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 새로운 시작''''변화는 늘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교감을 나눴지만 그들은 추석 연휴 내내 으르렁거렸다. '나이 차이가 8살이나 나는 것은 사실이냐면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구나’라고, 차가운 모습 뒤에 완전 어리광만 숨기고 있었다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과장되게 짓던 황자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 순간만큼은 황자가 자신보다 어른스럽게 보였다.'' ‘내가 인심 썼다. 그동안 못 부린 어리광 다 받아줄 테니까. 제발이지 부탁인데 나가서는 이렇게 하지 말아요. 남들이 흉보니까.’''누가 들었으면 그가 떼쟁인 줄 알 것이다. 물론 황자의 앞에서는 하지 않던 말들도 쏟아내고,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변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놓고 투덜거리는 황자의 말에 영훈은 괜히 멋쩍어 일부러 못 들은 척해버렸다. '‘모른 척을 해 주면 어디가 덧나나!’'그녀에게 좀 더 나은 남자가 되고 싶었다. 멋있게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그는 황자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기보다는 오히려 기대기만 했다. 고백을 하고 서로의 마음을 교감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가 황자에 대해 아는 것은 너무나도 적었다. '그녀에게 지난 세월 동안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산과 같은 남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은 관심이 없던 휘트니스는 물론이고 어머니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해 보는 거야.”'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는 순간부터 그의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사회초년생처럼 설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동안 느끼지 못한 삶의 활력이 제일 먼저 그를 반겼다. '마음을 달리하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며칠간 휴일로 인해 잠시 문을 닫았는데도 오가는 사람들은 생기발랄한 모습이었다. '그간의 휴관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건물 안에는 퀴퀴한 냄새 대신 고객들이 뿌린 향수 냄새가 가득했고, 카탈로그에나 나옴 직한 명품 트레이닝복들을 걸친 고객들이 이른 시간임에도 가득 들어차 있었다. '완벽에 가까운 몸매를 드러낸 매력적인 트레이너들이 맨투맨으로 달라붙어 그들에게 특정부위를 중점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최신 운동법을 코치하고 있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여느 때라면 별 감흥 없을 그 모습이 역동적으로 다가와 그의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늘 권태로운 표정을 지었던 얼굴에 삶의 기운마저 새롭게 감돌았다. 그에게서 낯선 생기가 반짝거렸다. '“안녕하세요.”'인포(information) 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원체 인사를 해도 대답이 없는지라 습관처럼 지나가는 인사였다. '잠시 영훈의 얼굴에 망설임이 스치고 지나갔다.'다른 때는 찬바람이 쌩하게 불 정도로 차갑게 지나쳤겠지만 그도 이제는 소소한 변화를 줄 시기였다. 손을 살짝 올려 인사를 건네자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 돌아왔다. 못 믿겠다는 듯, 너 누구냐는 듯 생경하게 그를 바라보는 여직원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져 있었다. 누군가는 못 미더운지 눈까지 손으로 비벼댔다. '영훈은 의심하는 눈초리에 확신을 주듯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까지 담아 인사를 되돌렸다.'“좋은 아침입니다,”'“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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