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RoomMate) 제 1 권''''온통 정갈한 바둑무늬로 도배된 욕실, 그 안에서 함께 샤워를 하는 두 남녀의 실루엣은 무척이나 육감적이었다.'그녀가 샤워를 하는 그의 허리를 뒤에서 꼭 끌어안자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풍만한 가슴이 탄탄한 근육질 남자의 넋을 온통 빼앗았다. '탐스럽고 보드라운 가슴이 등에 밀착되자 남자는 흥분한 듯 몸을 떨었다. '이윽고 욕망을 참지 못한 그가 뒤를 돌아 붉게 물든 여자의 입술을 집어 삼킬 듯 덮쳤고, 여자는 강렬한 딥키스에 응하듯 그의 탄탄한 엉덩이를 꽉 움켜잡았다. '여자의 육감적인 몸매와 키스에 힘입어 남자는 아랫도리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며 번쩍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 서로의 벗은 몸을 탐닉하기 시작했고, 결국 커다란 욕조를 베드 삼아 발가벗은 몸뚱이를 하나로 엮어 나갔다. '거센 물줄기에 못 이긴 샤워기가 혼자서 바닥을 요동치든 말든, 남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격렬한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자기, 나 사랑하지? 그렇지?” '교태를 부리며 웃는 여자는 남자의 밑에서 잘 빠진 다리를 뻗어 올리며 열린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남자는 대답 대신 더욱 힘있는 피스톤 운동으로 여자의 물음에 응했다. '고요한 샤워실의 정사는 점차 격렬해졌고,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이는 잔뜩 긴장한 듯 꿀꺽, 침을 삼켰다.'한편, 장을 보고 돌아온 미란은 막 초인종을 누르려던 조카 휘겸의 친구 민준과 눈이 마주쳤다. '비록 그는 휘겸보다 두 살이 많았지만, 어릴 때부터 때론 친구처럼 때론 형제처럼 지냈던 터라 미란과도 아주 잘 아는 사이었다. '“너, 민준이 아니니?” '“아, 고모님. 안녕하셨어요?” '“그래. 휘겸이 보러 왔니?” '“네. 안에 있나요?” '“글쎄다. 아침에 나올 때는 없었는데……. 뭘 하면서 돌아다니는지, 원. 쯧쯧.”'미란은 새벽까지 술 퍼마시느라 들어오지 않은 조카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어쩜 스물 여덟이 되도록 변변하게 하는 일도 없이 여자나 끼고 노는 것인지 영 못마땅했다. 더군다나 나이 서른에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젠틀하기까지 한 듬직한 민준을 보니, 화가 더 불끈 솟는다. '새벽까지 그가 술을 마셨을 거라는 걸 다 알고 있는 듯한 말투에 민준은 피식 웃음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휘겸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고모의 손바닥 안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익은 정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잘 깎인 잔디와, 빈틈없이 잘 자란 나무들은 집안을 관리하는 미란의 성격을 잘 대변해 주고 있었다.'기다란 정원 길을 따라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거실이 깔끔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여기 잠깐 있어. 내가 깨워올게.” '“예, 고모님.”'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민준을 보고 뿌듯해 하는 미란은 성큼성큼 계단 위로 올라갔다. '똑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