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휴는 아직까지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엘리를 종용하여 돌려보내기 위해 한 고급호텔 레스토랑에 예약을 하고 엘리를 그곳으로 안내했다. 그런 휴의 속마음이 어떠하든 간에 지금 엘리는 한국으로 와서 휴에게 거의 안 보이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다가, 갑자기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자신을 이끄는 휴의 뒤 모습을 보며 기쁨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엘리의 머릿속엔 벌써 병원에서의 무시는 날아간 듯 자취를 감추고 말았던 것이다. 만일 기회가 되면 꼭, 휴를 자신의 남자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어쩜 오늘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건하게 만들고 있는 엘리의 얼굴에는 거의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었다.' 휴는 레스토랑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예약해 놓은 자리에 걸어가 예의바른 신사처럼 엘리에게 의자를 빼 주었다. 그런 휴의 매너에 엘리의 입가는 찢어질 듯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직, 저녁전이지?]' [응, 휴. 너무 좋다! 여기 정말 마음에 들어. 휴가 날 너무 섭섭하게 해서 정말 많이 원망스러웠는데, 오늘 그런 마음을 한방에 기분 좋게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아 너무나 기뻐!]' 조그마한 친절에 기뻐 어쩔 주 몰라 하는 엘리를 보며 휴는 자신이 엘리에게 너무 냉정했다는 사실을 조금은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엘리는 자신의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상태에서 엘리에게 따뜻한 행동을 한다면 그건 더 많이 그녀를 기만하는 행동이라 생각하기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로서 엘리가 자신의 대한 미련을 확실하게 날려버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그녀를 친구의 동생으로서 생각하는 길이라 여기는 휴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런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앞에 앉아 저렇듯 천진스럽게 웃고 있는 엘리를 보니, 친구에 대한 조금의 죄책감마저 드는 것이 가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 [뭐 먹고 싶은 것이라도 있나? 있으면 얘기해.]' 하지만 오늘이 엘리와 둘만 만나는 마지막 날이기에 한번쯤은 친절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휴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같은 휴의 친절에 엘리의 가슴은 기쁨과 흥분으로 거의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리고 있는 상태였다.' [휴, 내가 뭐 한국 레스토랑에 대해 아는 것이 있겠어? 휴가 알아서 시켜줘. 아주 맛있는 걸로.]' 마치 휴가 자신의 남자라도 된 듯이 엘리의 음성에는 교태가 흘렀다. 심하게 오버하는 엘리의 몸짓에 약간의 후회라는 감정이 휴의 머리를 스쳤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을 풀지 않고 웨이터를 불러 간단하게 식사를 주문하려 하였다. 그렇게 웨이터에게 주문을 의뢰하던 휴가 무심코 입구를 돌아본 순간 그의 미간이 불쾌감을 담아 살짝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지우가 그렇게나 목숨까지 걸고 지키려던 현과 미리는 대체 어디에다 갖다 팔아버렸는지, 키가 큰 낯선 남자와 같이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눈에 불꽃이 튈 듯한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니 예전에 지우가 어머니를 처음 만난 날 식사하는 도중 갑자기 나타나 그녀와의 애정표현을 유감없이 발휘해 심기를 어지럽게 했던 사내라는 것이 번뜩 기억이 나고 말았다. 휴의 시선이 한곳에서 오랫동안 머물자 엘리도 자연스레 지우 일행을 발견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