월 말의 뜨거운 여름 태양빛이 하경의 벌거벗은 몸 위에 드리워졌다. '시각 장애인이 애정 어린 손길로 조각을 더듬듯 하경의 조그만 두 엄지가 광대뼈를 어루만지면서 뺨을 쓸어내렸다. 낯선 열기가 물 위에 떨어진 물감처럼 얼굴 위로 퍼졌다.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얼굴로 초점을 거의 잃은 눈동자가 내 얼굴 위를 헤매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움직이던 손가락이 내 턱을 잡고 굳게 다문 입술 위에서 멈췄다. '이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하경은 하경답지 않았다.'하경은 밝은 곳에서 섹스하는 것을 싫어해 모텔에 들어올 때마다 직접 창의 덧문까지 꽁꽁 닫고 불을 껐다. 먼저 날 만지거나, 내게 요구한 적이 없었다. '내가 이끄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경은 몸을 움직이고 따라왔다. 한계로 몰아가기 전까지 내 아래에서 몸을 비틀어도 시트만을 움켜잡았고, 절정에 도달해서야 겨우 신음 소리를 냈다. 내가 그녀의 처녀를 가진 이후 지금까지 쭉. '“키스해 줘.”'낮고 허스키한 하경의 속삭임을 듣자 불문율처럼 유지됐던 익숙한 패턴이 깨졌다. 내가 아닌 하경이 먼저 요구하다니.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던 섹스가 순간 생소해졌다. '난 긴 머리카락이 부채처럼 펼쳐진 베개 위에서 그녀의 머리를 감싸듯 두 팔로 원을 만들었다. '저절로 미간이 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