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나의 영웅

1장''''오늘은 나, 이한나가 열여섯 번째로 선을 보는 날이다.'아침부터 엄마의 등살에 밀려 미장원에 가서 머리 손질하고 엄마가 사준 옷인 소프트라이팅 와이드팬츠에 샤이닝 드레이프 탑과 셔링 숏 가디건을 입었다. '현재시각 오후 2시 30분.'한나는 사과주스 컵을 들어 올려서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주스를 홀짝거렸다. 그러면서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조심스럽게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자신과 동일한 사과주스를 마시고 있는 맞선 남자를 관찰했다.'맞선시장에서 실패를 거듭한 한나는 자신의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이번만은 결혼에 올인하고 싶었다. 때문에 이 어색한 맞선 장소에서 얼굴이 굳지 않고 자연스런 웃음이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속으로 ‘스마일’을 여러 번 곱씹으면서 거울을 보고 거듭 연습을 했던 어수룩한 웃음을 지었다. 한나는 자연스럽고 기품 있게 주스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남자도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치자 조금은 어색한 웃음으로 한나의 웃음에 같이 웃어주었다.'마담뚜 김씨는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이때다 싶었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둘이서 얘기 나눠요.”'눈치 빠른 마담뚜는 두 사람이 얘기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서 한마디 보충했다.'“아래층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요.”'김씨는 남녀 칠석 부동석이라고……, 나갈 때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이 아니라 조금 열어놓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김씨는 자신이 주선하는 모든 선을 자신의 집에서 보게 했다. 다들 맞선하면 모두 호텔의 커피숍을 생각하지만 김씨가 주선하는 맞선은 한 번도 호텔 커피숍에서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장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편안하기도 했다.'한나도 지금까지 본 열여섯 번의 맞선 모두 여기 김씨의 집, 그리고 지금 앉아 있는 2층의 방에서 이루어졌다. 이 방은 마담뚜가 맞선을 보는 남녀를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이었다. 매번 이 방에 와서 맞선을 보다보니 한나는 이 방이 그렇게 낯설지도 않았다. 그리고 처음처럼 긴장되지도 않았다.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맞선을 볼 수가 있었다.'하지만 김씨가 1층에 내려간 마당에 두 사람만 남게 된 이 방안은 너무 조용해서 앉아있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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